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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겸재 맥 잇기 초청기획 <석철주 - 몽 중 몽> 전시회 포스터
 2017 겸재 맥 잇기 초청기획 <석철주 - 몽 중 몽> 전시회 포스터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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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구청장 노현송) 겸재정선미술관(관장 김용권)에서는 오는 26까지 19일간 '겸재 맥 잇기 초청기획전시'의 일환으로 <석철주 - 몽·중·몽> 을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청나라가 명나라를 치기 전, 동맹국인 조선을 선제공격한 병자호란으로 인해 조선은 그야말로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무력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조선은 예의를 숭상하고 인륜을 지키는 도덕적 문화국가라는 문화적 우월감을 고취시켜 전쟁 후유증을 극복하고자 했다. 겸재 정선도 어쩌면 그러 했을 것이다. 조선이 개국할 때 국호마저도 허락을 받았던 명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그때서야 진짜 조선의 모습을 보고자 했을 것이다. 진짜 우리 땅의 모습을 보고 그것을 그리고자 했던 겸재 정선.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지 않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었는데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꿈을 잃은 듯해요. 꿈이란 자기자신에 대한 확신이지 않을까, 그래서 꿈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않든 전진해야 하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꿈을 꾸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가 크죠."

신몽유도원도(16-5).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30x300cm. 2016.jp
 신몽유도원도(16-5).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30x300cm. 2016.jp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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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모티프를 딴 석철주 작가의 '신 몽유도원도'를 보면서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마음을 끌게 된 이유를 물었다.

"젊었을 때는 등산가이드를 했어요. 산수를 그리니까, 산을 다니면서 우리 산하의 골격을 익히고 싶어서 그런 일을 했었는데 한 20년 전 쯤에 양쪽 연골이 다 망가져서 이제는 다니지 못하게 됐죠.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니까 그 때 제눈으로 봐왔던, 제 마음에 들어와 있는 우리 산의 모습, 흐름들을 그려야겠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와 같지않을까 싶어 앞에 '신(新)자를 붙여 신 몽유도원도라고 제목을 붙였죠."

연골이 망가진 이유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그림을 그릴 때 이젤에 놓고 하지 않고 바닥에 놓고 쭈그린채로 몇십 년 작업을 하다보니 무리가 왔는데 운동은 부족했고, 그 상태에서 산행을 무리하게 다닌 결과라고 했다.

신몽유도원도(북한산16-4).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30x300cm. 2016.jp
 신몽유도원도(북한산16-4).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30x300cm. 2016.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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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다시 들여다 본다. 부드러운 색채로 인해 꿈 같이만 느껴졌던 그림 속에 뼈가 있다. 꿈 속에 녹아 있는 뼈는 인왕산과 북한산 구석구석을 밟고 다녔던 그의 발자국이고,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열정이었을 것이다. 산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마음은 그림 속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꼭 공부를 해야 하는 분이죠. 겸재 선생님 전에는 조선의 그림은 중국의 북종화를 주로 그렸는데, 겸재 선생님은 우리 나라의 산하를 직접 다니시면서 사생을 하고, 다시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을 했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우리 동양화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이 사생을 통해서만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산수화는 사생이 필수이고, 다음이 사유인거죠. 겸재 정선 미술관에서도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겸재 맥 잇기 기획전시회'에 초청을 해 주신 것 같아 많이 감사드립니다."

겸재정선미술관은 겸재 정선의 화혼을 오늘에 조명,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전시를 뚝심있게 해오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대해 김용권 겸재 정선 미술관장은 "고전을 통해 현재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두 뚝심이 만나 겸재 정선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신몽유도원도(16-3).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30x300cm. 2016.jp
 신몽유도원도(16-3).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30x300cm. 2016.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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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어서 석철주 작가에게 현대사회에서 전통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물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더군다나 동양화과가 각 미술 대학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는 이 시점에 겸재 정선의 정신을 고취시키고,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 내놓은 석철주작가는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한국화를 하는 사람들은 꼭 알아야하죠. 한국화뿐 아니라 현재, 미래가 과거로부터 출발을 하니 과거가 전통이 되는 건데, 고전을 모르고 현대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봐요. 우리의 전통, 우리 문화가 가지고 있는 미적인 측면에서의 우수한 부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이고, 눈에 보이는 쪽으로만 쫓는 부분을 보면 아쉬움이 많죠.

예를 들어 오방색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은 불화나 탱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일본이나 중국과는 또 다른 특유의 미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잃어버리고,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것만 보여주는 부분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전통이 가지고 있는 미적인 측면들을 어떻게 현대화 시키느냐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나라 미술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우리의 전통에 대해 공부를 해야 세계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해요. 또 다르게 생각하면 오늘은 내일의 전통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죠."

전통. 케케묵은 이야기가 아닌 오늘이 내일의 전통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그림으로 구현해야 할지, 어떤 사유들이 들어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엿보게 되니 꿈 같은 그림 속 산의 풍경속에 나 있는 길이 보이고, 또박또박 제 길을 걷는 발자국들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나설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신몽유도원도(북한산16-1).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62x130cm. 2016
 신몽유도원도(북한산16-1).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62x130cm. 2016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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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 쪽을 12미터짜리 그림을 걸어 시선이 끊이지 않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저에게는 무엇보다 의미가 큰 이유는 그 공간에 흐르는 음악은 작곡을 전공한 딸이 졸업작품으로 작곡한 곡이예요. 그림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봤던 딸이 아빠의 '신 몽유도원도'에 가장 어울리는 곡을 썼어요. 그러니 그림과 음악이 조응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으니 감상자의 입장에서도 음악 따로, 그림 따로가 아니라 미술과 음악이 조응을 하는 공간이라 감상하기에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작품에 제일 애착이 가느냐는 질문에 석철주 작가가 싱긋이 웃으며 12미터에 달하는 그림을 감싸고 흐르는 음악을 소개한다. 지금은 작곡 공부를 위해 영국을 가 있다는 석혜원(27, 작곡가)씨가 작곡한 음률이 산과 구름과 강을 만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삶에 지쳐서, 나이라는 숫자에 눌려서 잠시 있고 있지는 않나요? 하지만 그 꿈을 깨워보세요.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신몽유도원도(북한산16-6).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30x300cm. 2016.jp
 신몽유도원도(북한산16-6). 석철주. 캔바스,아크릴릭,젤. 130x300cm. 2016.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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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온듯 하더니 벌써 겨울 초입의 바람이 분다. 바람은 차고 찬 바람속에 국화가 환하게 피어 있다. 국화가 찬바람속에 고개 꼿꼿이 들고 환하게 필 수 있는 이유는 꽃을 피울거라는 꿈을 잃지 않아서다. 몽환적이게 느껴졌던 그림 속에 숨어 있는 굵직굵직한 선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꿈을 잃지 않고 한걸음한걸음 내딛는 사람에게 보내는 석철주작가의 응원일 것이다. 전시장을 나서는 발걸음 끝에 모이는 힘이 느껴진다.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 꿈을 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석철주 – 몽·중·몽>을 찾아 나서보라고 권하고 싶다.


태그:#석철주, #몽중몽, #겸재정선미술관, #신몽유도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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