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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 내, '가상소류지'에 발생한 남세균(녹조) 번식 상태를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 남세균 대 번성, "K" 소류지, 2017.09.18. 울산광역시 울주군 내, '가상소류지'에 발생한 남세균(녹조) 번식 상태를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 양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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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을 전후해 우리 사회는 호소와 하천의 수질 문제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언제부터인가 "녹조"라는 단어가 하나의 쟁점이 되었는데, 여러 논자들 간의 의사 전달과 문제 발생 원인에 대한 주장들이 서로를 납득시키지 못함으로써 가뜩이나 정치적 쟁점이 포함된 이 사안에 대한 공감과 해법의 제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이와 관련된 개념의 정리와 합리적인 해결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논자들 간의 소통을 위해 우선적으로 공유되어야 할 개념은 "수질 오염"이다. 이는 흔히 쓰이는 용어지만 그 정의가 국가의 법령이나 해설 자료 등에는 잘 나타나 있지 않고, 여러 교과서류와 백과사전 등에 의하면 '오염물질이 수계에 유입되어 수질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아카데미서적의 <생명과학사전>에서는 "사람 활동의 직간접적 영향에 의해 육수나 해수의 수질이 악화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이를테면, 어떤 외딴 산속의 연못에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 시작한다면 그 주변에 서식하던 짐승과 새들이 그곳을 떠나가게 되고, 그 결과 설령 사람들이 그 연못의 물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더라도 먹이 사슬의 균형이 깨어져서 종국에는 미세 조류의 과도한 번식에 이은 연못 바닥의 부패라는 수질 오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질 오염이 '수계로의 오염물질의 유입'이라는 과정을 필수적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녹조"라는 표현을 재정의하여야 한다. 환경부의 해설 자료는 "녹조(錄潮, algal bloom)란 강이나 호수에 남조류(藍藻類)가 과도하게 성장하여 물의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적절히 선택된 용어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여기에 쓰인 조(潮)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밀물'의 뜻으로서 영문 표기는 'tide'가 되므로, 녹조(錄潮)는 적조(赤潮)와 함께 'green tide'와 'red tide'로 불리는 해양 현상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근래에 대두된 당면 문제는 남세균(藍細菌; cyanobacteria, 과거에는 남조류; blue-green algae로 불렸음)이 번성하여 특유의 형광 발색과 함께 수 표면을 뒤덮는 현상인데, 이는 호수나 강물 전체가 짙은 녹색을 띄는 경우와는 서로 원인과 결과가 다르다. 정확한 소통과 문제 해결을 위해 이들을 각각 구분하여 명명하고 별개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이다.

수표면 남세균 군체 대 번성("녹조라테"라 불리는)의 하나의 원인은 수 생태계의 파괴로부터 출발한다. 광합성 유기체들이 제때 제거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가라앉으면 저층부는 산소의 소진에 이어 혐기성 분해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수중의 질산과 황산이온이 질소가스(N₂)와 황화수소(H₂S) 등으로 환원 소진되고 광합성에 의한 탄산의 소모와 함께 물의 pH가 상승하면, 수계의 바닥에 난용성 염의 형태로 침전, 축적되어 있던 인산이 급격히 용출되는데, 질소질 결핍 조건 하에서 인의 농도가 상승하면 여기서는 필연적으로 공중 질소의 고정 능력을 가진 남세균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증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남세균에게 필요한 공중 질소는 수 용해도가 매우 낮아서 깊은 수심에서는 공급받기 어려워, 이들은 수 표층으로 몰리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수계 내에 인에 대한 질소의 비율이 점차 상승하고 남세균이 생애를 마칠 즈음에 일반 광합성 조류가 이들이 분해된 영양분들을 흡수하며 증식함으로써 남세균의 번성은 끝이 나게 된다.

남세균의 대 번성은 그에 의한 독성 물질의 분비 등도 문제지만, 본질적으로 그 발생 자체로서 이미 생태계의 파괴와 저서층의 부패가 일어난 결과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의 예방은 저층부를 포함하는 수계를 호기성 생태계로 유지시키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는 수중에 유입되는 영양물질들을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과 먹이사슬의 과정을 통하여 즉시즉시 수계 내 대형 동식물의 체내로 축적시키고, 최종적으로는 포식자들에 의하여 계의 밖으로 유출되도록 하여 물의 부영양화를 방지함으로써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낙동강유역환경청 발행의 '낙동강소리'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기사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로서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지' (20(4) : 1-13(2017)에 게재된 필자 등의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태그:#녹조, #4대강, #원인, #남세균, #시아노박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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