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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된 굴삭기의 매연 배출량을 측정해봤다.
▲ 노후 굴삭기 매연 테스트 10년 이상된 굴삭기의 매연 배출량을 측정해봤다.
ⓒ 김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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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굴삭기의 매연을 측정한 결과, 불투과율이 무려 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 물질 대부분이 여과되지 않고 대기중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연에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물질이 대거 함유돼 있다.

바로 옆에서 매연 측정 과정을 지켜본 대가는 컸다. 매스꺼워진 속이 오래도록 가라앉지 않았고 매캐한 냄새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맑은 하늘 사이로 검게 흩어지는 시커먼 매연의 잔상도 오래 남았다. 10년 이상된 노후 굴삭기를 대상으로 엔진 교체전과 후의 매연 배출 실태를 점검해봤다.

엔진에서 나오는 매연 여과없이 배출
노후 엔진을 장착한 굴삭기의 매연 불투과율이 97%에 달했다.
▲ 노후 굴삭기 매연 테스트 노후 엔진을 장착한 굴삭기의 매연 불투과율이 9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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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등록된 5톤급 굴삭기의 매연 측정은 노후 경유차와 건설기계의 교체 엔진 전문 제조사인 이알인터내셔널의 협조를 받아 진행했다. 현대자동차 수준의 배출가스 측정 및 실험 장비를 갖추고 있는 업체다.

10년을 조금 넘긴 굴삭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은 육안으로도 쉽게 구분이 됐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매연 불투과율, 그러니까 유해물질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 비율이 97%나 됐다. 경유 엔진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하나도 걸러지지 않고 모두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고 굴삭기의 배기구에 갖다 대자 바로 시커메진 종이컵만으로도 매연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전자식 엔진으로 교체한 2002년식 굴삭기의 매연을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매연 불투과율이 4%로 떨어졌고 육안이나 냄새로도 매연이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았다. 종이컵도 원래의 하얀색을 그대로 유지했다.
엔진을 교체한 굴삭기에서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연이 거의 배출되지 않았다.
▲ 노후 굴삭기 매연 테스트 엔진을 교체한 굴삭기에서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연이 거의 배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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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이알인터내셔널 상무는 "굴삭기를 포함한 노후 건설기계의 엔진을 전자식으로 교체하면 매연 배출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에 등록된 약 46만여 대의 건설기계 가운데 절반가량으로 추정되는 노후 엔진 교체 건수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1726건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1만여 대의 노후 건설기계 엔진 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2006년 이전 등록된 20만 1346대의 5%에 불과한 숫자다.

환경부가 지난 2014년 조사한 건설기계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1만 6824t. 이는 일반 자동차를 포함한 이동 오염원 전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2만 7000여t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의 약 2.1%에 불과한 건설기계의 전체 대기오염 기여율이 약 2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환경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굴삭기와 지게차 

노후 엔진을 그대로 달고 있는 굴삭기에서 매연이 배출되는 모습
▲ 노후 굴삭기 매연 테스트 노후 엔진을 그대로 달고 있는 굴삭기에서 매연이 배출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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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기계는 총 27종, 이 가운데 원동기로 분류되는 9종 가운데 덤프트럭과 콘크리트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 3종은 운행차 배출허용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고 정기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굴삭기와 불도저, 로더, 지게차, 기중기, 롤러 등 나머지 6종은 배출가스와 관련한 환경 기준과 규제가 전혀 없고 정기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테스트에 사용된 노후 굴삭기의 매연 불투과율이 97%에 달해도 아무런 제한 없이 운행될 수 있는 것도 법과 제도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매연 측정은 엔진을 교체하지 않은 굴삭기와 새 엔진으로 교체한 굴삭기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 노후 굴삭기 매연 테스트 매연 측정은 엔진을 교체하지 않은 굴삭기와 새 엔진으로 교체한 굴삭기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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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이알인터내셔널 상무는 "건설기계 3종의 매연 검사도 무부하로 이뤄지고 있어 형식에 그치고 있다. 굴삭기도 정밀검사(부하)로 했다면 매연 불투과율은 더 높을 것"이라며 "건설기계 전체의 저공해 조치 명령과 엔진 교체 및 대폐차 지원, 이동식 매연 측정기를 활용한 검사 등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도 지게차와 굴삭기의 엔진 교체로 얻는 비용 편익비(b/c ratio)가 각각 1.97, 1.17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엔진 교체에 지원되는 예산 규모에 비해 사회적 편익과 연료비 및 유지보수비용 절감, 그리고 잔존가치의 상승으로 얻어지는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등록된 건설기계 가운데 굴삭기와 지게차 비중이 약 60%에 달하며 그만큼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대기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경유 승용차에 편중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매연 불투과율 90%가 넘는 노후 건설기계쪽으로 돌려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미세먼지, #굴삭기, #건설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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