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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고료 진주가을문예' 올해 수상자가 가려졌다. 17일 남성문화재단(이사장 김장하)은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위원장 박노정)가 실시한 '2017 진주가을문예' 수상자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시(고료 500만원)는 작품 '후박'을 낸 김려원(울산) 시인이, 소설(고료 1000만원)은 단편 '컷오프맨'을 출품한 신인정(서울) 소설가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는 지난 10월 말 공모 마감하고 예심과 본심을 거쳤다. 시는 김남호·김형미 시인이 예심을, 맹문재 안양대 교수가 본심을 맡았다. 소설은 정영선·정용준 소설가가 예심을, 조갑상 소설가가 본심을 맡았다.

시 부문 김려원 당선자는 경상대를 나와 현재 '읽기와 쓰기가 꽃 피는 방'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소설 부문 신인정 당선자는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맹문재 교수는 시 심사평에서 "'후박'의 경우는 서정성을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이, 주제와 표현이 잘 결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꽃잎의 질서란 밤과 낮을 보고 배운 방식'이라든가 '어두운 밤이 모두 축축한 나무들 껍질로 단단해지는 것'이라는 등의 표현은 이 세계 존재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운명이라는 시인 인식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맹 교수는 "미래파로 지칭되는 시인들의 난해한 작품이 시단에 범람해 우리 시의 영역이 확대되기보다는 다른 시인들로부터 또 독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데, '후박'에서 그 극복의 가능성을 보았다. 지식 전문가가 아니라 지식인다운 자세를 가지고 우리 시의 세계를 더욱 넓히는 시인이 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고 했다.

조갑상 소설가는 소설 심사평에서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모두 7편이었다. 소재는 가족사와 사회적 약자, 존재론적 문제까지 비교적 다양한 편이었으며 배경도 폭이 넓었다. 알고 있는 대로 소설은 어떤 소재를 독창적으로 해석해서 소설이라는 구조 속에 녹여 그럴 듯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양식이다"며 "거기에 더해 기본바탕으로 문장력과 구성능력을 꼽기도 한다. 특히 단편소설은 단숨에 읽어내는 특성을 고려해 집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조 소설가는 "'컷오프 맨'은 다소 모호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이 눈에 띄고 지문 일변도의 서술방법이 독해를 더디게 하지만, 이야기의 집중력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김려원 당선자는 소감에서 "진주는 제 성장기의 기억들이 따사롭거나 울퉁불퉁하게 숨 쉬는 곳이다. 그래서 특히 '진주가을문예' 시인으로 새겨지길 염원했다"며 "오늘의 이 뜨끈뜨끈한 두근거림이 참으로 오래오래 몸을 녹여줄 것이다"라고 했다.

신인정 당선자는 "저보다 당선 소식을 전해 들은 사람들이 이 순간을 더 기뻐해 주는 바람에 제가 기뻐할 몫을 얼떨결에 빼앗겨 버린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게 좋은 일에 마음 놓고 기뻐하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며 "막상 정말로 당선이 되고 나니 온 몸이 다른 세계의 중력에 짓눌린 듯 한없이 무거워진 느낌이다.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당선을 오롯이 기뻐해 보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진주가을문예는 남성문화재단이 기금을 출연해 매년 10월에 공모 마감하고 있으며, 올해로 24회째를 맞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9일 오후 4시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다.

2017 진주가을문예 시 당선자 김려원 시인.
 2017 진주가을문예 시 당선자 김려원 시인.
ⓒ 남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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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진주가을문예 소설 당선자 신인정 소설가.
 2017 진주가을문예 소설 당선자 신인정 소설가.
ⓒ 남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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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진주가을문예 시 당선작 '후박' 전문.

후박

어둑해지는 산길에서 후박꽃들 어두워진다.
어차피 꽃잎의 질서란 밤과 낮을 보고 배운 방식이니까, 저녁은 두껍고 아침의 산길은 한없이 얇아서 모두 후박나무의 차지다.

나는 서둘러 산길을 내려오면서
저 어두운 밤이 모두 축축한 나무들 껍질로 단단해지는 것을 보았다.
흐르는 소리의 소유권을 주장하듯
물길 옆, 나무들 흔들리다가
물길을 닮아 구불구불해지는 것을 꽤 여러 해 지켜보았다.

계곡에 박힌 돌부리들, 물에 걸려 넘어진 저것들은 실상 옆새우나 가재, 도롱뇽이나 개구리와 같은 냄새를 풍기며 모래의 날들로 간다.

후박, 이라 말하고 나면 반드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한 호흡 속에 있다.

두꺼워진 후박이 어깨에 내려앉는다. 
비늘을 품은 나무껍질들이 어둠을 바짝 끌어당긴다.


태그:#진주가을문예, #남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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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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