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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소설 <암퇘지>가 지난달 재출간되었다. 소설은 향수 가게 판매원으로 취직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점점 돼지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되는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1996)이기도 하다.

<암퇘지>
 <암퇘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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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프랑스의 젊은 여성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향수 가게의 점원으로 겨우 취직하게 된다. 그의 몸이 돼지가 되어가기 시작 한 것도 이때 즈음이다.

향수 가게 매니저의 성추행과 손님들과의 매춘으로 여자는 실업의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소득을 얻게 되며 향수 가게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의 몸은 점점 더 돼지가 되어 간다.

책은 주인공이 돼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충실히 묘사했다. 피부가 탱탱해지고, 몸매가 풍만해지고, 좀 더 지난 뒤에는 임신이 아닐까 의심 할 정도로 살이 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이 먹는 음식보다 흙냄새, 공원의 풀, 도토리, 사과 등에 더욱 식욕을 느끼게 되고 누구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돼지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에서 묘사하는 '돼지가 된 여자'와 온전한 인간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간에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돼지가 된 여자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인간적'으로 행동하려 한다. 그러나 온전한 인간의 모습을 한 인물들은 사회적 혼란을 틈타 짐승보다 더 짐승적인 욕구로 생존하며 부를 획득해 나간다.

한편 돼지가 된 여자는 옷도, 집도 필요 없다. 배가 고프면 공원과 산에 널린 도토리를 먹으면 되고, 좋아하는 흙에 뒹굴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매니저는 여자를 더 이상 성추행 할 수 없으며 몸에서 인격을 비워내야만 했던 매춘 행위도 더 이상 계속 할 이유가 없어진다.

작가가 6주 만에 쓴 이 소설은 출간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도 충격이었다고 한다. 나 또한 소설을 읽으며 불편함을 느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인간'과 '짐승' 사이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는가?"

편안함과 안락함에 길들여진 것이 아닌가, 삶에 둔해진 것이 아닌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암퇘지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열린책들(2017)


태그:#암퇘지, #마리다리외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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