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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아주 옛날에 나는 MBC뉴스만 봤다. 굳이 '아주 옛날'이란 표현을 쓴 까닭은 그만큼 MBC뉴스와 MBC방송국이 나의 TV 채널 목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아마 신경민 앵커 이후로 MBC 뉴스는 안 봤던 것 같다.

이용마, 박성제, 김수진, 김연국, 연보흠, 성장경, 왕종명 등 익숙한 기자들이 어느 순간 뉴스에서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현재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 아니다. '배현진'이라는 여자 앵커는 잘 안다.

공영방송 MBC의 몰락

10월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해직기자가 깜짝등장해 발언하고 있다.
▲ MBC파업콘서트 깜짝 등장한 이용마 기자 10월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해직기자가 깜짝등장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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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의 MBC는 철저히 망가졌다. "만나면 좋은 친구"로 불리던 MBC가 시민들에게 "엠븅신"으로 놀림감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MBC의 익숙한 기자였던 이용마 기자가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몇 년 전 들었다.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라고 했다. 솔직히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안타깝긴 했지만 이미 MBC는 많은 국민에게는 회복 불능의 공영방송이라는 인식이 지배했으니까.

그러던 가운데 2016년에 이용마 기자가 복막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날카로운 눈으로 마이크를 들고 리포트를 하던 이용마 기자는 항암 투병으로 바싹 마른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 낮은 톤이었지만 강렬했던 그의 음성은 말 한마디 말 한마디에도 힘겨워 했다. 그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냥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용마 기자는 1996년 MBC에 입사해서 사회부 기자로 시작한 이래 사회, 경제, 문화, 통일외교, 검찰, 정치 등 한국사회의 전방위를 취재했다. IMF 이후 박근혜 탄핵까지 그가 바라보았던 대한민국의 현실은 결코 밝지 않았다.

겉으로는 민주화 되었다고 했지만 재벌과 경제관료 족벌언론이라는 그들만의 기득권을 극우 보수 정치세력이 떠받치며 지내왔던 20년의 세월에서 그는 항상 힘들어 하고 고민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소위 민주정부 하에서도 그 기득권의 위세는 더 강해졌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이용마 기자가 쓴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읽는 내내 불편하고 화가 났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지만 그건 이용마 기자의 힘없는 외침일 뿐이고, 아직 세상을 바꾸기에 민중의 힘은 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촛불혁명으로 비정상의 극치 박근혜를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적폐"는 엄연히 살아있는 기득권이다.

국민이 직접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시스템

이용마 기자의 책
 이용마 기자의 책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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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이용마 기자가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김원배 이사가 사표 낸 날 혼자서 엄청 울었다"고 말하며 "기쁘잖아요. 이렇게 쉽게 끝나는데..."라며 울먹였다. 이후 MBC 김장겸 사장은 해임되었다. "쉽게 끝나는데..."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권이 공영방송을 실질적으로 임명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또 다시 제 2의 김재철과 김장겸이 나올 수 있다. 공영방송은 살아있는 권력에게는 언제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언제나 공영방송은 권력에 따라 춤출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용마 기자가 말하는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 방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용마 기자가 말하는 "국민대리인단"은 현재 형사 1심재판에서 실시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원용한 방식이다. 그가 말한, 국민대리인단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 학력별 비례 등을 따져 무작위 추첨을 하여 면접을 통해 일정 수를 걸러내고 그들에게 사장 선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엘리트주의를 넘어 국민들이 직접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결국 그의 주장은 권력도 국민에게 있고 공영방송도 권력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기초한 것이다. 그동안 공영방송을 장악한 그들은 항상 '객관성'을 강조했다. 이용마 기자는 '객관성은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의 공영방송은 기득권과 그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봤고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철저히 외면하고 그들의 모습을 뉴스에 내보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아직도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MBC 사장 하나 해임되었을 뿐이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창비(2017)


태그:#이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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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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