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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가 김천역전에서 진행해 온 촛불은 지난 13일자로 450일을 맞았다. 대책위는 김천촛불 1년을 책으로 펴냈다.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가 김천역전에서 진행해 온 촛불은 지난 13일자로 450일을 맞았다. 대책위는 김천촛불 1년을 책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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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아래 김천대책위)가 촛불 1년을 넘기면서 지난 365일을 돌아본 기록집 <힘내라 촛불아>를 펴냈다. '김천촛불 365일 너머'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지난 1년여의 투쟁과 그 갈피에 담긴 분노와 눈물과 기쁨의 기록이다.

김천대책위, <힘내라 촛불아> 펴내다

김천대책위가 사드반대를 표명하며 첫 촛불을 밝힌 것은 2016년 8월 20일이었다. 부곡동 강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첫 번째 촛불집회를 마치면서도 시민들은 이 촛불이 해를 넘기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천대책위가 펴낸 <힘내라 촛불아>(2017.11.6 발행, 255쪽)
 김천대책위가 펴낸 <힘내라 촛불아>(2017.11.6 발행,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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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촛불은 해를 간단히 넘겼고 첫돌을 맞았다. 그 365일 동안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지 못한 날은 단 하루였다. 그리고 지난 13일, 마침내 450일째 촛불이 지펴졌다. 천막을 치고 숙식을 하면서 이어가는 장기 농성도 아니면서 450회, 450일 동안 촛불을 밝힌 것은 초유의 일이다(관련 글 : 김천시민들이 밝힌 삼백예순다섯 번째 촛불).

김천시민 자신들도 지금까지 촛불을 밝혀온 것에 대해서 경이롭게 여기는 이유다. 김천은 여느 대구 경북 지역과 마찬가지로 매우 보수적인 고장이다. 시민들은 수십 년 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데다 시민운동의 전통도 짧다.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장과 시의원 등 선출직들은 대부분 보수정당 출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여느 지역 못잖았다. 그런데 이들 시민들이 김천 혁신도시 율곡동에서 직선거리로 8.3km 떨어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강변공원에서 밝히기 시작한 촛불은 공설운동장을 거쳐 지난해 8월 31일 김천역 광장으로 옮아오면서 시민들은 손쉽게 여기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역전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거듭되자 시민들은 어느 날부터 이 광장을 '평화광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450일 동안 눈비가 내려도 김천시민들의 촛불을 멈추지 않았다.
 450일 동안 눈비가 내려도 김천시민들의 촛불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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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0일 동안 촛불을 지탱해 온 힘은 평화로운 삶을 유린당할 수 있다는 분노에서도 왔다.
 450일 동안 촛불을 지탱해 온 힘은 평화로운 삶을 유린당할 수 있다는 분노에서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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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 촛불의 주력은 특정 세대에 그치지 않지만, 빗속에 모인 어머니들의 힘이 컸다.
 김천 촛불의 주력은 특정 세대에 그치지 않지만, 빗속에 모인 어머니들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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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려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집회는 계속되었다. 빗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의지를 새롭게 벼렸을 것이다.
 비가 내려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집회는 계속되었다. 빗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의지를 새롭게 벼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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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평화광장에는 지난 440일 동안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비가 오면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쓰고 모였고, 거센 한파가 몰려오면 두터운 외투로 몸을 감싸고 모였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안고 집회에 참여했고 시골 할머니들도 들일을 마치고 고단한 몸을 가누고 광장으로 나왔다. 모이는 시민들의 숫자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밝히는 촛불의 소망은 하나같았다.

소성리 사드의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혁신도시 율곡동과 주변 농소면과 남면의 주민들이 자신의 삶에 위협을 가하는 사드 배치에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평화광장에서 촛불은 그들만이 아니라, 그 지역 밖에 살고 있는 모든 김천시민들의 것이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평화로운 삶이 보장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평화로운 삶이 보장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촛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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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0일 동안 촛불을 밝힌 시민들은 "살며, 사랑하며 평화를 지켰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450일 동안 촛불을 밝힌 시민들은 "살며, 사랑하며 평화를 지켰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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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들이 자라날 김천의 평화'는 곧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한반도의 평화'로 발전했다.
 '내 아이들이 자라날 김천의 평화'는 곧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한반도의 평화'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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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이 계속되는 동안, 농소면의 할머니들은 역사 벽을 등지고 한결같이 집회에 참여했다.
 촛불이 계속되는 동안, 농소면의 할머니들은 역사 벽을 등지고 한결같이 집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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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성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
 김대성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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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이해로 시작된 촛불이 달을 넘기고 해를 넘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지금껏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정부, 나랏일에 반기를 들고 저항하는 일이었다.

450일 동안의 장기 촛불을 이어온 근본적인 힘은 무엇일까. 김천대책위 김대성 공동위원장의 진단(서면 인터뷰, 이하 같음)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사드 자체가 군사적 실효성이 없으므로 국가 안보에 불필요할 뿐더러 오히려 전쟁 위협을 높이는 무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드 배치 결정이나 강행 과정의 불법과 편법 꼼수들은 법적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못했고요. 또 시민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고 정권이 바뀐 후에도 계속 기만당하고 있다는 분노와 배신감이 강한 투쟁 의지로 표출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광화문 촛불로 이룬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소중한 경험이 밑거름이 돼 민의와 국익에 반하는 사드 배치 또한 우리 김천시민들 촛불의 힘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생존권과 안전을 넘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배치를 철회하지 않고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깨달음도 컸습니다."

이 끈질긴 촛불의 저항을 바라보며 국외자들은 집회를 멈추자는 의견은 없었을까를 궁금해 한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시민의 이름으로 모이는 집회, 만약 누군가가 이견을 보이기 시작하면 판은 헝클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집회 중단보다는 소성리 현장으로 집중하자거나 일주일에 2~3회 하자는 의견은 있었지요. 하지만 김천 촛불이 꺼뜨리는 것은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부의 불법적인 사드배치를 우리가 용인하는 것이 되고 스스로 투쟁의 정당성을 내려놓는 자기 부정이 될 수밖에 없지요."

450일 동안 촛불을 지켜왔지만 사드 배치는 이미 이뤄졌고, 정부가 사드를 철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김천시민들은 이후 투쟁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꽤 난처한 질문이 되리라고 여겼는데 정작 김대성 위원장의 답변은 간결했다.

"사드배치는 박근혜 적폐 중 가장 위험한 적폐입니다. 우리는 정부에 법적 정당성을 지키라고 요구합니다. 주민토론회, 환경 영향 평가 등 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른다면 사드는 불법적인 것으로 드러나서 철회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 이를 요구하면서 12월 2일 6번째 소성리 평화 대행진을 갖습니다. 전국의 평화 민주세력과 사드철회 투쟁이 한반도 평화에서 갖는 중대성을 공유하고 함께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촛불을 이어온 공은 당연히 김천시민들에게 있음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에게 시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구했다. 그는 '집행부로서 여기까지 힘들게 오시게 해서 송구스럽다'고 했다. 또 "사드라는 무기가 중국과의 갈등을 심화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멀게 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며 미국의 세계 패권이라는 음모가 집약된 어마어마한 것인 줄 미처 몰랐다"면서 촛불을 내려놓지 말자고 역설했다.

"힘들지만 우리가 촛불을 내려놓는 순간 김천은 한반도 유사시 전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고 10년, 20년 뒤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전쟁 위협과 미국의 군사적 식민지 노릇을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실현하는 촛불의 자긍심을 잊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박한 소망, 평화로운 '김천'에서 '한반도'로

지도부로서의 부담과 책임감이 이 싸움의 대의를 국제관계 속의 거대 담론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시민들 개개인의 뜻은 그보다 훨씬 소박하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의 소망은 '내 아이들이 자라날 평화로운 김천'에서 시작된다. 그 '김천'이 '한반도'로 확대되는 인식의 지평이 이 촛불이 한낱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되지 않는 도덕적 근거다.

 부모의 품에 안겨서 촛불을 겪은 아이들은 자라서 이날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부모의 품에 안겨서 촛불을 겪은 아이들은 자라서 이날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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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 자기들의 방식으로 몫을 다했다. 서울 청와대 분수대(사랑채) 앞에 선 김천 아이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 자기들의 방식으로 몫을 다했다. 서울 청와대 분수대(사랑채) 앞에 선 김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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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오고 있다. 이 촛불은 언제까지 밝혀져야 할까.
 겨울이 오고 있다. 이 촛불은 언제까지 밝혀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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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 '시대적 울림'에 동참하기

450회 촛불도 여느 날처럼 켜졌다. 떨어진 기온 때문에 스산한 평화광장에서 언제나 그랬듯 씩씩하게 촛불을 밝히면서 시민들은 지난 겨울과 다시 맞을 겨울을 생각했을까. 얼마나 더 오래 촛불을 들어야 할 것인가를 짚어보았을까.

어쨌든 김천 촛불은 다시 오는 겨울을 넘겨야 한다. <힘내라 촛불아>를 펴내면서 김천대책위는 '김천에도 광장 민주주의가 피어날 수 있도록 기억해 달라'고, '김천 촛불이 힘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한다.

<힘내라 촛불아>는 김천대책위를 통해 2만 원(우송료 포함)에 구입할 수 있다. 구입을 원한다면 sammur@hanmail.net으로 문의하면 된다. 지방 소도시 시민들의 외침이 그 지역의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와 평화를 환기하는 시대적 울림이라고 여기는 시민들은 책 한권으로도 그들의 외침에 동참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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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기사 포함, 모두 1천여 편의 글을 썼다. 2019년 5월,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에 연재한 '친일문학 이야기'를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으로 펴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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