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검색
클럽아이콘0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은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2014년부터 해마다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열어 왔습니다. '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2014년),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2015년),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2016년)를 거쳐, 올해는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2017교육문화연구학교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 마을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소망을 담아 진행됩니다. 기간은 10월 13일부터 12월 29일까지입니다. 비산동 마을 관련 6가지 주제(△마을개선, △마을허브공간, △언론출판, △농사준비, △재개발연구, △문화사업)에 대해 총화와 팀별 세미나, 다양한 실천활동 등으로 진행해 갑니다. - 기자 말

  소박한 장터 입구
 소박한 장터 입구
ⓒ 이학진

관련사진보기


'소박하다'

저는 그저 작고 변변찮은 것을 표현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단어 자체는 긍정적인 느낌이긴 한데, '소'-'박'이라는 글자 하나하나는 왠지 작고 빈약하게 느껴졌답니다.

지난 11월 4일(토). 군포 대야미의 갈치호수 인근 개울건너밭에서 장터가 열렸습니다. 이 장터의 이름이 '소박한 장터'입니다.

 장터 소개 및 안내문
 장터 소개 및 안내문
ⓒ 박애영

관련사진보기


'누구라도 들어와 풍경, 먹을거리, 볼거리, 계절을 즐기세요'라는 내용이 인상 깊습니다. 소박함과는 대조적인 풍성함과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득 '소박하다'의 뜻이 궁금해집니다. 내가 알고 있는 뜻이 맞는지, '소박하다'와 '풍성하다'가 반대되는 말은 맞는지 궁금해집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소박'(素:본디 소, 朴:순박할 박)은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순수(純粹)하고 자연(自然)스럽다' 또는 '생긴 그대로'를 뜻합니다. '소박하다'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는 뜻입니다.

아뿔싸. 제가 생각하던 뜻은 전혀 아닙니다. 한자도 맞지 않고요. 그러나 단어가 주었던 막연한 긍정적인 느낌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본디의 것, 순박한 것, 농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가장 적절한 단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박한 장터는 소박하다는 이름에 걸맞은 장터였습니다.

농부님들은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가져오기도 하고, 잼․과자․빵․차 등으로 가공하여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맛깔 나는 음식에 손수 만든 농기구와 공예품까지. 본디의 것들이 살아있는 장이었습니다. 장터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이지요. 2017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농사준비팀도 한 상 차려 받아 장터의 기운 넘치는 분위기를 흠뻑 느껴보았습니다.

"농사는 그냥 허기 시작하면 되는 거여, 허면 배워지는 거여"

 소박한 장터 풍경
 소박한 장터 풍경
ⓒ 박애영

관련사진보기


음식을 사다가 판매자님이 귀농을 하셨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소농학교도 다니시고 15년 정도 이곳에서 살다가 제천으로 귀농을 하셨다고 합니다. 농사준비팀도 한창 귀농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터라 제천이라는 곳을 어떻게 정해서 가게 되셨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친구 따라 갔다'고 하시는 대답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런 우연으로 삶이 펼쳐지는 것을 생각하니 우리의 걸음도 그저 기대가 됩니다.

이 장터의 기반이 된 소농학교가 궁금해졌습니다. 소농학교의 대표이신 정용수 선생님을 찾아가 말을 건네봅니다. 저희가 소박한 장터에 오게 된 계기가 정선생님의 아드님이신 정하혁 님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인지라 그 인연을 쭉 풀어놓았습니다.

지난 10월 평화나무농장에서 생명역동농업 실천연구회 가을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 정하혁 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희와 가까운 지역에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짓고 계시다기에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정 선생님은 평화나무농장의 김준권 선생님이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라며 반가워하셨습니다. 

 정하혁 농부님. 돼지감자, 호박, 꿀, 훈연한 베이컨 등을 판매하셨다.
 정하혁 농부님. 돼지감자, 호박, 꿀, 훈연한 베이컨 등을 판매하셨다.
ⓒ 이학진

관련사진보기


 정용수 선생님
 정용수 선생님
ⓒ 이학진

관련사진보기


선생님은 먼 조상 때부터 이곳 대야미에서 살아오셨는데, 사람들이 대안적인 삶을 꿈꾸며 대안교육을 실천하고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공동육아, 꾸러기학교, 감나무학교 그리고 산울학교로 확장되었고, 학교 공동체, 학부모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마을 협동조합과 동아리 활동으로 뜻을 모으며 발전되어 왔다고 합니다. 봄, 가을로 서로 모여 재미나게 놀자며 시작한 것이 이 '소박한 장터'인데, 벌써 5년이 되었다고 하십니다.

 산울학교 학생과 학부모님의 공연
 산울학교 학생과 학부모님의 공연
ⓒ 이학진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도시농업과 귀농에 대한 소망 가운데 2005년 소농학교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처음 30명이나 올까 고민하며 모집을 했는데 50여 명이나 온 것을 보고, '아, 사람들이 이렇게 기다렸구나'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저희도 농사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리니 그런 젊은 친구들이 생긴 것은 좋은 징조가 틀림없다고 하시며 반가워하셨습니다. 그러나 농사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말에는 중간에 끼어들기까지 하시며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농사는 배우는 게 아니야. 농사는 그냥 허기 시작하면 되는 거여. 허면 배워지는 거여. 뭐든 실천이 가장 중요하지 입으로 하면 안 돼. 허면서 함께해야 이게 말이 되는 거여."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상장을 주고받으시는 정용수 선생님과 사모님.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상장을 주고받으시는 정용수 선생님과 사모님.
ⓒ 박애영

관련사진보기


아무것도 모르는데 뭘 어떻게 시작하나 싶기도 하고, 너무 대책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냥 하기 시작하면 된다는 말씀, 올바른 방향이라면 정말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것밖에는 일을 이룰 길이 없음을 생각해 보면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길이 본디 그러한 것처럼 꾸밈없이, 만들어진 그대로의 생명력을 이어나가는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박함의 뜻을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2017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농사준비팀
 2017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농사준비팀
ⓒ 이학진

관련사진보기


 개울건너밭 풍경
 개울건너밭 풍경
ⓒ 이학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카페 바로가기(http://cafe.daum.net/kyungdang)
새들생명울배움터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https://www.facebook.com/saedeullifefence)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7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