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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결정한 비행청소년들이 수갑을 차고 대기실에 앉아있다
▲ 소년부 법정 대기실에 앉아 있는 소년들 판사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결정한 비행청소년들이 수갑을 차고 대기실에 앉아있다
ⓒ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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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 소년부 법정 대기실에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들이 앉아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 B군은 오토바이 절도 및 무면허운전으로 법정에 섰다. B군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폭력으로 검찰에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보호처분을 받을 게 확실하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집으로 갈 줄 알았던 B군. 하지만 소년부 판사는 B군을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3주 동안 위탁을 결정한다.

3주 동안 심사원에 수용돼 교육과 상담을 받고 분류심사서를 작성한 후 B군에게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처분을 하기 위해 재판을 연기한 것이다.

'멘붕 상태'에서 대기실로 돌아온 B군에게 수갑이 채워진다. 심사원 호송직원에게 기본교육을 받고 대기실에 앉은 B군은 대기 중인 소년들이 모두 처분을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 오전에 재판을 받은 10명 중 3명이 심사원 위탁결정이 됐고, 오후 재판을 앞두고 대기하는 동안 인근 중국음식점에서 배달시킨 짜장면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물론 대기실에 앉아서 먹는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 일련의 흉포한 청소년 범죄가 발생한 후 엄벌 위주의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교정·교화를 통한 재범방지와 예방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러한 논란 자체는 소년법과 보호처분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 보호처분은 소년범의 죄를 면해주는 것이 아니다. 보호처분은 이미 엄벌과 교화를 병행하고 있다.

'소년원 장기 2년'이 가볍다고?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이 결정되면 위탁소년은 규정에 의해 수갑과 포승을 해서 법무부 버스를 타고 심사원으로 간다
▲ 포승줄과 수갑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이 결정되면 위탁소년은 규정에 의해 수갑과 포승을 해서 법무부 버스를 타고 심사원으로 간다
ⓒ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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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심사원으로 위탁된 아이들은 손목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로 묶인 채 법무부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하루 20분의 가족 면회 이외에는 사회와 철저히 격리된 채 3주 동안 수용생활을 한다. 일과 중에는 학과장 교실에서 인성교육프로그램과 개별상담 등의 교육을 받고 운동도 한다. 구치소와의 차이점은 단순 수용이 아니라 교육과 상담을 받고 분류심사서를 작성한다는 점이다.

동료 괴롭힘, 싸움, 교사 지시 불이행, 지급품 훼손 등 규정을 위반한 학생은 관련 법률과 절차에 따라 징계를 받고, 판사에게 보내는 분류심사서에 반영돼 9호, 10호 처분을 받는다. 반대로 규정을 준수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진심으로 자신의 비행을 반성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학생은 보호관찰의 기회를 받아 가족과 학교로 돌아가게 된다.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은 10호 처분(소년원 장기 2년)인데, 10호 처분은 죄질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분이라는 여론이 있다.

하지만 성장기의 청소년이 가정과 학교를 떠나 자유를 박탈당하고 수용시설에서 2년 동안 생활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처분이 아니다. 또한, 보호처분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검사가 소년부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도 소년부는 동기와 죄질이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해당 검찰청 검사에게 송치할 수 있다. 이렇게 송치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다시 소년부에 송치할 수는 없다(소년법 제49조 제1항, 제2항).

10호 처분을 받기까지 소년에게는 수 차례 기회가 주어진다. 비행초기단계에서 비행성이 심화되기까지 대안교육, 상담조사, 기소유예, 보호관찰처분으로 사회 내 처우(개방처우)의 기회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가정과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재범을 한 소년은 결국 9호(소년원 6개월), 10호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흉포하고 잔인한 청소년 범죄는 전체 소년범죄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살인·강도·강간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만 14세 이상의 소년범은 형사처벌을 받고 김천 소년교도소에 수감된다. 실상 소년범죄의 대부분은 폭력·갈취·도로교통법위반 등의 비행과 절도와 사기, 성매매 등의 생계형 범죄인데, 청소년들이 생활고를 겪는다는 것은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정에서 탈출한 경우를 말한다.

법정 대기실에 앉아서 짜장면을 먹기까지 B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후속 기사에서는 B군과 같은 비행청소년들은 과연 어떤 아이들이고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였으며 왜 비행을 저지르는지, 무슨 비행을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팩트체크를 통해 소년범죄의 원인과 배경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겠다.)


태그:#소년법, #학교폭력, #청소년 범죄, #비행청소년, #소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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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입니다. 20년 동안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위기청소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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