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잉, 끼익!"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재즈 워킹이 몇 소절 흐르다 뚝 끊기고, 활과 줄이 어딘가를 엿보듯 서걱거리며 부대낀다. 짧은 글리산도를 '끼익' 소리로 마무리하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심재성의 손가락이 줄 위로 미끄러진다. 무대에서는 팀 퍼니스트(Team Funniest)의 저글러 최대성이 붉은 디아블로를 줄 위에서 굴리고 있다. 디아블로가 혼자 줄을 타고 미끄러지다 멈춰 떨어지는 순간과 어울리는 소리를 찾기 위해 한 사람은 디아블로를, 한 사람은 콘트라베이스를 연이어 튕긴다. 반복되는 시도 끝에 튀어나온 피치카토 소리에 심재성이 반갑게 외친다. "어, 이거 좋다!"

연극 <Chair, Table, Chair>는 10여 년 간 서커스로 호흡을 맞추며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팀 퍼니스트의 김희명(34)과 최대성(34), 아시아 민요프로젝트 그룹 아리아시아의 멤버이자 정통 재즈 베이시스트 심재성(34), 최근 공연 '드로잉서커스'로 인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크로키키 브라더스의 임동주(34)와 우석훈(35), 비눗방울 마임공연으로 국내 외 수많은 축제에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온 마임이스트 오쿠다 마사시(60)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다.

다섯 광대와 한 명의 뮤지션이 펼치는 도전

극장과 거리를 넘나들며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거리공연예술가 다섯 명과 한 명의 뮤지션이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무대를 준비해왔다. 배우는 배우대로 악기 연주와 연기를 양쪽 다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이 도전이고, 뮤지션에게는 다섯 명의 배우와 함께 하는 합주를 리드하며 각 장면에 불어넣을 음악의 분위기를 구상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프로젝트 구상에 돌입했고, 3월부터 그동안 각자 공연에서 써보았던 악기 한 가지씩을 선택하여 더 긴 호흡의 연주를 위한 연습에 돌입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합주 시간은 늘 즐거웠고, 한 곡 한 곡 완성시켜 나갈 때마다 기쁨은 커져만 갔다. 공연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각 장면을 마무리하느라 긴장감이 감도는 연습실 안에서도 미소와 응원을 잃지 않는 출연진들의 모습에서 긴 시간 합주 실력을 다져온 서로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합주연습 중인 <Chair,Table,Cair>출연진들 왼쪽부터 비누방울 마임이스트 오쿠다 마사시(60), 팀 퍼니스트의 김희명(34)

▲ 합주연습 중인 출연진들 왼쪽부터 비누방울 마임이스트 오쿠다 마사시(60), 팀 퍼니스트의 김희명(34) ⓒ 팀 퍼니스트


합주중인 <Chair,Table,Chair>출연진들 왼쪽부터 팀 퍼니스트 김희명(34) 베이시스트 심재성(34)

▲ 합주중인 출연진들 왼쪽부터 팀 퍼니스트 김희명(34) 베이시스트 심재성(34) ⓒ 팀 퍼니스트


'밴드 해볼까?'에서 탄생한 장르 4종 선물세트 

여러 해 알고 지낸 출연진들은 축제 현장에서, 공연 후 뒤풀이에서 종종 함께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도 가을 술잔을 주고받던 어느 쌀쌀한 가을날, 마임이스트 오쿠다 마사시의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밴드 해 볼 생각 없어?" 어느 웹툰의 한 컷으로 그려도 어색하지 않을 이 익숙한 장면은 놀랍게도 더 익숙한 결말을 앞두고 있다. 30여 년 넘게 무대에 서 온 선배 공연자가 슬며시 보여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마음이 추진력 좋은 후배 공연자들의 힘으로 급물살을 탄 것이다. 서로의 공연을 오랜 시간 지켜보며 각자의 재능과 장점을 보아 온 신뢰가 쌓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재미와 새로움이라면 절대 마다하지 않는 팀 퍼니스트의 김희명, 최대성은 오쿠다 마사시의 소개로 동갑내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심재성을 소개받았고, 각자 갈고 닦아 온 재능을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을 꿈꾸기 시작했고, 마침내 돌아오는 11월 18일과 19일, 성수 아트홀에 모인 관객들 앞에서 이 마법 같은 선물상자의 뚜껑이 열린다.

▲ 합주 중인 출연진 왼쪽부터 최대성,오쿠다 마사시,김희명,임동주,심재성 ⓒ 팀 퍼니스트


뮤지션 심재성은 관객의 귀에 익숙하면서도 공연에 어울리는 레퍼토리를 찾아내고, 자신의 자작곡도 함께 공연에 삽입했다. 배우들 역시 각자 해 오던 장면 외에 새로운 것을 선보이려 연구를 거듭했다. 팀 퍼니스트는 테이블을 활용한 바운스 저글링을 선보이기 위해 맹연습을 했고, 크로키키 브라더스는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그림을 구상하여 완성 단계에 있다. 오쿠다 마사시 역시 공연 장면에 딱 어울리는 비눗방울로 무대를 채워 줄 도구와 기계를 손수 제작했다.

서커스, 음악, 마임, 미술이 한 무대에 펼쳐지는 종합선물세트 연극 <Chair, Table, Chair>은 돌아오는 11월 18일 토요일 7시, 19일 일요일 4시 성수아트홀에서 열린다. 영화 OST와 재즈 등 익숙한 선율의 연주와 함께 팀 퍼니스트의 저글링, 크로키키 브라더스의 드로잉, 오쿠다 마사시의 비눗방울 마임을 한 무대에서 만난다. 심재성의 유려한 6현 베이스기타와 콘트라베이스 연주는 공연 내내 무대를 휘감는다. 우스꽝스러움과 감미로움을 함께 맛보게 될 이 사랑스러운 선물을 놓치지 않으려면 예약을 서두르자.

연극 <Chair, Table, Chair>
- clown's collaboration project

일시 2017.11.18.(토) 7시 19(일) 4시
장소 성수아트홀
티켓 전석 20,000원 (18세 이하 및 예술인 50% 할인)
문의 010-9557-9374 010-4449-8305
예매 인터파크,네이버 예약

공연<Chair,Table,Chair> 공연<Chair,Table,chair>홍보엽서 표지

▲ 공연 공연홍보엽서 표지 ⓒ 팀 퍼니스트


공연<Chair,Table,chair> 출연진 공연<Chair,Table,chair>홍보엽서 뒷면 공연자 정보

▲ 공연 출연진 공연홍보엽서 뒷면 공연자 정보 ⓒ 팀 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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