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과정이 모두 종료됐다. 16일 오전 11시 15분(한국시간) 페루 나시오날 데 리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대륙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홈 팀 페루가 뉴질랜드를 2-0으로 격파하고 러시아 월드컵 32번째 티켓을 손에 넣었다. 페루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됨에 따라 내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참가할 32개 국가가 모두 결정됐다.

대륙별로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됐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이 페루와 뉴질랜드의 경기를 끝으로 완전히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것은 본선이다. 언제나 그렇듯 월드컵에는 만만히 볼 만한 팀이 없기에 본선 진출에 성공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벌써부터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현 시점은 각 팀의 전력 분석을 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조 추첨도 시행하지 않은 시기이기에 팀의 전력보다는 출전국과 관련된 많은 사실과 역사가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 러시아로 향할 32개국 중 흥미로운 사실과 역사들을 모아봤다.

스페인의 2시드행

 스페인 축구대표팀

스페인 축구대표팀 ⓒ pixabay


스웨덴에 밀려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놓친 이탈리아를 제외한 전통의 축구 강국들은 모두 러시아 땅을 밟는다. 아직 대회까지 7개월 남짓한 시간이 남아있지만,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월드컵 우승 국가에 대한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티테 감독 부임 이후 빠르게 위용을 되찾은 브라질과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필두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프랑스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무적함대' 스페인도 예외가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 2016에서의 실패는 이제 과거가 됐다. 지난해 7월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새롭게 스페인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스페인은 다시 강력한 팀으로 돌아왔다. 미드필더의 왕국답게 중원의 화려함은 세계 최고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적절히 섞인 포백도 안정적이다. 최전방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를 축으로 측면에 배치되는 이스코와 다비드 실바가 만들어내는 공격도 일품이다.

그 어떤 국가도 본선 무대에서 스페인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정도로 스페인의 현재 전력은 강하다. 그런데 이 대단한 스페인은 월드컵 본선 톱(TOP)시드에 포함될 수 없다. 월드컵 본선은 조추첨에 앞서 먼저 32개국이 8개씩 4개 시드로 나눠진다. 하나의 시드에서 한 국가씩 무작위로 뽑아 4개 국가로 구성된 1개의 조가 완성된다. 톱시드를 제외한 세 개의 시드는 본래 대륙별 묶여 배정됐지만, 이번 월드컵부터는 오로지 FIFA 랭킹 순서대로 시드를 배정하기로 했다. 단, 14개국이 본선에 참가하는 유럽 대륙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들은 같은 조에서 같은 대륙의 국가와 만날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시드는 FIFA 랭킹 상위 순서대로 나눠진다. 톱시드는 지난 10월 FIFA 랭킹상 1~7위에 속한 국가가 포함된다. 즉, 톱시드는 개최국 러시아가 한 자리를 가져가고 FIFA 랭킹 상위 일곱 개 국가가 위치하게 된다는 의미다. 불행히도 스페인은 지난 10월 8위로 순위를 마감하면서 톱시드를 받는데 실패했다. 톱시드 대부분 전통적인 축구 강국이지만, 5위 벨기에와 6위 폴란드의 톱시드 배정과 스페인의 2시드행은 다소 논란이 됐다.

어찌됐든 규정상 스페인은 2시드로 밀려났다. 우승 후보 스페인의 톱시드 탈락으로 역대급 '죽음의 조'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톱시드에 배정된 브라질과 2시드의 스페인이 격돌할 가능성이 생겼다. 성사만 된다면 월드컵 조별리그 사상 최고의 빅매치가 될 전망이다. 3시드와 4시드에서 월드컵에서 잔뼈가 굵은 국가들이 뽑혀 한 조를 이루면 그 조가 바로 역대 최고의 죽음의 조가 될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게도 현실로 닥칠 수 있는 악몽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탈락을 기뻐할 독일?

 이탈리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탈락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이탈리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탈락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월드컵에서 4번의 우승을 맛 본 이탈리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이탈리아 국민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조별리그 탈락이란 부진을 겪긴 했지만, 이탈리아가 세계 축구사에서 가지는 이름의 크기가 워낙 크기에 이탈리아의 몰락은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많은 축구 팬들이 이탈리아의 주장 잔루이지 부폰의 눈물에 슬퍼했지만, 이탈리아의 탈락을 내심 기뻐할 만한 국가가 있다. 바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이다. 사실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가 본선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다른 축구 강국들도 반길 테지만 그 정도는 독일이 최고일 것이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월드컵에서 4회 우승을 경험한 독일은 5회 우승의 브라질에게 우승 횟수는 밀리지만, 최근 월드컵에서의 성적에서는 앞선다. 2002 한·일 월드컵 준우승으로 21세기를 시작한 독일은 이후 대회에서 3위-3위-우승을 기록했다. 브라질 땅에서 브라질에게 치욕적인 7-1 패배를 선물할 정도로 월드컵에서 독일은 강한 존재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만나면이상하게도 독일은 작아진다. "90분 동안 22명이 공을 쫓아 다니다가 결국에는 독일이 이긴다"라는 개리 리네커의 말은 이탈리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일단 상대 전적부터 독일은 이탈리아에게 9승 14무 16패로 열세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독일이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이탈리아를 이긴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와 유로와 월드컵에서 총 9번 맞대결을 가진 독일은 5무 4패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월드컵에서는 2무 3패로 압도적인 열세다. 특히 자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준결승에서 연장전 끝에 0대2로 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유로 2016 8강전에서 이탈리아를 무너뜨린 최근의 기억이 있지만, 승부차기 끝에 이긴 것이기에 공식 기록은 무승부다. 위기에 순간에 독일을 잡고 살아났던 이탈리아의 기묘한 역사를 봤을 때 이탈리아의 탈락은 독일에게는 큰 기쁨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세대교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팀이 모두 확정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팀이 모두 확정됐다. ⓒ pixabay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회다. 때문에 아무리 전력이 강한 국가라도 지역 예선부터 치밀하고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 본선에 참가하길 갈망한다.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네덜란드와 칠레, 미국과 같이 매 대회마다 축구 강호가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대체로 기존에 참가하던 국가들이 꾸준히 본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향이 짙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나올 만한 국가는 웬만하면 다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 대륙만은 예외다.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부활을 노리는 아프리카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아프리카 국가는 총 5개 국이다. 나이지리아가 일찌감치 진출을 확정지었고 이집트와 튀니지, 모로코, 세네갈이 러시아행을 따냈다.

2010 남아공 월드컵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3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나이지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국 모두 오랜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아프리카 축구의 세대 교체다.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이집트다. 이집트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참가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팬들에게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이 아프리카의 최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아프리카 최고의 팀으로 군림 중인 국가는 이집트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만 7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기록하며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2006~2010년까지는 세 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다. 아프리카 내에서 이집트는 지속적으로 좋은 실력을 보였음에도 유독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긴 기다림 끝에 기회를 잡았다.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의 공격력 아래 이집트가 월드컵의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모로코도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기회를 잡았다. 지난 달 한국과 평가전에서 보여줬듯이 모로코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본선행 티켓을 두고 다퉜던 경쟁자 코트디부아르와의 원정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을 정도다. 유럽의 이름값 있는 클럽의 핵심 멤버들이 모로코에는 다수 포함되어 있어 러시아 월드컵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세네갈과 튀니지는 각각 16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게 됐다. 관심이 가는 국가는 단연 세네갈이다. 세네갈은 첫 출전이었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서 8강까지 진격하며 대파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특히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당시 디펜딩 챔피언이자 유로 2000 우승국인 프랑스를 1대0으로 꺾은 것은 '월드컵 이변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당하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월드컵 출전이지만 세네갈은 사디오 마네라는 정상급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고, 체이쿠 쿠야테와 칼리두 쿨리발리 등의 준척급 선수도 포진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2002년보다 낫다.   

이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32개국을 확정지었을 뿐인데 진출국들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추억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맞대결 상대가 결정되는 조추첨이 끝나면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여정은 점차 고조될 전망이다. 러시아 현지 시간으로 12월 1일에 32개국의 운명이 달린 월드컵 조추첨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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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진출국 확정 스페인 독일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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