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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파일럿이 되고 싶다며 공군사관학교를 목표로 한 친구가 있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그 아이를 근사하게 여겼다. 성적에 맞춰 적당한 대학에 가는 것만이 목표였던 우리에게, 그녀의 확실한 꿈은 단연 빛나 보였다.

얼마 안 가 그녀의 꿈은 바뀌었다. 그녀는 공군사관학교는 부모님의 꿈일 뿐, 자신이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박수를 쳤다. 또 다른 꿈을 좇는 그녀를 응원하며.

그 후로 한참이 지났고, 이제는 우리 모두 안다. 그녀의 꿈은 늘 명확하지만, 그 유효기한은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편입, 자격시험, 공무원 시험에 운동까지, 모든 목표는 곧 변경되었고, 매번 그럴 듯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꿈쟁이'라고 부르고, 때로는 희화화시키기도 하며,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있기에 그렇게 나쁜 사례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정녕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해서 좌절하는 이가 있다면, 인생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서 괴로운 이가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목도 명확하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책표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책표지
ⓒ 도서출판 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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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간 국회에서 일한 저자는 늘 잡무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한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보직을 바꾸기도 했지만, 일이 익숙해지고 나면 하기 싫은 일이 다시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그 후 늘 좋아하던 일인 글쓰기를 하려고 했으나, 아뿔싸. 다시 하기 싫은 순간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과 마음에 대한 탐구를 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책은 진솔하게 다가오고, 매우 현실적인 조언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늘 하기 싫은 일을 피해 도망 다니는 삶을 살아왔음을 깨달았다는 그녀의 고백엔 나 역시 뜨끔해지기도 했다. 저자는 주장한다. 모든 성취는 하기 싫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서 시작된다고.

"하기 싫은 일을 피해가면서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순간순간 내 의지와 다르게 일어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힘! 이 힘이야말로 원하는 바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자질인 것이다."

단, 이 책의 '하기 싫은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은, 싫은 마음을 억지로 참는 절제력과는 다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한, '하면 된다'와 같은 구시대적 근로정신을 말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인다.

이 책의 '싫은 일'이란, 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하기 싫은 일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이 말하는 능력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하기 싫은 일 앞에서 우리가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금세 싫증내는 성향 탓도 있지만, 저자는 무엇보다 욕심이 그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원하는 걸 쉽게 얻길 바라고,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길이 아닐 것 같은 기미만 보여도 다른 길을 택해, 헛수고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 행동경제학에서 부르는 손실회피성향이 삶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본능을 거부하고 두려움이나 고통에 정면으로 맞선 소수의 사람만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두려움이 들 때, 무조건 시작할 것을 권한다. 처음엔 잘 안 되는 게 당연하다는 각오로,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들라는 것이다. 이 삶의 태도는 꽤 중요한 것이, 실상 불확실성은 우리 삶 전체에 흐르고 있으며, 뜻밖의 행운을 거머쥐는 사람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이 될 가망성이 높기 때문이다.

책에는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만드는 힘'을 기르는 6단계가 제시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는 '나를 보기'
싫은 대상이 아니라, 무언가를 싫어하는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다. 싫은 감정에 에너지를 집중하면 부정적 감정을 키울 뿐이다. 시선을 옮겨 스스로를 관찰할 때, 우리는 본능을 다스릴 수 있다.

2단계는 '나를 껴안기'
싫은 감정을 회피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괜찮으니까 울지 마"가 아니라 "울어도 괜찮아"로 바꾸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을 그대로 응시했을 때, 그 실체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3단계는 '힘은 몸에서 나온다'
건강과 체력은 절제력과 직결되어 있다. 수면 역시 중요하며, 의식적으로 어깨에 들어간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권장된다.

4단계는 '머리 굴리지 마라'
불필요한 생각으로 실행을 미루지 않는 것이다. 일단 시작해야, 공포와 저항감을 다스릴 수 있다.

5단계는 '시스템을 조성하라'
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잘 기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일기는 매우 좋은 암기 수단이자,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6단계는, '그래도 못하겠다면'
정 어쩔 수 없다면, 마감 때까지 작정하고 일을 미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단, 마감 때까지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놓지 말아야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해내면, 긍정적인 결과가 이어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기 싫을 가망성이 높기 때문에, 그 일을 한다는 것은 곧 바람직한 태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저자는 애매모호한 실력 차이를 구분해주는 것은 바로 그 태도라고 한다. 또한 이렇게 감정을 통제하게 되면, 협상과 설득에서도 침착하게 내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그 외에도 이 힘을 길렀을 때의 긍정적 효과가 무수히 언급되지만, 무엇보다 나를 설득시킨 것은 이것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 내 안의 진짜 욕구와 가짜 욕구를 구분하게 되면,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것이 아닌, 진짜 자기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기 싫은 일은 반드시 찾아온다. 이를 피하는데 급급하다 보면, 진짜로 원하는 삶과 멀어질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을 길러야겠다.

마음을 통제한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될 리 없고, 어떤 이들에겐 뻔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하나의 팁을 구하거나, 아는 것도 강화할 순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고들 하지 않는가. 파일럿이 되고 싶다던 친구에게 이 책을 권해야겠다. 그녀의 다음 목표는 끝까지 완수되길 바라며. 물론, 나부터 잘해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 기 쓰지 않고도 끝까지 해내는 마음 관리법

홍주현 지음, 사우(2017)


태그:#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홍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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