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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기정 할머니 영결식
▲ 일본 출신 여성들의 사죄 고(故) 이기정 할머니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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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죄송합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이고 진정한 사죄를 받지 못했지만, 일본인 여성들이 일본 정부를 대신해 고 이기정 할머니에게 사죄했다. 고인의 영정 앞에 선 일본 출신의 여성(당진 원패밀리다문화센터 소속)들은 이기정 할머니의 영정에 사죄의 말을 전하며 큰절을 올렸다.

원패밀리의 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고사카 루미꼬(45, 당진)씨는 "당진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 때도 도움이 되고자 원패밀리 식구들이 힘을 보탠 적이 있다. 당시 이기정 할머니에 대해 알게 됐다. 이기정 할머니 가시는 길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영결식에 찾아왔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 이기정 할머니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당진시청 야외 광장에서 엄수됐다. 흐린 날씨에도 김홍장 당진시장 등 당진지역의 각급 단체장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당진 시민들 역시 영결식에 참여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할머니를 방문하며 각별한 정을 나눴던 당진어울림여성회 회원들이나 당진평화나비 학생들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안희정 충남지사, 김지철 충남교육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고(故) 이기정 할머니 영결식
▲ 영결식장 모습 고(故) 이기정 할머니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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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기정 할머니 당진시민장 장의위원회'(이하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홍장 당진시장은 조사를 통해 "할머니의 93년의 생애는 우리 비참한 현대사와 국가의 책무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015년 12월에 맺은 한일위안부 합의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면서 "이기정 할머니의 아픔과 억울함을 위로하고 올바른 역사와 인권을 지켜 나감으로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릴 것이다. 할머니의 비참하고 고단했던 삶을 17만 당진시민은 영원히 잊지 않겠다. 편히 영면하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고인의 삶을 옥죄었던 다 풀지 못한 아픈 상처는 우리 몫으로 남겨졌다. 할머니께서 겪으셔야 했던 그 상처와 고통은 일제가 일으킨 전쟁 범죄이자 참혹한 인권 유린 그 자체다. 이는 우리 민족의 아픔이기도 하다. (오늘 영결식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와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모두의 다짐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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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어울림여성회 회원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고(故) 이기정 할머니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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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장 당진시장 고(故) 이기정 할머니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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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을 마친 운구 차량은 당진터미널 앞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과 당진 송산면 당산리(자연부락명 오도리)에 있는 생가를 둘러 본 후 천안 화장터로 이동했다.

마을에서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은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이기정 할머니의 오랜 친구인 박수월(88세)씨는 "(나이 때문에) 움직이는 게 힘들어 장례식장에 가지 못하고 여기서 기다렸다. (할머니가 자기 집에) 안 놀러 온다고 지청구를 하던 게 기억난다. 힘들었던 삶을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됐다. 이제 편안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기정 할머니의 집을 떠난 운구차량은 화장터가 있는 천안추모공원으로 향했다. 할머니의 유해는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망향의 동산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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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도지사 고(故) 이기정 할머니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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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정 할머니의 동네 주민들 고(故) 이기정 할머니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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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태그:#이기정 할머니, #한일위안부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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