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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 흥해지역에 건물 벽돌이 떨어져 차량이 파손을 입었다.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 흥해지역에 건물 벽돌이 떨어져 차량이 파손을 입었다.
ⓒ 김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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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또 다시 흔들렸습니다.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을 부산에 있는 저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그 느낌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부산에서 경주 지진을 이미 겪어 본 경험이 있던 터라, 단번에 지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은 기자가 있던 건물이 전체적으로 살짝 내려앉듯 출렁이는 기분이 들었던지라 순간 '저번보다는 강한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5천 년 반만년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지진 없는 우리나라'라는 자부심이 이제 민망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언론은 지진 대비를 얼마나 갖추었을까요.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올여름 두 차례 일본을 찾아 지진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재난 보도를 취재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지진 발생 1년을 맞았던 경주를 찾아 또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기사보기) 오늘은 그 취재 뒷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려 합니다.

재난 대비하는 일본 언론... 원전 사고만 100쪽 넘는 매뉴얼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원전 1호기 폭발 장면.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원전 1호기 폭발 장면.
ⓒ 후쿠시마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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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놀란 건 단 한 번의 재난을 위한 그들의 대비였습니다. 대표적인 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잡아냈던 작은 지역 방송국의 무인 카메라였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의 지역 민간방송국인 후쿠시마중앙TV는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폭발하는 그 순간의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쩌다 보니 찍힌 영상이 아닙니다.

1999년 일본에서 핵연료 가공회사인 JCO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어 2명의 사망자와 439명의 피폭자가 발생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일본의 충격은 컸죠.

후쿠시마중앙TV는 그 일을 계기로 노후 원전인 후쿠시마 1호기만을 찍는 무인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카메라는 그렇게 10년이 넘게 만에 하나 있을 사고를 대비해 후쿠시마 1호기를 찍어왔습니다. 도쿄에 있던 일본 총리도 이 영상을 보고 원전 폭발을 알았을 정도입니다.

이곳뿐 아니었습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한 준비를 일본의 언론들은 쉼 없이 하고 있었습니다. 지진을 물론이고 각종 재난에 대한 매뉴얼을 구축해 놓은 곳도 많았습니다.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접한 한 언론사의 재난 대비 매뉴얼은 원전 사고에 대한 분량만 100쪽이 넘었습니다.  지진은 150페이지도 넘습니다.

재난 보도는 시민의 안전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그만큼 언제 어느 때 재난이 발생해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미리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2시간 넘어 재난 방송해도 과태료 내면 끝?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 한 초등학교 외벽이 무너져 주차된 차량 위에 떨어져 있다.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 한 초등학교 외벽이 무너져 주차된 차량 위에 떨어져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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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정은 어떨까요. 국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주 지진 뒤 지난해 3~4분기 재난방송을 보면 185건이 30분 넘게 지연된 걸로 나옵니다. 2시간이 지나서 소개된 것도 121회에 달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그만큼 한국 언론이 재난 보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방송발전기본법은 재난방송을 강제로 규정하고 있고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분합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실제 부과한 58건의 과태료는 한 건 당 750만 원 수준이었죠.

재난방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보니,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에 대해서만 재허가 시 재난 보도 적절성 평가를 50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전체 점수는 1050점이고, 이 중 650점만 넘으면 재허가가 결정됩니다. 이마저도 최근 영향력이 커진 종편의 경우 재승인 때 단독 배점 없이 '공익성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만 재난방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입니다.

재난도 지역 차별하는 언론 보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2016년 9월 21일 오후 경북 경주 황남동에서 와공(기와 기술자)들이 지진으로 파손된 기와지붕을 수리하고 있다.
이날 지진 피해로 수리를 하게 된 집주인은 "당장 급한 대로 집에 물은 새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 보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사무소 직원에게 지진 피해 복구에 대해 물어보면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답만 되풀이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급한 대로 자비 들여 보수 시작했다" 2016년 9월 21일 오후 경북 경주 황남동에서 와공(기와 기술자)들이 지진으로 파손된 기와지붕을 수리하고 있다. 이날 지진 피해로 수리를 하게 된 집주인은 "당장 급한 대로 집에 물은 새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 보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사무소 직원에게 지진 피해 복구에 대해 물어보면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답만 되풀이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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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재난에 대한 관심입니다. 특히 한국의 언론보도는 재난 초기에만 반짝 생겼다가 금방 사그라졌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경주 주민은 제목만 그럴싸하게 해서 관심을 유도하는 '낚시성 기사'로 분노했던 경험을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포항 지진과 관련한 언론 보도도 단지 시민들의 관심을 잠깐 끌었다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와는 분명히 다른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많은 주민들이 해 주었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이었던 건 또 있습니다. 만약 서울에서 이런 재난이 발생해도 언론의 관심이 그러했겠느냐는 것이었죠.

이건 비단 경주가 아니라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을 경험한 분들에게도 공통으로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아, 그런 점에서 경주에 사는 일본인 아라키 준(荒木 潤·53)의 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걱정되는 게 서울 사람들은 무관심해도 되겠냐라는 생각이에요. 엄청 무서운 일이지만, 같은 규모가 서울서 났다면 반드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겁니다. 인구 밀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태그:#포항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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