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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저자 개브리얼 제빈은 '감사의 말'에서 "유니콘 같은 건 없고, 앨리스 섬은 존재하지 않으며, 에이제이 피크리의 취향이 늘 나와 같은 것은 아니다" 하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한두 번쯤 '앨리스 섬'을 검색하려다 말았는데, 잘한 일이었던 셈이다.

<섬에 있는 서점>의 주무대는 '존재하지 않는' 앨리스 섬, 피크리의 전 아내 니콜의 고향이다. 니콜과 피크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다가 앨리스 섬으로 들어가 동네 서점 '아일랜드 서점'을 연다. 그들이 대학원을 때려치운 건 니콜의 이 한 마디 때문이었다.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

학벌은 좋으나 야망은 없던 두 명의 책벌레는 니콜의 열정에 힘입어 섬에 그런대로 잘 안착한다. 그러다 니콜이 교통사고로 죽고, 손님은 서서히 끊기고, 피크리가 삶의 의욕을 잃은 채 대놓고 까칠해지는 동시에 술과 인스턴트 음식에 의해 서서히 시들어가며 소설은 시작한다.

서점과 책에 관한 소설이긴 하지만 이 소설은 책을 무작정 추앙하진 않는다. 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선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된다고 말하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긴 했어도 이 남자가 질문을 상대에게 던지자 '잘난 척하고 있네' 하고 핀잔을 듣게 할 뿐이다.

그러다 남자가 책에 관한 이야기를 정신없이 풀어놓을 때 남자보다 더 책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여자가 등장하는 것, 관심사가 통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게 됐을 때 그 두 사람이 서로를 더없이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 때론, 그 무엇보다 책이 우리를 단단히 연결해 준다고 이 소설은 말하고 있을 뿐이다. 

책이 일으킨 변화를 거창하게 다루지도 않는다. 책을 읽지 않던 경찰 램비에이스는 피크리와 인연을 맺으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의 삶은 얼마나 변했을까. 범죄소설과 영어덜트소설의 전문가가 됐으며, 또 아내에게 아래와 같이 털어놓을 만큼 책을 좋아하게 된 정도다.

"난, 책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얘기를 하는 게 좋아. 종이도 좋아해. 종이의 감촉, 뒷주머니에 든 책의 느낌도 좋고. 새 책에서 나는 냄새도 좋아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서 책 없인 살지 못하는 사람으로의 변화. 별 것 아닌 변화인 듯도 하지만 사실 책을 좋아하게 된 사람에겐 이보다 더 의미 있는 변화도 없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램비에이스가 아내에게 한 위의 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지금 서점을 하고 있는 사람들, 언젠가 서점을 열겠다는 꿈이 있는 사람들, 서점에 들러 책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이름 모를 동네 길을 걷다 우연히 서점을 발견하면 흐뭇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도 좋아하고, 책이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굳건히 믿는 사람들이 읽으면, 재미있을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가 서점과 책에 관련돼 있기에.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참 달콤하고 따뜻하기에.

덧붙이는 글 | <섬에 있는 서점>(개브리얼 제빈/루페/2017년 10월 05일/1만4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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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루페(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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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겠습니다>를 썼습니다. www.instagram.com/cliann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