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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교수의 일본이야기 김현구교수의 일본이야기
▲ 김현구교수의 일본이야기 김현구교수의 일본이야기
ⓒ 이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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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본에 관한 명저라면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일본은 없다> 등이 꼽힌다. 이 책, 김현구 교수의 <일본 이야기>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까지 일본에 대해 논하고 있는 모든 주장들이 눈에 보이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현상만을 통해 일본을 이해하려 했다면 김현구 교수는 일본 역사를 전공한 전문가 답게 근원을 밝히고 원인을 추적해 결과가 그리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시원하게 밝히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모두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참혹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식민지 근대화를 이뤄 주었다는 둥 망언을 일삼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같은 처지의 독일은 자신들의 과거를 통렬하게 참회하고 반성해 당당한 민주국가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상반된 예를 들면서 말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민족성이 그래서? 아무도 이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나마 지금까지 나왔던 것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한 주장이 일본인은 원래 마음속에 있는 말을 직설적으로 잘 하지 않기에 속마음을 얘기할 때도 빙빙 돌려서 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걸 잘 헤아려 들어야 한다는 것. 예스(YES)라고 한 것 같은데 실제는 노(NO)였다는 황당한 경험 같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지난 1990년 일왕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라고 한 것이 진심으로 사과한 것이라는 얘기. 그러나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가? 무언가 사고만 하나 터져도 책임을 지겠다며 목숨 끊는 것을 다반사로 하고 있는 것이 그들인데 말이다.

독일이 저렇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이유는 전후 정권을 잡은 이들이 나치 정권에 저항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전 정권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고 범죄를 저지른 군국주의자들이 그대로 다시 등용되어 나라를 이끌고 있다. 한국전쟁과 냉전 때문. 일본을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이용하려 했던 미국의 이해 때문이다. 그런즉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를 하는 건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니 절대로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없다는 것. 즉, '통석의 념'은 결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닐 뿐더러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뜻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가?

일본을 말할 때 '모방'의 천재라고 이야기 한다. 남의 것을 베끼기만 한다는 것. 원숭이라고 놀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과연 베끼기만으로 세계 경제의 정상에 설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일본은 섬이라는 특성상 이민족의 직접 침략을 받은 일이 없다. 반대로 외국 문화의 영향도 직접 받은 적이 없다는 이야기. 이들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경로는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사람들을 파견해 보고 배우고 익혀 오는 것. 그런데 그 경로가 한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뱃길을 통해 중국 남부에서부터 한반도, 만주, 러시아 연해주까지 여러 갈래라는 것인데 이렇게 여러 곳에서 들여온 것들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취사선택해 일본화 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수천 년 고유한 일본의 문화를 그대로 지켜왔다는 것. 한 예로 일본씨름인 스모가 있다. 몽고씨름은 박진감은 있으나 샅바가 없어 기술을 쓸 수 없고 한국씨름은 샅바를 잡고 시작하니 기술쓰기에는 좋으나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것. 이 둘을 융합해 만든 것이 바로 일본의 스모. 한국처럼 샅바가 있으나 몽고씨름처럼 일어선 자세로 시작하니 박진감도 있고 기술도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근대화 과정, 일본이나 중국이나 다같이 철강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근대화의 지름길이라는 생각했다. 중국의 실력자 리훙쟝은 영국에는 가보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서 거금을 들여 용광로 두 개를 사왔다. 일본은 영국에 미리 유학생을 보내 그들이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일본에 맞는 용광로를 사오게 하여 훌륭하게 근대화에 성공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남의 문화를 받아들여본 적이 없어 자기 나라에 가만히 앉아서 선진문물을 들여 오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고 일본은 남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한 절차와 검증된 습관이 있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다른 예이기는 하나 쥘부채도 있다. 이어령은 이것만이 일본이 만든 유일한 '작품'이라 했으나 문화란 것이 원래 이렇게 물처럼 흐르고 변형되어 토착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일본이 만들어 세계를 제패한 '작품'이 어찌 쥘부채 하나 뿐이겠는가! 다만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 뿐이며 방송과 언론이 정권의 요구에 의해 그런 내용만 골라서 전파했을 뿐이다.

지난 1985년, 광개토태왕비문 조작설을 제기한 재일교포 학자가 텔레비젼에 나와 공개토론을 했는데 논리적으로 수세에 몰렸음에도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편집, 방송해 결과적으로 조작설이 진실이라고 믿게 만들었다는 것. 늘 "일본을 이기자!"며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이렇게 왜곡된 정보만 갖고는 결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진실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한 법.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학계를 봐도 중국 전문가는 차고 넘치지만 일본 전문가는 없는 것이 현실. 과거 신라시대부터 왜구에 의해 피해를 당하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었으며 근세에는 35년에 이르는 직접 지배를 당할 만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들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4배, 인구로는 3배, 경제력을 따져 보아도 12배나 되는 세계적 강국이다. 이런 나라를 '쪽발이'라며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런 조소와 경멸이 저절로 극일을 이뤄주지는 않는다. 식민지 시절, 한국을 영구점령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에 빨간줄을 쳐가며 연구했다는 사람들이다. 그들보다 더 열심히 일본을 알려는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 그 길에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20년도 훨씬 전에 나온 책이기는 하나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일독을 권한다.


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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