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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면 힘들겠지만 여럿이 함께 하니 참 좋아요."
▲ 대전 엄마꿈 협동조합 이효숙 이사장 "혼자 하면 힘들겠지만 여럿이 함께 하니 참 좋아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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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 주관, 마을기업 관련 업무에 2년 가량 함께 했다. 결혼과 함께 대전에 살면서 초반에는 낯선 자유로움이 좋았다. 육아에 전념하며 친구, 가족과 멀어지면서 늪에 빠지듯 마음에 병이 들 때쯤 대전 한살림을 만나 이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대전 엄마꿈 협동조합, 이효숙(45) 이사장을 만나 협동조합으로 나아가는 데 여러 생각과 경험을 들었다. 대전한살림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엄마꿈 협동조합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시선애(47) 조합원이 동행했다.

대전 동구 가오동에 있는 엄마꿈 협동조합은 '한살림의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 그리고 지역살림의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자리를 만들어 간다'라는 목적으로 대한민국 아줌마 다섯 명으로 구성된 노동자 협동조합이다. 2015년 8월에 4명이 협동조합을 결성했고, 2016년에 한 분이 동참하여 만들었다. 수년 간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했던 대전한살림의 주도로 설립되었고, 이제 3년차에 접어들었다.

구성원 중에는 기존 매장의 팀장을 했던 분도 있고, 대전한살림 이사장을 했던 분도 있고, 새내기 조합원도, 지역 주민 조합원도 있다. 이 다섯 명 조합원의 공통점은 협동조합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주된 업무는 대전한살림이 운영하는 가오동 매장 운영과 조합원 활동 위탁 운영이다.

대전의 아줌마 노동자 다섯 명이 운영하고 있는 엄마꿈 협동조합
▲ 대전 한살림 가오매장 대전의 아줌마 노동자 다섯 명이 운영하고 있는 엄마꿈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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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동 매장의 경우 매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엄마꿈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생산자의 일손돕기는 물론, 탈핵 운동, GMO 반대 운동, 공부나 요리 모임, 재능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이효숙 이사장은 자녀를 가급적 시골에 있는 학교로 보내야겠단 생각으로 대전에서는 조금 외진 동구 하소동으로 이사를 했다. 2년 가량 시골 생활 중 과거에 한 살림 이사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 동구 지역 모임에 나가 공동체에 참여했다.

"한살림 가오동 매장이 기존 방식이 아닌 협동조합 위탁 형태로 운영된다는 제의에 겁 없이 OK! 하고 오늘에 이르렀어요. 사실 매장 이용을 많이 해본 적도 없고 오로지 일주일에 한번 배달되는 한살림 공급에 의존해서 10년을 이용했고 판매나 영업의 경우 마을기업에서 커피 몇 잔 팔았던 게 전부였거든요.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표현이 딱 맞아요. 기존에 해본 일이라고는 대부분이 메일 보내고 확인하고 이런 식의 정적인 사무직이었는데, 발로 뛰기 시작했어요."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이 모이다 보니 관계와 소통이 문제였다. 각자 기질과 성향이 다른 사람이 모이다 보니 안 맞는 부분도 있고,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모여 대화를 나누고 토론한다. 그 토론은 협력을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존 매장 운영과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특별히 정해진 틀이 없고 자율적인 부분이 매우 많다. 끊임없이 엄마꿈 협동조합 내부에서 또는 대전 한살림과 조율하고 소통해야 하는 부분이 힘겹기도 하다. 더 비판적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한 경험보다는 난제가 쌓여 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씩 전문가와 함께 엄마꿈 협동조합이 거듭나기 위해 사회적 회계 워크숍을 진행하며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미래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좀더 실제적인 접근을 통해 꼼꼼히 점검하고 확인하며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협동조합 전환으로 얻은 장점도 있다. 아직 대전한살림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은 아니라 해도, 운영에 있어서 활동가들이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소비 조합원들과 소통하며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아이가 아프거나 각자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배치하여 서로 배려하는 것은 엄마꿈 협동조합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서로 협력하여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시간대별로 근무하는 조합원이 다르다 보니 모두 모여 소통하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SNS가 연결고리가 되어 주기도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보니 일하면서 사소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림책 읽는 북적북적 모임, 책 수다 모임, 외갓집 제철요리 모임, 중학교 영어부터 다시 공부하기 모임 등 다섯 명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주1회~월1회 가량 매장 이용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소모임들이 있는데 좀 더 즐겁게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향후 엄마꿈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과 조합원들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공동체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매장의 환경이 좋아지고, 관계도 좋아지고, 이용 조합원이 늘어 매장 운영과 활동이 원활해지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고 지역의 거점 매장으로 성장하도록 도전하고 싶다.

더불어 함께 웃으며 우리 꿈 이루어요
▲ 대전 엄마꿈 협동조합 더불어 함께 웃으며 우리 꿈 이루어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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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내세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매장 이용 조합원들이 엄마꿈 협동조합에 대해 애착이 있고,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가오 매장만의 밴드 운영으로 조합원들과 끈끈한 정을 나눈다. 단순히 물건만을 사는 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망을 형성하여 공동체 문화를 공유하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이효숙 이사장의 큰 기쁨 중 하나다.

"아직은 서로 힘들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함께 일한다면 좋겠어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여럿이 하니까 가능하거든요. 한살림과 함께 한다는 건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사람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순환하는 거라고 봅니다. 오늘의 물건이 내일의 생명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환경 운동, 탈핵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며 한살림에서 일하는 조합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싶어요."


태그:#엄마꿈 협동조합, #이효숙 이사장, #대전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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