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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만민공동회 현장. 방송인 김제동씨와 한 시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만민공동회 현장. 방송인 김제동씨와 한 시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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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 전문에 촛불 정신을 반영한다면 이렇게 됩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했던 촛불 정신의 법통을 이어받아...(중략)' 있어 보이잖아요."

마이크를 든 김제동씨 제안에 광장에 있던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군민과 만나 '헌법학개론'을 펼친 그가 이번엔 '개헌학개론'을 열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과 국민주도 헌법 개정 전국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만민공동회 자리였다.

신분을 초월한 시민이 모여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쳤던 과거 만민공동회처럼 이날도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마이크를 번갈아 잡으며 각자가 상상한 '새로운 헌법'을 설명했다.

시작 시간인 오후 2시에는 사회자 김제동씨와 50명 남짓 시민이 참여했지만, 점점 규모가 늘어나 마칠 때쯤에는 약 300명이 운집했다. 김씨를 중심으로 반원 형태로 모인 시민은 다양했다. 아이를 안고 나들이 나온 가족과 등산복 차림의 노년, 셀카봉을 들고 광화문을 활보하던 한복 차림의 청소년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만민공동회의 일원이 됐다.

등산복에 셀카봉까지... 김제동판 개헌학개론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만민공동회 현장에 참석한 청소년들.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만민공동회 현장에 참석한 청소년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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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시민은 울산에서 올라온 여성 청소년 이은선씨였다. '선거연령 낮추고 민주주의 높이고'라고 쓴 피켓을 미리 준비해온 그는 만 17세인 자신도 투표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금 만 18세까지로 선거연령을 조정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만 18세는 보통 고등학교 3학년으로 모든 청소년을 대변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라며 "만 17세까지로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해서 민주주의를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이씨가 정치 영역에 청소년의 직접 참여가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는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였다.

"저는 (학교에서 겪은 부당한 일을) 국가인권위원회에도, 국회의원실에도, 국민신문고에도 다 올렸는데 인권위에서는 사건이 여러 개라 전담하기 어렵다고 하고, 의원실에는 그냥 기자에게 넘겨버렸고, 신문고에서는 '교사가 교복 치마 길이를 단속할 때 볼펜으로 다리를 찌르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것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위클래스(학내 상담실)와 상담센터를 이용하라'는 형식적 답변을 받았습니다.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참정권이 첫 의제로 떠오르자 독일에서 온 중년 여성도 마이크를 잡았다. 이 여성은 "지난해 촛불집회 때 청소년 나와서 발언하는 걸 지켜봤다"면서 "저희가 어렸을 때는 감히 무서워서 입도 뻥끗하지 못했는데 지금의 청소년들은 너무 똑똑하고 자랑스러웠다"고 선거연령 인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어 "독일에 살면서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목숨 걸고 피난 온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에게 우리 촛불 혁명이 얼마나 큰 용기와 힘을 주는지 여러분은 아마 모르실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어떤 권력에도 속박받지 않고 훨훨 날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촛불 시민으로 독일에서 살고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거듭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요한 문제 무시하는 국회... 절박해서 왔습니다"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만민공동회에서 한 여성이 발언하는 모습.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만민공동회에서 한 여성이 발언하는 모습.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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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스스로를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대학생으로 살고 있다"고 소개한 김푸른씨가 발언을 신청했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값등록금, 낙태죄 폐지 같은 의제가 국회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절박함에 왔다"는 그는 그 원인으로 "남성이 80%를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50대 이상이 대부분인 비례성이 보장되지 않는 선거제도"를 지목했다.

이어 "300석 중 비례대표는 47석에 불과해 비례대표제의 가치를 온전히 살리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다양성이 제도화되는 새로운 선거제도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량 한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은 '아이들의 건강권'을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하려고 나왔다"고 말문을 연 그는 "우리나라 아이들 중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산간, 농촌에 살고 있고, 제일 건강한 아이들은 강남에서 자라고 있다"며 건강 불평등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것은 주요 정당이 생활 정치를 정치 영역으로 가져가지 않고 이데올로기 정치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회를 맡은 김제동씨는 시민들 의견을 경청한 뒤 대부분 공감을 표했다. 일부 의견에는 이견을 표하기도 했지만, 국가의 유일한 주인인 시민들이 개헌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이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가 행사 말미에 "시민이 헌법 개정의 결정권자"라고 강조할 땐 만민공동회의 집중도가 최고조에 달했다.

"법은 늘 힘 있는 사람의 칼이었지, 힘없는 사람들의 지팡이였던 적은 없습니다. 법은 힘 있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 힘들 때 가지고 있으라고 존재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헌법을 전부 자기들만 가지고 있었으니, 이번에는 우리들 거라는 걸 천명하는 계기가 돼야 해요. 

헌법 중 국민이 지켜야 할 것은 사실 상 38조, 39조 납세 국방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다 국가 또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적어놓은 겁니다. 그래서 헌법 1조부터 130조 통틀어서 권력이라는 단어는 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 딱 한번 나오고 나머지는 다 권한입니다. 대통령의 권한, 사법부의 권한, 행정부의 권한. 그들은 권력을 입에 담을 수 없어요. 권력은 국민만 입에 담을 수 있도록 헌법에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 '니가 뭘 안다고 헌법을 이야기하느냐'고 합니다. 바로 핵심이 여기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지던 사람들이 헌법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우리가 진짜 헌법의 주인이 됩니다.

아까 질문은 조선시대에 '니들이 문자를 알아서 뭐해'라고 묻던 것과 같은 말입니다. 그런 건 힘 있는 사람들, 돈 있는 사람들, 정치인들 그리고 헌법학자에게 맡기면 된다고. 그러면 안 되는 것이죠. 우리 헌법이니까요. 여러분들이 헌법을 만드는 데 결정권자입니다. 그런 결정권자, CEO들이 결정권을 행사하셔야 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개헌의 과정입니다. 그래야 진짜 재밌는 나라가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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