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종시 소재 '도램마을 11단지'에서 해고된 경비노동자들 5명이 매일정문 앞에서 돌아가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종시 소재 '도램마을 11단지'에서 해고된 경비노동자들 5명이 매일정문 앞에서 돌아가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독자제공

관련사진보기


세종시 한 아파트가 경비원과 청소노동자를 돌연 무더기로 해고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이 아파트에서 일을 시작한 지 7개월 정도로 모두 계약기간조차 끝나지 않았다.
 
세종시에 있는 '도램마을 11단지'에는 지난 3월부터 입주한 58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입주와 함께 일하고 있던 경비원은 5명, 청소노동자는 8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6일과 7일, 경비원 5명 전원이 영문도 모른 채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근로기준법에는 1개 월 전에 '해고 예정'임을 예고하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 지키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용역업체가 A업체에서 B업체로 바뀌면서 고용을 승계하지 않고 경비노동자를 모두 교체한 것이다.
 
그러면서 B업체는 경비인력을 3명(기존 5명)으로, 청소노동자는 5명(기존 8명)으로 줄였다. 이 때문에 청소노동자 2명도 함께 해고됐다. 기존 A업체 소속이던 관리소장도 해고됐다.
 
이들은 모두 근로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 경비노동자는 올 12월 말까지, 청소 노동자들과 관리소장은 내년 3월 27일까지가 계약기간이다.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위탁 관리업체를 바꾸고, 근무 중인 노동자들을 무더기 해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을 잃은 경비노동자 5명은 지난 13일부터 정문 앞에서 '경비원 집단전원해고 사유를 해명해 달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함께 해고된 청소노동자와 관리소장도 부당해고라며 맞서고 있다.
 
특히 경비노동자들은 자신들을 해고한 주체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인지, B업체인지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비 일을 하다 해고된 한 노동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며 아파트 관리업체를 바꾸기로 의결하고, 입찰공고를 통해 지금의 새 관리업체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고, 그동안 궂은 일을 도맡아 해 용역관리업체가 바뀌더라도 당연히 고용이 승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누가, 왜 해고를 결정했는지 영문이라도 알려 달라고 물었지만 아직까지 대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기존 경비원들과 청소원들이 아파트 입주 때부터 이사 일을 도와주고, 쓰레기 다 치우고, 아파트 구석구석을 돌며 담배꽁초까지 다 줍는 등 온갖 힘든 일을 다 했다"며 "이유도 없이 이렇게 해고하는 건 받아 들일 수없다"고 강조했다.
 
입주자대표자회의 관계자는 새 관리업체 선정배경에 대해 "입주자대표자회의에서는 위탁관리업체 선정만 했고, 업체선정 이후 노무관리 문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용역관리업체가 고용을 승계하든, 축소하든 이는 업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공동주택관리법과 위수탁관리계약서에도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인사 업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주택관리업자 선정 당시 낸 공고문에는 '공고일 기준 현재 관리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직원 일부 또는 전부를 고용승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관련 규정에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 관리주체가 새로 선정된 때에는 기존 근로계약이 자동해지 된다'는 규정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어 고용승계를 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8개월 만에 관리업체를 교체한 이유에 대해서는 "인근 다른 아파트와 비교할 때 규모대비 관리 인력이 많이 투여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로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된 B업체 측과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비원 해고 문제에 대해 책임 있게 답변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14일 대전지방노동청에 기존 A용역업체를 상대로 해고 예고 통지를 하지 않은 점과 미지급된 연차수당(8개월)을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서도 새로 선정된 B업체에 해고를 종용했는지를 밝혀 줄 것을, B업체에 대해서는 부당해고를 한 혐의 등으로 각각 지방노동청에 추가 고발장을 낼 예정이다.  


태그:#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집단해고, #세종시, #도램마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