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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나이에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일 잘하고 돈 잘 벌던 딸이 1년 넘는 여행을 떠난다고 가족에게 선포를 했다. 남들은 시집 갈 계획, 집 살 계획으로 인생을 아등바등 꾸리며 살고 있는데, 도대체 제 정신일까.

 천우연, <세계예술 마을로 떠나다>
 천우연, <세계예술 마을로 떠나다>
ⓒ 남해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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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에서 크고 작은 문화예술을 기획하기도 하고, 진행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인물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천우연의 <세계 예술마을로 떠나다>를 읽자마자,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난 5일 작가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천우연은 전남 해남 송지면이 고향이다. 땅끝마을에서 17년의 초중등의 유년시절을 보냈다. 영암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제는 어엿한 문화기획자라는 명함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자신을 꾹꾹 누르는 질문이 있었다. '도대체 뭘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고민이었다. 2015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꼬박 450일간의 외국 여행을 했다.

평소 꿈꾸던 축제와 예술가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 덴마크, 미국, 멕시코의 예술마을을 찾아가 석 달 이상씩 머물며 현지인처럼 살았다.

축제 기획에 참여하고, 학생으로 생활도 해보고, 인턴 작가로 현지인, 세계 예술인 친구와도 사귀었다. 장인들에게 작업을 배우며 자신의 불안을 현재의 확신으로 탈바꿈 하기도 했다. 책에는 언젠가 고향인 해남에 내려와 공동체 속에 일원이 되고 싶다는 그의 유쾌하면서도 행복한 사유가 오롯이 담겨있다.

 천우연 작가 사진
 천우연 작가 사진
ⓒ 남해의 봄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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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을 나오고 10년 동안 문화 기획자로 살았다고 했는데, 그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신 건가요?
"10년 동안 문화 기획자로 일을 했는데 그쯤에 한 3년 정도는 무대 공연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뮤지컬도 만들고 어린이 전시도 기획해보고요. 그리고 7년 정도는 문화 기획하는 회사에 몸을 담았죠. 그 회사가 어떤 회사냐면요, 공공기관에서 축제를 많이 하잖아요.

예를 들면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 같은 거요. 서울시청이 문화예술과에서 입찰 공고를 내요. 이런 축제를 하려고 하는데 어떤 회사가 할 수 있냐고 입찰공고를 내게 되면, 저희 같은 문화기획사 회사들이 경쟁을 해서 그 사업을 수주해요. 저는 이런 입찰을 하기 위한 기획서 내지는 제안서를 쓰는 일을 했어요."

- 한겨례 11월 1일자 신문을 보니, '문화 기획 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자주 발견했다'고 했어요.
"제가 입찰 팀장으로 7년 정도 열심히 일을 했어요. 예를 들어, 회사가 처음 매출이 1년에 20억 정도였다고 한다면, 제가 퇴사를 할 때 100억 정도가 되었죠. 성장을 굉장히 빠르게 했어요. 회사의 경로와 나의 삶이 발맞춰 걸어갔죠. 그게 초반에는 기쁘게 작용했어요. 기획에 있어서, 처음에는 본질적인 것, 좀 더 창의적인 것들에 대해서 고민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알게 되고, 어떻게 하면 빨리 수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몸이 먼저 반응을 했어요. 축제 현장을 가도 예전에는 사무치게 가슴이 떨렸는데, 나중에는 그저 기획서를 쓰며 허비한 시간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 외에는 없었어요. 도대체 뭘까.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가슴속에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어요."

- 약간의 번아웃 증후군 같은 것 있을 수도 있겠군요.
"맞아요. 탈진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책에서 썼지만, 유학 가려고 모은 돈으로 여행을 떠난 거죠."

- 책에서 나온 '천우연스러운' 선택인 거네요.
"네. 친한 언니의 말을 듣고 1.5일 만에 마음을 확 돌렸어요. 천우연스러운 것이 '공부는 아니다'였어요."

- 책에서 보면, 작가님께서 인생문장이라고 정리해둔 구절이 있더군요. "생태적인 삶, 배우는 삶, 나의 노동이 좋은 사회로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 전통과 함께하는 삶"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덴마크 사회를 보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덴마크에서 빛의 밤 축제를 함께 하며 알게 된 예순 다섯인 레이스와 일흔인 베릿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지 고민하는 것이 내 가장 큰 고민이다'는 말이었어요. 끊임없이 행복해지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제가 하는 문화 기획이 그 사람들이 즐겁고 저도 더불어 행복해지길 바라요. 제가 세상을 구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질문하는 거죠. 그것을 저는 관계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공경하지 않고 질문하지는 않아요. 상황을 살펴가며 질문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검열로 질문을 못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이건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나이가 어리면 꼰대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마이크를 들고 질문을 해야할 때 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등등이 그렇죠. 저는 이것이 관계의 단절을 가져온다고 봐요. 엉뚱할 수도 있지만, 저는 질문을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너한테 이만한 관심이 있다, 그래서 궁금하고 더 알고 싶기 때문에 질문을 하는 것이다"라구요."

- 책에서 보면, 전남 해남에 있는 미황사 창건 설화를 가지고 멕시코 주민들과 동화책을 만든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그 과정이 궁금하네요.

"제가 멕시코는 책에도 나왔다시피, 원래 목적지가 아니었어요. 원래는 호주로 갈려던 일정을 멕시코에서 머무른 것이거든요. 멕시코에서 알레브리헤라는 목각 인형을 보고, 호주로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적인 인형이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알레브리헤를 딱 보는 순간, 그 형상이 모두 동물이거든요. 동물과 자연의 혼합같은. 예를 들어 얼굴은 늑대인데, 몸은 갈기는 비처럼 형상화 되어 있는 형태인거죠. 자연과 동물이 교감하는 형태의 패턴을 보여요. 이것으로 살아있는 인형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들의 전통과 우리 것 아니 나의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했어요.

제가 해남 태생이기도하고, 저 교회 다니는데, 미황사 절이 떠오르더라구요. 대웅전의 칠해지지 않는 색이 저는 어린 시절부터 좋았거든요. 미황사 이야기를 찾아보니 설화에 소가 나왔고, 또 소 자체가 이들이 형상화하려는 동물과 맥이 닿는다고 생각했어요."

-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는 어땠나요?
"환상적이었죠. 사실 저는 동화책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목각인형을 만드는 2개월 동안 그곳 부족들과 함께 살았어요. 부족들의 삶이 어떤지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의 책임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죠." 
   
- 해남에 내려오고 싶다고 하시던데요. 혹시 해남에서 무슨 축제를 하고 싶나요?
"여행을 갔다 왔다고 세상을 다 바꾸겠다는 것이 아닌데, 책을 출간하고 정말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했어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기사들이 나오더라구요. 마치 제가 해남에 내려가 무엇을 하고, 그곳을 어떻게 변화시키겠다는 식의 뉘앙스는 조금 아닌 것 같아요. 소박하게 제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이미 있는 공동체 안에 쏙 들어가 버무려지고 싶은 게 제 바람이거든요.

제가 언급한, 미국에서 메이데이 축제를 함께 했던 샌디의 말처럼 "마을 일은 살아가는 것이지 행사가 아니다"는 말을 생각해요. 해남에 계시는 분들을 문 두드려 만나고 싶어요. 그 공간에 대해 이해하고 싶고, 그 사람들과 사귀고 난 후에 축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단순히 해남에 고구마가 많이 난다고 해서 고구마 축제를 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것 같거든요. 그런 축제는 작위적 이벤트에 그칠 뿐이니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는 자기계발서, 혹은 여행 수기와 관련된 책이 정말 많이 나왔다. 여행이라는 것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에 대한 자기 만족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여행에서 우리가 놓쳤던 '삶'을 보고 다시 우리가 사는 토양에 '나눔'을 하려는 마음은 쉽지 않은 것이다.

축제의 기쁨을 문화기획자는 다들 느껴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한 여름밤의 꿈처럼 단 며칠간, 단 하루만의 추억이 아닌, 우리가 사는 그날 그날이 과정의 축제로서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미국 미네소타의 야수의 심장 인형극단이 43년째 이어 온 메이데이 축제는 우리 사회에 어떤 점을 시사하는 것일까.

천우연씨와 인터뷰 하며 매번 같은 퍼포먼스 일상인 지역의 축제를 보며, 지역민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순 동원하는 식의 준비 과정, 더 나은 마을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그 하루, 혹은 일주일을 위해 준비하는 축제 과정의 본질을 되새겨 봤다.

덧붙이는 글 | 천우연, 세계예술마을로 떠나다 <남해의 봄날> 값 16,000원



1984년생. 명지대 문창과졸업. 전남해남지역에서 청년문제,문화예술교육,지역신문칼럼집필 등을 하고 있습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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