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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에게 도덕을 가르치면서 느낀 도덕교과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자 합니다. 현행 중등교육에서 교과서는 도덕①·② 두 권입니다. 이중 심화과정인 도덕② 교과서(미래엔 출판)를 텍스트로 다룹니다.-기자 말 

(지난 기사: 소크라테스 죽음이 '준법'? 섬뜩한 도덕교과서)

지난 기사에서는 도덕교과서가 서술하는 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준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과서는 이어서 시민불복종을 소개한다. 준법 다음에 시민불복종 단원을 배치함으로써 지나친 준법 강조가 초래하는 단점을 보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우선 교과서가 제시하는 '준법'과 '불복종'이란 두 선택지는, 법에 대한 시민의 역할을 단지 따르느냐 마느냐는 수동적인 위치에 한정한다. 그 이상의 입법 등 주체적 권리는 여전히 말해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시민불복종을 소개함에 있어서 교과서는 오히려 시민불복종의 기능을 제한하는 서술을 보인다. 이전 단원이 준법의 당위를 전제로 시작해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 반면, <시민 불복종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단원은 시민불복종의 중요성보다는, 그것의 조건을 달아 한정하는 데 내용의 초점을 둔다.

윤봉길 의거는 정당하지 않나요?

 영화 <암살>의 한 장면. 극중 의거를 앞둔 독립운동가들이 태극기 앞에서 마지막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윤봉길, 이봉창 등 의사들이 의거 전에 찍은 실제 사진에서 모티프를 얻은 장면이다. 교과서가 주장하는 "정당화 조건"과 달리, 이들은 총과 폭탄으로 무장해 일제에 항거했다.
 영화 <암살>의 한 장면. 극중 의거를 앞둔 독립운동가들이 태극기 앞에서 마지막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윤봉길, 이봉창 등 의사들이 의거 전에 찍은 실제 사진에서 모티프를 얻은 장면이다. 교과서가 주장하는 "정당화 조건"과 달리, 이들은 총과 폭탄으로 무장해 일제에 항거했다.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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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교과서가 정의하는 시민불복종은 "정의롭지 못한 법이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법을 공개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여기에는 네 가지 조건이 따르는데, 이를 모두 충족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교과서는 설명한다.

교과서가 설정한 네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 둘째, 비폭력적이어야 한다. 셋째,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넷째,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문제는 셋째 조건이다.

 현행 중학교 도덕② 교과서(미래엔 출판)의 교사용 지도서 218쪽. 교과서는 시민불복종의 정당화 조건으로 "처벌 감수"를 든다. 교과서 주석에 따르면, "감수"란 "책망이나 괴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임"을 말한다.
 현행 중학교 도덕② 교과서(미래엔 출판)의 교사용 지도서 218쪽. 교과서는 시민불복종의 정당화 조건으로 "처벌 감수"를 든다. 교과서 주석에 따르면, "감수"란 "책망이나 괴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임"을 말한다.
ⓒ 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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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 셋째, 시민불복종은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시민불복종은 현재의 법에 저항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기본적으로 법을 존중하면서 정당한 법체계를 세우려는 운동임을 보여야 한다."(중학교 도덕② 218쪽, 미래엔 출판)

아무리 부당한 법에 저항하는 것이라도 이에 따른 처벌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모범사례로 간디의 소금행진을 소개한다. 소금행진은 식민지 인도인들이 영국의 수탈정책에 항거한 반제국주의 독립운동이다.

이는 평화시위였으나 영국 군경은 이들을 유혈 진압했다. 6만 명을 구속했고 이 과정에서 300여명이 다치고 2명이 죽었다. 그 이전에도 인도인들은 평화시위를 벌였는데, 그때도 영국은 무력 진압을 자행해 무려 천 명이 넘는 인도인을 살육했다. 일명 암리차르 대학살이다.

그럼에도 교과서는 폭력 진압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시민불복종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과서는 인도의 독립운동이 정당한 이유를 앞의 네 조건을 활용해 설명하라는 문제를 출제하는데, 교사용 지도서에 적힌 답은 다음과 같다.  

 현행 중학교 도덕② 교과서(미래엔 출판)의 교사용 지도서 219쪽. 교과서는 간디의 소금 행진이 "정당한 시민불복종"인 근거로 "처벌 감수: 경찰의 진압을 비폭력적으로 받아들임"이라고 서술한다.
 현행 중학교 도덕② 교과서(미래엔 출판)의 교사용 지도서 219쪽. 교과서는 간디의 소금 행진이 "정당한 시민불복종"인 근거로 "처벌 감수: 경찰의 진압을 비폭력적으로 받아들임"이라고 서술한다.
ⓒ 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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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감수: 경찰의 진압을 비폭력적으로 받아들임"(중학교 도덕② 219쪽, 미래엔 출판)

이 말은 식민지 사람들은 무조건 당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 제국주의의 무자비한 학살도 그저 "비폭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무서운 주장이다. 교과서의 논리대로라면, 과거 식민지를 겪었던 우리나라 독립운동도 그 태반이 정당하지 못한 게 된다.

일제 강점 당시 우리나라의 많은 독립운동가는 교과서 주장처럼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무장투쟁 노선을 걸었다. 김좌진과 홍범도는 독립군을 조직했고, 안중근과 윤봉길은 의거를 일으켰다. 이외에도 임시정부 요인을 비롯한 수많은 지사들이 총칼을 들고 일제에 항거했다. 

도덕교과서가 사실 왜곡을?

 현행 중학교 도덕② 교과서(미래엔 출판)의 교사용 지도서 212쪽. 시민불복종의 국내 사례로 제시한 "1980년대에 행해졌던 방송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의 원인을 "광고 방송"으로 설명한다. 설명 밑에 "시민불복종의 정당화 조건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도상의 유의점"도 눈에 띤다.
 현행 중학교 도덕② 교과서(미래엔 출판)의 교사용 지도서 212쪽. 시민불복종의 국내 사례로 제시한 "1980년대에 행해졌던 방송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의 원인을 "광고 방송"으로 설명한다. 설명 밑에 "시민불복종의 정당화 조건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도상의 유의점"도 눈에 띤다.
ⓒ 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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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교과서는 시민불복종에 이처럼 비상식적인 조건을 붙임으로써 시민불복종을 수동적이고 무력한 권리로 묶어둔다. 그렇다보니 교과서가 제시하는 시민불복종의 사례 역시 밋밋하다. 교과서는 인도 독립운동을 포함해 총 다섯 가지 사례를 든다.

그런데 이중 넷이 외국 사례다. <국가는 왜 필요한가?> 단원에서는 국가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사례로 이명박정부 당시 피랍 선원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과,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 등 국내 사례를 들었던 것과 대비된다.

또 국가의 필요성 사례들이 최근인 것과 달리, 시민불복종은 간디, 소로우, 앤서니, 루터 킹 등 최소 수십 년에서 백 년은 더 전에 일어난 일을 사례로 들고 있다. 그나마 국내 사례로는 1980년대 방송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소개하는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방송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 공영 방송이 시청료를 징수하면서도 광고 방송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이유로 시청료 납부를 거부한 운동"(중학교 도덕② 217쪽, 미래엔 출판)

교과서의 서술은 사실 왜곡에 진배없다. 1980년대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은 전두환정권의 보도지침과 KBS의 정권 편향보도에 맞서 언론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반독재 민주화운동이었다. 그런데 교과서는 이러한 사실을 삭제하고선, 단지 지엽적 목표의 일부에 불과했던 '광고 방송' 때문이라고 서술한다.

교육에서 사례는 밀접할수록 좋다. 한데 유독 시민불복종 단원에만 오래 된 외국 사례가 많다. 제국주의와 군부독재에 맞서온 우리나라 질곡의 투쟁사에서 굳이 비중이 크다고 하기 힘든, 시청료 거부 운동을 시민불복종의 유일한 국내 사례로 꼽은 것도 상식적이지는 않다. 심지어 그마저도 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지운, 왜곡성 설명이다. 

시민불복종 단원을 이렇게밖에 소개하지 못하는 교과서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교과서는 역시 시민이 적극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 불편한 게 아닐까. 시민을 그저 법의 종속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시민불복종의 중요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것을 제한하는 데 서술의 중점을 두는 것이다. 또 가까운 국내 사례가 아닌, 오래 된 외국 사례로 점철하는 것이다. 그러나 속지 말자. 우리는 법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법이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

덧붙이는 글 | 학계에서는 시민불복종과 저항권을 구분하기도 하나, 학자마다 정의가 다릅니다. 예컨대 평화학 권위자인 이대훈 성공회대 교수는 보다 확장된 의미에서 시민불복종을 ‘소극적 불복종’과 ‘공세적 불복종’으로 나눕니다.



대학에서 철학과 국문학을 공부했습니다. 보다 나은 삶과 더 정의로운 나라를 꿈꿉니다. 녹색당ㆍ이재명캠프에서 일했습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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