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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군부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부부 가택연금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짐바브웨 군부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부부 가택연금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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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37년 독재가 막을 내리게 됐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각) 짐바브웨 군부는 성명을 통해 수도 하라레와 국영 방송을 장악했으며, 무가베 대통령 부부를 가택연금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군부는 "이번 사태는 정권을 잡기 위한 쿠데타가 아니라 무가베 대통령 주변에서 국가를 사회적·경제적으로 고통으로 이끈 '범죄자'들을 소탕하기 위한 것"이며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들은 안전하다"라고 밝혔다.

'해방 전사' 칭송받다가 '독재자' 악명 떨친 무가베

군부는 쿠데타를 부인했으나, 사실상 무가베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짐바브웨 야당 관계자는 "군부는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부르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짐바브웨 군부가 쿠데타를 부인하는 것은 지난 2013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아프리카연합(AU)에서 추방당한 이집트처럼 국제사회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짐바브웨의 독립 운동을 이끌며 '해방 전사'로 칭송받았던 무가베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980년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독재자로 돌변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인권탄압과 부정부패로 악명을 떨쳤고, 수많은 정적들을 살해하며 무려 2만여 명이 목숨을 잃는 무자비한 숙청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민심을 얻기 위해 외국인 농장주의 땅을 강제로 빼앗아 토지개혁도 단행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발길을 돌렸고,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내리면서 짐바브웨 경제는 파탄나고 말았다.

짐바브웨 국민이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실업, 빈곤,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데도 무가베 대통령 일가는 수십억 원을 들여 호화 생일잔치를 벌이고 선거 부정을 저지르며 독재를 유지해왔다.

부부 세습 막은 군부, 또 다른 독재의 시작?

짐바브웨 군부가 장악한 수도 하라레 상황을 전하는 BBC 트위터 갈무리.
 짐바브웨 군부가 장악한 수도 하라레 상황을 전하는 BBC 트위터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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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욕심은 37년 독재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기 위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전격 경질했다. 음난가그와는 경질 직후 생명의 위협을 호소하며 해외로 망명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도 권력욕을 숨기지 않았다. 무가베 대통령의 타자원으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그레이스는 1996년 41세 연상의 무가베 대통령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영부인이 되자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선 그레이스는 집권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산하 조직 '여성연맹'의 수장에 오르면서 대통령직 승계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무가베 대통령 부부의 지나친 욕심은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군부의 반발을 초래했다. 지난 13일 군부를 이끄는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은 "혁명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정치 개입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군부가 무가베 대통령을 완전히 몰아내면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다시 데려와 대통령 대행으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큰 유혈사태 없이 순조롭게 정권 이양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짐바브웨가 다이아몬드, 석탄, 구리, 철광석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능력있는 인물이 새로 권력을 잡으면 경제가 빠르게 살아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서 독재 정권에 부역했던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군부를 등에 업고 정권을 잡으면 또 다른 독재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태그:#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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