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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주도의 돌고래 쇼장 퍼시픽랜드 가보셨나요? 이곳에는 서울시에서 사육을 위탁한 큰돌고래 태지와,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돼 여전히 쇼를 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있습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특히 개체수가 적어 정부에 의해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돼 있으며, 제돌이 등 일곱 마리의 자연방류를 통해 널리 알려진 특별한 친구들입니다. 비봉이는 그런 와중에도 유일하게 바다로 가지 못하고 쇼장에 갇혀 공연을 하는 마지막 제주 남방큰돌고래이기 때문에 더욱 큰 관심과 야생방류가 필요한 개체입니다.

그런데 이런 국제보호종 돌고래들이 적절한 보호대책 없이 퍼시픽랜드 리모델링 공사장 한편에 버려지다시피 방치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돌고래 쇼장 건물에 공사자재더미가 널려 있고, 벽들이 부서져 있습니다.
▲ 퍼시픽랜드 리모델링 공사현장 돌고래 쇼장 건물에 공사자재더미가 널려 있고, 벽들이 부서져 있습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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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랜드 리모델링 공사로 소음과 분진이 날리는 곳에 돌고래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 공사장에 방치된 돌고래들 퍼시픽랜드 리모델링 공사로 소음과 분진이 날리는 곳에 돌고래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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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처음 둘러본 퍼시픽랜드 리모델링 공사현장. 벽을 부수는 공사장 소음과 망치질 소리, 날카로운 철제 파이프를 절단하는 굉음 등이 돌고래 수조를 휘감고 있었습니다. 공사 중 발생한 매캐한 연기와 분진 역시 그대로 수조에 전달됐습니다. 부서진 건물 잔해들과 건축용 자재 더미들이 널브러진 상황에서 돌고래들은 힘겹게 유영하며 불안한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14일,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들의 정확한 상태 파악과 현장 기록을 위해 다큐멘터리 촬영감독과 함께 다시 퍼시픽랜드를 찾았습니다. 상황은 똑같았습니다. 굉음과 분진, 공사 중 발생하는 진동 등이 그대로 돌고래 수조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철제 파이프를 절단하고 벽을 부수는 소리 등이 계속 들려 왔고, 수조의 물은 한눈에 봐도 깨끗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선례에 비춰봤을 때 돌고래 폐사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사소음·분진 속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들

퍼시픽랜드는 돌고래 국내 수족관 중 돌고래 폐사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입니다. 2012년 2월 돌고래 불법포획에 따른 돌고래 재판이 시작됐는데, 당시 재판 중 판사 심문 과정에서 퍼시픽랜드의 허옥석 사장과 고정학 대표는 돌고래들 가운데 여섯 마리가 패혈증, 폐렴 등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재판정에서 실토했습니다.

돌고래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문제는 2013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돌고래들이 몰수된 이후에도 발생했습니다. 일본 타이지에서 수입돼 건강해야 할 돌고래들이 2014년에도, 2015년에도, 2016년에도 매년 죽어 나갔습니다. 지금까지 퍼시픽랜드에서 폐사한 돌고래는 핫핑크돌핀스 집계에 따르면 47마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기에 잘못하면 태지와 비봉이에게도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핫핑크돌핀스는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겠다고 판단해 현장 기록 동영상과 사진, 핫핑크돌핀스의 요구사항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의 요구 사항은 ▲ 소음과 진동, 분진 등의 저감대책을 마련할 것 ▲ 불안증세를 보이는 돌고래들이 공사 때문에 영향받지 않도록 제대로 조치할 것 등이었습니다.

현장 공사 책임자는 핫핑크돌핀스 대표인 저와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하면서 소음과 분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모두 동영상 녹화로 기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15일 제주지역 언론사 기자와 함께 다시 방문한 퍼시픽랜드의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돌고래가 바깥에서 보이지 않도록 은폐하려는 듯한 임시차단문이 설치되고 있었습니다.

돌고래들은 여전히 공사장 한복판에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제가 퍼시픽랜드 고정학 대표와 약 한 시간가량 면담을 하면서 돌고래 폐사 등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공사 중단과 돌고래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등의 적절한 보호대책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 왔습니다.

퍼시픽랜드 돌고래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1인시위를 시작했습니다.
▲ 공사현장 모니터링과 1인시위 퍼시픽랜드 돌고래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1인시위를 시작했습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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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16일 핫핑크돌핀스는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 퍼시픽랜드를 규탄하기 위해 1인시위를 진행하기로 하고, 다시 한 번 퍼시픽랜드를 방문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육사 등 퍼시픽랜드 직원들이 몰려 왔습니다. 이들은 공사장 입구에서 내부를 촬영 중이던 핫핑크돌핀스 대표의 휴대전화를 무단으로 빼앗아 영상을 강제로 삭제했습니다.

또한 일부는 몸으로 밀치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으며, 수차례 때릴 것처럼 위협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까지 사용하면서 상황을 심각하게 몰고 가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문제 심각한데... 답 없는 서울시·환경부·해수부·제주도

퍼시픽랜드의 돌고래들이 공사장에 방치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큰돌고래 태지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 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와 수입종 돌고래를 보호해야 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동물원수족관법 제정에 따른 퍼시픽랜드 행정담당인 제주도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일부 공무원들은 전화를 해도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핫핑크돌핀스는 전화와 이메일, 팩스 등 모든 수단을 통해 각 기관의 담당 부서인 서울시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지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제주도청 해양산업과 등에 문제를 알리고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17일 핫핑크돌핀스는 다섯 개 동물보호단체들이 모인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하고, 퍼시픽랜드와 소유주인 호반건설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성명서 읽기 http://cafe.daum.net/hotpinkdolphins/RVyB/253). 이를 통해 공사 중단과 구시대적인 돌고래 쇼의 폐지, 디지털 수족관으로의 전환과 돌고래 바다쉼터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대로 된 돌고래 보호대책 없이 공사가 진행되는데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면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서울시와 환경부, 해수부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는 오는 20일 오전 11시 이 문제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서울 호반건설 본사와 퍼시픽랜드 현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동물을 위한 행동'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호반건설이 운영하는 제주 테마파크 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 중단과 돌고래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동물을 위한 행동'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호반건설이 운영하는 제주 테마파크 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 중단과 돌고래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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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유일한 곳 지구는 매우 아름다운 곳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무 많은 문제가 생겨 버렸습니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만 보아도 ▲ 연안난개발에 의한 서식처 파괴 ▲ 싹쓸이어업 또는 남획으로 인한 생물종 멸종 ▲ 과도한 어구 사용에 의한 부수적 혼획 ▲ 환경오염과 생태계 교란 ▲ 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 배출 ▲ 멸종위기종 불법포획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바다는 사막화되고, 해양생물의 90% 이상이 멸종해 버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망가져가는 아름다운 해양생태계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바다가 망가지고 파괴되고 있다는 절규를 우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들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즉 고래류는 현재 해양생태계가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와도 같습니다. 난개발과 불법포획과 과도한 어업과 서식처 파괴와 오염물질 배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며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으로 고래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사회가 돌고래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바다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돌고래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요? 오락거리와 돈벌이 수단으로 돌고래들을 바다에서 잡아 와서 쇼에 동원하고 있지는 않나요? 좁은 수조에 갇혀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평균 4년 만에 죽어 나가는 수족관 돌고래들을 보며, 우리는 혹시 손뼉만 치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는 이제 야만을 중단하고, 돌고래들을 바다의 소중한 친구로 대해야 합니다. 돌고래 쇼가 아니라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것이 이 아름다운 지구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조그만 실천일 것입니다. 모두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약골 시민기자는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입니다.



태그:#호반건설, #퍼시픽랜드, #돌고래쇼, #공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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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류 등 멸종위기 해양생태계 보호와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더불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돌고래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인간들도 행복할 것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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