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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의 단풍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 인생의 황혼 녘이 연상된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 축령산의 단풍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 인생의 황혼 녘이 연상된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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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물이 올라 탄력 있던 피부가 조금씩 메말라 주름이 생기면서 거칠어져 가고, 유연했던 몸도 딱딱하게 굳어가면서 기능도 쇠퇴해간다. 직장에서도 은퇴하여 일선에서 물러난다. 과거에는 '육십 평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균 수명이 짧았지만, 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은 '100세 시대'라는 말마저 귀에 생소하지 않게 되었다.

대체로 60세 전후로 은퇴하지만 그냥 뒷방 늙은이로 지내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젊었을 때는 직장에 얽매여 있는 것이 지겹고 싫을 때도 있었겠지만, 은퇴하고 나면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슬픔이 된다. 은퇴 후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와 공허함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이 제2의 인생이라고 하여 참으로 보람차게 지내는 사람도 많다.

편협하고 옹졸한 생각 강요하면 '꼰대' 되기 쉽다

공자는 나이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직역하면 귀(耳)가 순하다(順)이다. 이순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있지만, 60세가 되니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고서도 이해되고 너그럽게 용서할 수도 있어서 쉽게 발끈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남의 말을 듣고 내 감정을 표출하기 전에, 그 말에 담긴 진의를 먼저 찬찬히 살필 수 있는 태도는 마음의 여유에서 나온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언행이 거칠고 경박해져서 십중팔구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사람의 말에 일단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들을 말이 있고 배울 것이 있다. 특히 나에 대한 안 좋은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상대방은 많이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진솔한 말을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말에 기분 나쁜 반응을 보인다면 다시는 진심 어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50세를 머리털이 약쑥처럼 희어진다 하여 '쑥 애(艾)'자를 써서 애년(艾年)이라고도 한다. 애년에 들어서면 입은 다물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열라는 지갑은 꽉 닫고 열지 말라는 입은 쉴 새 없이 나불거리는 사람이 적잖다. 적게 듣고 많은 말을 쏟아내는 것이 '꼰대'의 가장 큰 특색이다. '꼰대'는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로 번데기의 사투리 '꼰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나라를 팔아먹고 일제가 하사한 작위를 받은 친일파들과 연결시켜 백작의 영어 발음 콘트(comte)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럴듯한 가설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滿山紅葉 축령산 전망대에서 단풍을 내려다보면서 쓰다. 곱게 물든 단풍은 우리 인간의 모습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
▲ 滿山紅葉 축령산 전망대에서 단풍을 내려다보면서 쓰다. 곱게 물든 단풍은 우리 인간의 모습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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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쭈글쭈글한 번데기처럼 피부뿐만 아니라 사고방식도 쭈글쭈글하여 그저 같잖은 잔소리를 해대는 늙은이를 빈정대는 말이다. 그들은 자기 생각이 옳다는 믿음이 철석같다. 자기 생각과 다른 생각은 모두 틀린 것이라고 간주한다. 혼자 자신의 믿음대로 살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 편협하고 옹졸한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술자리에서 대화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새로울 것도 없는 뻔한 내용을 강의하듯 떠들어대서 듣는 사람을 질리게 한다. 듣기 싫은 소리를 꾹 참고 들으면서 '나는 절대로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게 하는 가르침을 빼면 남는 것은 잡친 기분뿐이다. 친구들 사이라도 혼자서 잘난 척하면 꼴 보기 싫은데, 지나치게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보면 질리고 지친다. 나이를 먹을수록 말을 천금같이 아껴야 체통을 잃지 않는다.

인간은 연륜이 쌓이면서 깨닫게 되는 진리가 있다. 공부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노인은 지혜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무척 의미심장한 말이다. 노인이라는 문자 없는 책, 그 속에는 도서관 하나만큼의 깊이와 지혜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어 보았기 때문에 세상사 이모저모, 쓴맛 단맛을 두루 안다. 그 자신이 살아오면서 적잖은 실수도 저질렀고 또 용서도 받아봤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 인간은 불완전하므로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전후좌우의 사정을 헤아려 적절히 처리한다.

이해심과 배려심은 노인의 가장 큰 덕목이다. 이런 덕목을 갖추지 못한 노인은 자녀들에게도 쓸모없는 존재, 골칫거리로 취급받게 된다. <법구경>에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 장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이만을 먹었다면 그는 부질없이 늙어버린 속 빈 늙은이"라는 구절이 있다. 쓸데없이 나이만 먹어 형편없이 늙어 버린 노인의 모습은 그 얼마나 추한가. 생각의 굳은살이 딱딱하게 박혀 고집만 부리고 화를 내는 노인은 세상의 처치 곤란한 짐 덩어리일 뿐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어른 노릇"

​사람은 사람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인격적 모독을 느끼게 된다. 사람대접을 받으려면 사람답게 행동해야 한다. 행실은 개차반같이 하면서 사람대접을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생각이다. 나이를 무슨 벼슬처럼 여기고 대접을 받으려는 노인들을 자주 본다. 헛되이 나이를 먹은 철부지 노인들이다. 사람이 늙어가는 것은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인생의 한 여정이지만, 어떻게 나이를 먹는가에는 차이가 있다. 최명희 작가의 소설 <혼불>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은 자기 몫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 어른 노릇처럼 어려운 게 어디 있겠느냐? 제대로 할라치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어른 노릇이니라."

청암부인이 준엄하게 아들을 타이르면서 하는 말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어른'이란 말의 무게를 느꼈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어른 노릇인 것 같다. 한두 살씩 연륜이 쌓이면 그 연륜에 맞게 행동하고, 그러한 일련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어른값이라고 생각한다.

공자는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하였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노탐(老貪)이 노추(老醜)'라는 말이 있다. 늙어서 탐욕을 버리지 못하면 추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도종환 시인은 <단풍드는 날>에서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라고 노래했다. 젊을 때는 부단히 욕망을 채우면서 사는 것이고, 늙어서는 부단히 욕망을 빼면서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배려가 깊어져야 하고,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이에 걸맞은 가치가 생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일선에서 은퇴 즈음은 그동안 마음에만 담아둔 일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첨하는 일도, 애정 문제로 번뇌하는 일 등도 사라질 나이이다.

인생에서 인문학적 사유는 참 중요한 문제이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끝없이 묻고 찾아야 한다. 인생길 저물녘의 길잡이로는 책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본다. 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서점에는 삶에 유익한 책이 숱하게 많고, 그리 비싸지도 않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다운 삶'을 늘그막에라도 공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사람은 죽는다. 어느 사람도 피해갈 수 없다. 인생은 끝나 봐야 안다. 정말 잘 죽는 방법은 정말 잘 살다가 죽는 것이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

어른값을 하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배려심이 깊어져야 하고,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이에 걸맞은 가치가 생긴다.
▲ 어른값을 하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배려심이 깊어져야 하고,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이에 걸맞은 가치가 생긴다.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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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에서 즐기는 인문학적 붓장난’이라는 꼭지 제목으로 글을 싣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글입니다. 꼭지 제목에 ‘붓장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될 수 있으면 제가 첨부하는 붓글씨 사진은 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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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3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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