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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노동자가 분신한 날로 기억하자며 설교내내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 하셨습니다. 인상깊었습니다. 산업도시 울산에도 이런 교회 하나쯤 있어야 할거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 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님 설교 목사님은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노동자가 분신한 날로 기억하자며 설교내내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 하셨습니다. 인상깊었습니다. 산업도시 울산에도 이런 교회 하나쯤 있어야 할거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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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노동열사 47주기 정신계승과 30주년 노동자 대투쟁 전국노동자대회 한다고 해서 지난 11일(토) 오전 10시 울산을 출발하여 저녁무렵 서울 여의도 공원으로 갔었습니다. 전야 행사로 노동문화제를 했습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일정이 마무리 되었고 어떤 노동자 분들이 광화문 간다길래 딱히 잘 곳을 못찾아 그 일행에 합류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잠 잔 곳에선 여러단체에서 나름 요구사항을 내걸고 노숙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콜텍이란 기업의 노동자들은 10년 넘게 그곳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었고, 불법을 해제하라며 참교육을 외치는 전교조 분들도 노숙농성 중이었고 다른 노동단체도 있었지만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오늘 오전에 교회 갈 텐데 같이 가겠습니까?"

'노조활동 하는 분들이 무슨 교회를?'이라고 의아해 하면서 한편으론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민중교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후 2시경 광화문 근처에서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있으나 그때까진 시간이 있고 딱히 다른 일정도 없어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일행이 어떤 분들인지 나중에 들어보니 강원 삼척에 있는 삼표시멘트 다니는 노동자분들 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처음엔 비정규직 신분이었으나 불법파견 투쟁을 전개해 3년을 싸워왔으며 지난 10월 16일자로 정규직으로 복직 되었다고 합니다. 비정규직 신분으로 회사에 맞서 싸울 때 오늘 방문하는 교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문 한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현대차에 10여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2010년 3월경 정리해고 됐고, 7년만인 지난 6월 5일자로 정규직으로 채용되었거든요. 일행과 함께 찾아간 곳은 영등포구에 있는 영등포산업선교회이고 성문밖교회라 했습니다.

"우리가 불법파견투쟁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 목사님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래서 오늘 고맙다는 인사도 드릴 겸 해서 여러 동지들과 가보는 거예요."

지하철로 이동하여 큰길을 한참 걷다가 골목으로 들어가 도착한 낡은 건물 꼭대기에 '영등포산업선교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영등포산업선교회 역사를 알리는 사진이 수십 개 걸려 있었고 2층으로 오르니 교회가 있었습니다.

'성문밖교회'라는 다소 별난 이름의 교회였습니다. 친절한 안내를 받아 교회 안으로 들어가서는 더 놀라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무대에 '2017, 전태일 기념예배'라 되어 있었고 주보에도 '"전태일 기념주일'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전 11시가 됐고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3년 불법파견 투쟁으로 정규직 전환 복직된 삼표노동자들
▲ 삼표시멘트 노동자들이 정규직 복직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3년 불법파견 투쟁으로 정규직 전환 복직된 삼표노동자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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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게 그곳엔 성문밖찬송집이 따로 있었습니다. 오래전 울산에도 민중교회가 있었는데 그때 많이 불려지던 민중가요가 교회 안에서 울려퍼졌습니다. 다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분들의 기도문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위로가 느껴졌습니다.

인도자: 주님, 이 땅에서 벌어지는 생명과 생명의 대립, 생명에 의한 생명의 억압과 착취의 현실을 외면하고도 문제없이 예배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다같이: 주님, 우리의 눈을 열어 이 땅의 불의를 보게 하시고 우리의 귀를 열어 이 땅의 노동생명들이 탄식하는 소리를 듣게 하시고 응답하게 하옵소서.

또다른 신앙고백이 말미에 이어졌습니다.

회중: 저희들은 이 세상의 돈과 권력과 명예에 지배받지 않을 것입니다.
인도자: 저희들은 주의 말씀에 따라 나눔과 섬김을 지향합니다.
회중: 저희들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서 정치,경제,문화,교육,인종,성적으로 소외된 생명들과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인도자:저희들은 세상의 성문밖의 사람들과 연대하며 나가는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공동체입니다.

전태일 기념주일을 맞아 한 여성 교인이 나와 간절한 기도문을 발표하였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여기 한 청년이 있습니다. 성문밖에서 어려운 환경속에 태어나 고통받고,외면당하며 살다간 재봉과 재단사로 일하고 사기당한 아버지의 가난으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노동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청년입니다. 강제로 해고된 여공에게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려다 수모를 겪었고, 누구도 함부로 대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노동자를 자랑스레 여겼으며, 인권을 찾으러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개선을 요구하였고, 끊임없이 요구하였지만 묵살 당하고, 외면당하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속에 살았습니다.

세력없는 자가 되었으나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가 되어 주신생명을 불살라 태움으로, 또한, 죽음으로 새로운 생명을 살려내는 예수님의 삶을 따랐습니다. 행상과 불우한 유년, 가출과 시다로 뼈가 휘는 고된 나날에도 동생을 위하고 아끼는 그런 청년이었습니다. 바보처럼 당하고 살지만 깨우쳐서 바보로 남지 말자는 깊은 울림을 실천하는 청년. 작고 단단한 외모속에 연민과 연대의 의미를 통찰하는 힘있는 청년!

오늘은 그런 청년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날입니다!
예수님 삶을 온몸을 바쳐 실천하는 그에게 존경과 외경과 사랑과 믿음을 헌화하고, 그 길을 따르리라는 유리의 작은 순수하고 숭고한 그의 뜻을 제대로 잇지 못해 미안하다는 속죄와 하지만 조금씩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제단을 드려봅니다. 낮고 천하고 소외당한 우리의 이웃의 바램을 외면하지 않게 도우소서. 슬픈 영혼을 달래주고 내옆을 내주는 마음을 갖게 하시고 그런 정의가 세워지는 나라와 정권이 되게 지켜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이시간, 예수님의 삶과 전태일 노동열사의 삶을 기억하고 따르려는 우리의 결심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 드렸습니다.

예배후 삼표시멘트(구 동양시멘트) 노동자와 가족이 나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이방인이었지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3년을 투쟁해 얻은 값진 성과를 함께 나누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참다운 인간미를 보았습니다. 보잘것 없는 민중을 선동하고 집권자에 대항하다 십자가 형틀에서 생을 마감한 예수님을 진정으로 섬기는 분들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저에겐 적어도 그것이 참신앙으로 여겨졌습니다.

삼표노동자들 덕분에 참신앙에 대한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엔 있는데 울산엔 없는 노동신학을 오래간만에 보아, 이번 전태일 노동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참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노동권이 제대로 적용되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수십개의 사진으로 보는 역사중에 눈에 뜨인 사진입니다.
▲ 영등포산업선교회역사 수십개의 사진으로 보는 역사중에 눈에 뜨인 사진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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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표시멘트, #영등포산업선교, #성문밖교회, #노동자대회,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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