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동열 감독이 대만을 제물로 국제대회 첫 승을 거뒀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이하 APBC 2017) 대만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장단 4안타를 때려내며 1-0으로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1승1패, 득실마진 0으로 예선 라운드를 끝낸 한국은 18일에 열리는 일본과 대만의 경기에서 일본이 승리하거나 대만이 2점 차 이상으로 승리하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의 선발 임기영(KIA 타이거즈)은 7회까지 10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3볼넷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8회 2사 후에 등판한 마무리 장필준(삼성 라이온즈)도 4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했다. 타석에서는 대표팀의 막내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6회 적시 3루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톱타자 박민우(NC 다이노스,2안타)와 4번타자 김하성(넥센,2볼넷)이 나란히 멀티 출루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 했다.

호투하던 천관위를 강판시킨 막내 이정후의 결승 3루타

정말 한 끗 차이였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젊은 대표팀은 두 번이나 일본을 패배의 수렁으로 빠트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이제 대만에게 반드시 승리해야 결승진출을 그려볼 수 있다. 한국은 일본의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만의 좌완 선발 천관위에 대비해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 김성욱(NC 다이노스)을 6번 좌익수에 배치했다.

물론 대만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한국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대만을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8로 힘겹게 이긴 기억이 있다. 한국이 대만을 1승 상대로 생각하는 것처럼 대만 역시 국제대회마다 한국을 꼭 이겨야 하는 상대로 여긴다. 한국전 선발 천관위를 비롯해 불펜의 천위쉰(라미고 몽키스), 외야수 양다이강(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3명의 와일드카드도 한국전에 포커스를 맞춰 선발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도 전혀 떨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던지던 한국의 선발 임기영은 대만을 상대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임기영은 3회까지 단37개의 공만 던지며 대만 타선을 1피안타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대만의 선발 천관위도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노련한 투구로 실점 없이 초반을 막아냈다.

경기는 중반까지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임기영은 4회 1사 후 왕보룽(라미고)과 천쯔하오(중신 브라더스)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 김성욱과 우익수 구자욱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첫 실점 위기를 잘 넘겼다. 선발 투수로서 고비가 될 수 있는 5회에는 삼진 2개를 곁들이면서 삼자범퇴로 완벽한 투구를 이어 갔다. 임기영은 6회초에도 1사 1,2루의 위기를 넘기며 호투행진을 이어갔다.

침묵하던 한국 타선은 6회 드디어 선취점을 올렸다. 한국은 6회말 2사 후 김하성의 볼넷에 이어 이정후(이상 넥센 히어로즈)가 우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3루타를 작렬하며 김하성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대만의 우익수 천쯔하오가 타구를 잡으려 쫓다가 펜스에 부딪치면서 김하성이 여유 있게 홈까지 들어 올 수 있었다. 5.2이닝 동안 6탈삼진으로 호투하던 천관위는 한국의 막내에게 통한의 한 방을 맞으며 마운드에서 내려 왔다.

임기영의 7이닝 완벽투, 한 시즌 2완봉은 우연이 아니었다

6회까지 97개의 공을 던졌던 임기영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쑤즈제(퉁이 라이온즈)와 우녠팅(세이부 라이온즈), 옌홍쥔(라미고)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자신의 첫 국제대회 등판에서 만만치 않은 타선의 대만을 상대로 7이닝 2피안타7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그야말로 놀라운 호투를 펼친 것이다. 역시 정규리그 두 번의 완봉승과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는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은 7회에도 박민우의 안타와 정현(kt 위즈)의 볼넷으로 2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구자욱(삼성)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추가점을 얻지 못했다. 일본전에서도 5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한국의 주장 구자욱은 대만전에서도 첫 타석에 볼넷으로 출루했을 뿐 이후 3번의 타석에서 나란히 범타로 물러났다. 구자욱이 올 시즌 21홈런107타점을 기록했던 삼성의 간판타자임을 생각하면 예선의 부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은 8회부터 마운드를 박진형(롯데 자이언츠)으로 교체했고 박진형은 2사 후 천제시엔(퉁이)에게 볼넷, 대만 최고의 강타자 왕보룽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2사 2,3루의 위기를 맞았다. 선동열 감독은 대만전 마무리로 내정한 장필준을 8회 2사 후에 마운드에 올렸고 장필준은 대만의 4번 타자 전쯔하오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장필준은 나머지 3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한 천관위의 노련한 투구에 다소 고전했지만 임기영이 이를 능가하는 호투를 펼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6회 천관위를 강판시킨 막내 이정후의 결승타도 눈부셨다. 다만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 받은 대만 불펜을 상대로 추가점을 내지 못하며 한국에게 남아 있는 결승 진출 '경우의 수'를 지우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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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BC 2017 대만 선동열호 임기영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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