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파죽의 6연승 행진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신진식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의 'V클래식 매치'에서 세트스코어 3-0(25-18,25-23,25-23)으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2연패 뒤 내리 6연승을 거둔 삼성화재는 승점 17점으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던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가 48.65%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양 팀 최다인 24득점을 올렸고 박철우가 1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화재는 이날 팀 공격 성공률이 59.46%에 달했을 정도로 순도 높은 공격력을 자랑했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로 자리 잡은 황동일 세터의 토스워크와 공격 배분이 물이 올랐다는 뜻이다.

군복무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트레이드만 세 번

 황동일은 프로 데뷔 후 7년 동안 트레이드만 3번 경험한 V리그의 대표적인 저니맨이다.

황동일은 프로 데뷔 후 7년 동안 트레이드만 3번 경험한 V리그의 대표적인 저니맨이다. ⓒ 한국배구연맹


2000년대 중반 대학배구의 최강은 단연 최천식 감독이 이끄는 인하대였다. 미남 공격수 김요한(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과 대학배구 최고의 세터 유광우(우리카드 위비), 살림꾼 임시형으로 이어지는 '04학번 3인방'은 2006년 전국대회 전관왕에 이어 2007년에도 5개 대회 중 4개 대회를 휩쓸었다. 그리고 인하대에 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던 경기대는 인하대 3인방이 프로에 진출한 2008년 드디어 전국무대를 휘젓기 시작했다.

문성민과 신영석(이상 현대캐피탈)은 각각 날개와 중앙에서 차원이 다른 공격력을 과시했고 191cm의 왼손잡이 장신세터 황동일이 올려주는 높은 타점의 토스도 위력적이었다. 문성민, 신영석, 황동일로 이어지는 경기대 3인방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각각 전체 1, 2, 4순위 지명을 받았는데 그 중 4순위로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에 지명된 세터 황동일은 9일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스타즈)으로 이적했다.

황동일은 입단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공격하는 세터'로 이름을 알렸고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세터로서의 경험이 많지 않았던 황동일은 이경수, 김요한, 외국인 선수로 이어지는 LIG의 삼각편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황동일은 평촌고 시절까지 라이트와 세터를 겸하다가 경기대 입학 후 본격적으로 전문세터가 됐다). 결국 LIG는 2011년11월 트레이드를 통해 황동일을 대한항공 점보스로 보냈다.

하지만 한선수라는 걸출한 국가대표 세터를 보유한 대한항공에서 황동일은 더욱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LIG의 주전에서 대한항공의 백업으로 밀려난 황동일은 한선수가 군복무로 자리를 비운 2013-2014 시즌에도 주전을 확보하지 못하다가 다시 한 번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됐다. 아직 병역 의무도 마치지 못한 선수가 프로 입단 후 벌써 세 번째 트레이드. 배구계가 주목하던 장신 세터 유망주 황동일은 그렇게 저니맨으로 전락했다.

대한항공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삼성화재 역시 유광우라는 확실한 주전 세터를 보유한 팀이었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박철우의 입대로 약해진 라이트 포지션 강화을 위해 황동일을 공격수로 활용했지만 황동일은 선천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았던 김명진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결국 프로 입단 후 7년이 지나며 더 입대를 미룰 수 없었던 황동일은 2014-2015 시즌이 끝난 후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했다.

유광우 이적으로 얻은 기회 완벽하게 살리고 있는 황동일

 이제 황동일은 삼성화재에서 없으면 안되는 핵심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황동일은 삼성화재에서 없으면 안되는 핵심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 삼성화재 블루팡스


삼성화재 팬들은 어차피 복귀해도 유광우의 백업 역할 정도 밖에 기대할 수 없는 황동일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실제로 황동일은 전역 후 세터가 아닌 중앙 공격수로 변신해 4경기를 뛰었지만 팀에게도 자신에게도 별다른 도움이 되진 못했다. 일부 배구팬들은 당시 포지션을 옮겨다니며 방황하는 황동일을 보며 '이제 리베로랑 레프트만 하면 모든 포지션 섭렵하겠다'는 식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황동일에게 의외의 기회가 찾아왔다. FA센터 박상하를 영입한 삼성화재가 보상선수로 주전세터 유광우를 내주게 된 것이다. 졸지에 주전세터를 잃은 삼성화재의 새로운 주전 세터는 지난 시즌 유광우의 백업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이민욱 세터에게 돌아갈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신진식 감독은 프로 데뷔 후 이렇다 할 전성기도 없었던 32세의 베테랑 황동일 세터를 주전으로 낙점했다.

시즌 개막 후 8경기를 치른 현재 신진식 감독의 선택은 정확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화재가 6승2패로 단독선두에 올라있고 황동일 세터 역시 세트당 10.25개의 토스를 성공시키며 세트 부문 2위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큰 키를 이용한 2단 공격을 하는 척 하다가 김규민과 박상하 등 센터진에게 올리는 기습적인 속공 토스가 일품이다.

15일 현대캐피탈과의 클래식매치에서도 황동일 세터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지난 시즌까지 볼 수 없었던 자신감 넘치는 토스로 타이스를 비롯한 공격수들을 고르게 활용했고 본인도 과감한 2단 공격으로 2득점을 올렸다. 비록 블로킹이나 서브 득점은 없었지만 유효블로킹(자기팀의 수비로 연결되는 블로킹) 4개와 6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를 기록하며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했다.

서른이 훌쩍 넘은 황동일 세터가 앞으로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을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우월한 신체조건과 포지션 대비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황동일은 코트에서 자신감만 잃지 않는다면 '명가' 삼성화재의 주전세터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칠 수 있다. 사실 각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된 이번 시즌 V리그에서 팀을 6연승으로 이끈 세터의 기량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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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삼성화재 블루팡스 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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