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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 강천제2호수 다리에서 바라다본 강천산군립공원 풍경.
 순창 강천제2호수 다리에서 바라다본 강천산군립공원 풍경.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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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품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계절, 가을이다. 나무들이 속살을 드러내기 전 가장 황홀한 색깔을 토해 내는 요즘 나는 한껏 가을에 취하고 싶어서 지난 8일 담양 금성산성과 순창 강천산군립공원으로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를 따라나섰다.

가을이 내려앉은 금성산성 보국문 풍경에 가슴이 콩닥콩닥

  가을이 눈부시게 내려앉은 담양 금성산성(사적 제353호)  보국문에서.
 가을이 눈부시게 내려앉은 담양 금성산성(사적 제353호) 보국문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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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창원 마산역에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연동사(전남 담양군 금성면) 앞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께. 여기서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절집 노천법당이 있는데, 고려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동사지삼층석탑(전남문화재자료 제200호)과 고개를 약간 숙이고 어깨를 움츠린 듯한 모습이 꽤 인상적인 지장보살입상(전남문화재자료 제188호)이 지나가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을 햇살이 기분 좋게 비쳐 들고 걷기에도 그다지 힘들지 않는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더 가자 금성산성(사적 제353호) 외남문인 보국문에 이르렀다. 보국문 안으로 성큼 들어서자 미처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는 느낌이랄까, 울긋불긋 시원스레 펼쳐지는 가을 풍경에 절로 감탄이 새어 나오면서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연동사 노천법당
 연동사 노천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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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산성 보국문. 내남문에 해당하는 충용문(사진 오른쪽 상단)도 보인다.
 금성산성 보국문. 내남문에 해당하는 충용문(사진 오른쪽 상단)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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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산성 외남문인 보국문을 거쳐 충용문으로 올라가고 있는 산객들.
 금성산성 외남문인 보국문을 거쳐 충용문으로 올라가고 있는 산객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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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국문 문루에 대충 걸터앉아 올려다본 충용문은 새로운 풍경에 대한 설렘을 안겨 주고, 키 큰 나무 아래 쉬고 있는 산객들의 모습 또한 한가한 풍경이 되어 푸근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즐거움에 폭 빠져 있었다.

얼마 후 하나둘 산객들이 내남문에 해당하는 충용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어 나도 발걸음을 서둘렀다. 충용문으로 들어가 가을이 눈부시게 내려앉은 보국문 풍경을 내려다보니 행복했다. 반짝반짝 부서져 내리는 햇살에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 같은 단풍잎들이 참 이뻤다.

금성산성은 연대봉, 시루봉, 노적봉, 철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따라 내성과 외성으로 성벽을 쌓았다. 축조 시기는 적어도 고려 말 이전으로 추정되며 성곽 길이는 7,345m로 외성이 6,486m이고 내성은 859m이다. 내성에는 동헌, 대장청, 내아 등 관청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한다. 금성산성 내 병사 및 건물 관리, 성곽 보수 등을 총괄하는 별장(別將)이었던 국문영의 공덕비가 남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동문터로 가는 길에서는 마치 가을 속으로 하염없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에 폭신폭신한 낙엽이 깔린 평탄한 숲길이 한참 이어졌다. 동문이 있던 자리에는 아주 화사한 빨간 단풍나무가 서 있어 기억에 남는다.

   산성산 연대봉(603m)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산성산 연대봉(603m)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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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든 나무의 겨드랑이에 햇빛이 있다. 왼편, 오른편.
햇빛은 단풍 든 나무의 앞에 있고 뒤에도 있다.
우듬지에 있고 가슴께에 있고 뿌리께에 있다.
단풍 든 나무의 안과 밖, 이파리들, 속이파리,
사이사이, 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가 있다.

- 황인숙의 '남산, 11월' 일부

거친 돌들이 발에 밟히나 햇살이 노닥거리는 듯한 정겨운 길 끝에서 투박한 운대봉을 만난 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울퉁불퉁한 성곽 길 따라 계속 걸었다. 하늘이 말을 걸어 오는 듯 가까워 보이고 햇살 머금은 단풍 위에 가을이 누워 있는 평안함이 느껴졌다.

오후 12시 40분께 산성산 연대봉(603m) 정상에 이르렀다. 조금 더 걸어가 송낙바위서 일행 두 분과 점심을 같이했다. 마침 이곳에 도시락을 먹기에 아주 편하게 탁자와 긴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산악회 하산 시간도 넉넉해 따뜻한 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감도 먹으면서 여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화려한 단풍 길에서 코끝 찡한 그리움이

   알록달록 단풍과 어우러져 더욱 멋들어져 보이던 강천산 현수교.
 알록달록 단풍과 어우러져 더욱 멋들어져 보이던 강천산 현수교.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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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제2호수(전북 순창군 팔덕면)로 내려가는 길은 기다란 철제 계단을 타기도 하고 가뜩이나 경사가 가파른데다 낙엽이 쌓여 있어 혹 미끄러질까봐 엄청 조심스러워 지루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호수에 이르러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다워서 다소 힘겹고 지루했던 하산길도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여기서 강천사까지 거리는 1.3km. 빨갛고 노란 물감을 온 세상에 풀어 놓은 듯 단풍이 참 아름다웠던 길이다. 천상의 색깔이 그런 것일까, 그 아름다움이 지닌 감동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사진이 과연 현실 속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너무 아름다우면 오히려 눈물이 나는 것인지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조차 없이 얼마 전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레 떠나가 버린 보고 싶은 얼굴이 떠오르면서 코끝이 찡한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쳐 왔다.

  빨갛고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단풍이 참 아름다웠다.
 빨갛고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단풍이 참 아름다웠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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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집 강천사에도 가을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절집 강천사에도 가을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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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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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복작복작한 강천산 현수교를 건넜다. 1980년 8월에 설치된 다리로 높이가 50m, 전체 길이는 78m이다. 너비가 1m라 둘이 함께 지나가면 딱 맞다. 그래서 이왕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하라고 부추기고 싶은 다리다.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자연과 어우러져 더욱 멋들어지게 보였다.

신라 제51대 진성여왕 1년(887)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강천사. 한때는 12개 암자를 거느린 큰절이었다 한다. 강천사에도 단풍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구경 나온 사람들로 복작댔다. 정말이지, 화려한 가을의 절정을 만끽하고 자연에서 마음의 위로도 얻은 하루였다.


태그:#강천산군립공원단풍, #금성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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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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