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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예고등학교 3학년 임선홍 학생이 자신의 작품 '인디언 꿈나무'를 볼에 대며 포즈를 쥐했다.
 한국도예고등학교 3학년 임선홍 학생이 자신의 작품 '인디언 꿈나무'를 볼에 대며 포즈를 쥐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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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알맞게 차가운 날이었다. 지난 14일, 한국도예고등학교(교장 남진영) 교정에는 빨갛고 노란 단풍잎이 눈처럼 내리고 있었다. 이천시에 위치한 한국도예고등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한 도예특성화 고등학교로, 미래 한국도자산업과 도자 문화를 이끌어 갈 인재 육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에 전시된 도자기가 눈에 들어왔다. 3학년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었다. 작품은 근사하고 사랑스러웠다. 복도에서 마주친 학생들은 처음 만난 기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목소리는 활기찼고 표정은 밝았다. 임선홍 학생(한국도예고등학교 3학년)도 그랬다. 선홍 학생은 2018년도 대학입시에서 도예학과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와~ 잘 그렸네. 그림이 다른 얘들하고는 좀 달라."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고 한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선홍 학생이 그린 그림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그즈음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드로잉 위주로 미술 공부를 했다. 전시회, 박물관 등을 다니며 예술적 안목도 키웠다.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천도자기축제에서 체험한 라쿠소성이었다.

"1100도 정도 되는 가마에서 유약이 녹은 도자기를 꺼내자마자 쌀겨 속에 넣어요. 그러면 쌀겨가 뜨거운 도자기에 붙어 타면서 문양을 만들죠. 그것을 찬물에 급랭시켜요. 그때 도자기 표면에 독특한 균열이 생기는데 정말 신기하고 멋졌어요."

라쿠소성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홍 학생이 중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그로 인해 선홍 학생은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도예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도예고에 입학 후 1학년 때부터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여러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디자인공모대회 3위, 식기공모전 2위, 한국 청소년 디자인 전람회 특선 등 다수의 상을 받으며 다양한 스펙을 쌓았다. 선홍 학생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10kg의 흙으로 꼬막을 밀고 물레를 차고 문양을 새기는 등 힘든 적도 있었죠. 하지만 흙으로 3차원 형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정성 들여 만들었어도 불에 들어갔다 나와야 진정한 작품이 되는 것도 흥미롭고요. 제가 만든 작품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 기뻤어요. 그게 도자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선홍 학생은 학교 소개를 해달라는 제안에 "너무 많아 어느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친구들 자랑에 이어 학교 자랑을 쏟아냈다.

"자기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친구들이 많아요. 입학할 때 꿈이 없었던 친구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관을 갖더라고요. 창업도 꿈꾸고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우리 학교에는 전통장작가마, 전기가마, 가스가마, 물레성형실, 석고제형실, 도자전시실, 다도실, 명장 공방체험, 방과 후 프로그램 등 최고의 도예 시설과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어요.

3년 동안 도자기와 관련된 다양하고 전문적인 경험과 실습을 하니까 도예가로서 기본 소양을 배우고 성장할 수밖에 없죠. 선생님들은 친절하시고 학생들을 섬세하게 잘 챙겨주세요. 학생들은 서로 경쟁자일 수 있지만 서로의 작품에 대해서 피드백을 잘 해주고요. 학교가 가족 같은 분위기에요. 흙을 만지고 예술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한국도예고등학교 학생이 물레 성형을 하고 있다.
 한국도예고등학교 학생이 물레 성형을 하고 있다.
ⓒ 한국도예고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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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 학생은 도예고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학교 동아리에 대한 소개도 해줬다. 선홍 학생의 눈빛은 여전히 빛났다. '은가비'는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광화문, 인사동 등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전통기법으로 만든 도자팔찌 등을 선물하며 우리의 전통도자기를 홍보하는 동아리다.

'더함'은 비즈쿨(비즈니스+스쿨)과 액세서리 전공 동아리로 학생들이 제작한 도자귀걸이와 핸드메이드 화분 등 도자기 작품 가격을 자체적으로 책정하고 포장까지 한다. 그것을 이천도자기축제, 각종 비즈쿨 페스티벌, 공예 페어에 참가하여 판매하면서 도자기 아이템 선정, 금융, 창업 등에 대해 알아간다.

'사회적협동조합(달콤한 유혹)'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만드는 교육공동체다.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을 고려해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협동조합원을 모으고 조합원 자금으로 매점을 운영한다.

기숙사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과 먹거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만든 도자기를 판매하고 도자기 주문도 받는다. 학생들은 사회적협동조합과 비즈쿨(비즈니스+스쿨) 활동을 통해 기업가 정신, 경제교육, 도자기분야 창업교육에 대한 배움을 익힌다. 이 외에도 다양한 동아리가 활성화 돼 있다.

임선홍 학생의 도자기 작품 '인디언 꿈나무'. 아기 얼굴 표정을 통해 신선함과 재미를 담아내려고 했다. 아기 얼굴의 근육을 과장시켜 만든 홍콩 작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임선홍 학생의 도자기 작품 '인디언 꿈나무'. 아기 얼굴 표정을 통해 신선함과 재미를 담아내려고 했다. 아기 얼굴의 근육을 과장시켜 만든 홍콩 작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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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 학생은 SNS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버스나 경강선을 타고 서울, 경기권 등의 전시회를 관람하며 다양한 작품을 만난다. 섬유, 건축 등 다른 예술 문화 분야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한다는 것은 모방에서 창조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했어요. 저는 이 말에 공감해요. 같은 소재라도 저만의 시각과 방식으로 만들면 전혀 색다른 작품이 나오더라고요."

선홍 학생은 꿈이 많다. 도예고등학교 요업교사와 도예 작가다. 남진영 교장을 비롯해 유능하고 훌륭한 도예고등학교 교사들이 본이 된 까닭이다. 이천도자기축제에서 외국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인터로컬 봉사활동을 하면서 도예 작가에 대한 꿈도 생겼다.

선홍 학생은 재미있는 작품을 소망한다. 음식을 먹고 "맛있다"라는 표현이 최고의 찬사이듯 자신의 작품을 보고 "재밌다"라는 평을 들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선홍 학생은 "앞으로 대학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며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열아홉 살, 그녀의 꿈과 작품을 응원한다.



태그:#한국도예고등학교, #재미있는 도자기, #인터로컬 ,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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