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를 당하며 3위까지 추락했던 현대건설이 3일 만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2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21-25,25-13,25-17)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현대건설은 승점 14점으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도로공사(이상 12점)를 제치고 다시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세트 스코어는 3-1이었지만 현대건설은 서브 득점에서 9-2, 블로킹 득점에서 17-4로 앞섰을 만큼 경기 내용에서 도로공사를 압도했다. 특히 주전 3명(양효진,엘리자베스 캠벨,황연주)이 나란히 15득점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삼각편대의 적절한 공격 분배가 돋보였다. 특히 '거요미' 양효진은 서브득점4개와 블로킹7개를 포함해 22득점을 올리며 제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다.

8시즌 연속 블로킹 1위에 빛나는 V리그 최고의 센터

 양효진은 현대건설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양효진은 현대건설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 한국배구연맹


한일전산여고 시절부터 성인 대표팀에 선발됐던 '천재소녀' 배유나(도로공사)의 참가로 화제가 됐던 2007-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남성여고의 양효진은 썩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었다. 190cm의 신장은 분명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선천적으로 파워가 부족해 프로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양효진은 입단 첫 시즌부터 블로킹 부문 3위(세트당 0.57개)에 오르며 GS칼텍스로 이적한 정대영(도로공사)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웠다. 입단 3년째가 되던 2009-2010 시즌에는 세트당 0.98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생애 첫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것처럼 양효진은 V리그 8시즌 연속 블로킹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꽃사슴' 황연주가 합류한 2010-2011 시즌 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끈 양효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맹활약했다. 많은 사람들이 '런던 올림픽 여자배구'하면 대회  MVP로 선정된 김연경(상하이)의 원맨쇼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앙을 든든하게 지킨 양효진의 보좌가 없었다면 한국의 4강신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2012-2013 시즌이 끝나고 역대 최고액(2억5000만원)으로 원소속구단 현대건설에 잔류한 양효진은 2013-2014 시즌 올스타 투표 1위와 V리그 10주년 센터부문 베스트10에 선정되며 'V리그의 아이콘'임을 증명했다. 2015-2016 시즌에는 현대건설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끌며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그 해 챔프전에서 양효진은 득점(55점), 공격 성공률(51.61%), 서브(세트당 0.33개), 블로킹(세트당 0.44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양효진은 수 년 동안 겨울엔 현대건설의 주력 센터로 장기레이스를 치르고 비 시즌엔 대표팀에 선발돼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일을 반복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어깨, 발, 허리 등 부상 부위도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현대건설을 대표하는 간판스타 양효진은 매 시즌 부상을 감수하면서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실제로 양효진이 프로 데뷔 후 10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결장한 경기는 단 3경기에 불과하다(V리그 정규시즌 기준).

14일 도로공사전 서브득점4개,블로킹7개 포함 22득점 폭발

 양효진이 살아나면 현대건설은 훨씬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다.

양효진이 살아나면 현대건설은 훨씬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두 번의 챔프전 우승과 한 번의 챔프전 MVP, 그리고 8 시즌 연속 블로킹 1위에 빛나는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센터 양효진은 지난 여름에도 여느 때처럼 국제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한국의 2그룹 준우승을 이끈 양효진은 지난 8월14일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카자흐스탄과의 경기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에서 쓰러졌다.

한국은 양효진이 중도하차한 아시아 선수권 4강에서 태국에게 패했고 이어진 세계 선수권대회 예선에서도 양효진 없이 대회를 치렀다. 대표팀도 문제였지만 소속팀 현대건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팀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양효진 없이 시즌을 시작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양효진은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발휘해 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

현대건설은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4승2패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양효진은 6경기에서 76득점으로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허리 부상 후유증으로 컨디션을 완벽히 끌어 올리지 못했지만 혹자는 해가 바뀌면 30대에 접어드는 양효진의 성적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양효진 노쇠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효진은 14일 도로공사전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양효진은 도로공사전에서 서브득점 4개와 블로킹 7개를 곁들이며 자신의 시즌 최다인 22득점을 기록했다. 양효진의 높고도 견고한 블로킹에 대선배인 정대영도,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도 번번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양효진은 이날 공격에서도 55%의 성공률로 11득점을 올렸고 장기인 속공 성공률은 무려 83.33%(5/6)에 달했다. 이영(GS칼텍스)을 제치고 속공 부문 1위(61.02%)로 뛰어 오른 건 덤이었다.

시실 양효진은 팀을 이끌다시피 했던 2013-2014 시즌에 비하면 공격의 위력이 다소 떨어졌다. 연타 혹은 밀어 넣기 위주의 공격이 많아진 양효진의 바뀐 공격 패턴에 불만을 나타내는 배구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프로 11년 차에 접어든 양효진은 더욱 노련해졌고 이제 크게 힘을 쓰지 않고 득점을 올리는 법을 익혔다. 미디어데이마다 각 구단 감독들이 가장 경계하고 가장 탐나는 선수라고 입을 모으는 '거요미'의 존재감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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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양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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