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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하기를 앞둔 완도 청학동 유자. 샛노란 색깔로 탐스런 웰빙 건강식품이다.
 출하기를 앞둔 완도 청학동 유자. 샛노란 색깔로 탐스런 웰빙 건강식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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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가 출하기를 앞두고 있다. 색깔이 샛노랗게 탐스럽지만 생긴 것은 그저 그렇다. 겉보기에 울퉁불퉁해 못생긴 과일로 통한다. 하지만 약용이나 식용으로 인기다. 독특한 향 때문에 향료로도 쓰인다.

유자에는 사과, 배, 바나나보다 칼슘이 10배나 많이 들어있다. 레몬이나 오렌지보다 비타민이 3배 이상 많다. 항암성분이 함유돼 있어 노화 억제 등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다. 항알레르기, 항염증 등 항균작용을 해 체질개선 및 병에 대한 저항력도 뛰어나다. 흔한 표현으로 웰빙 건강식품이다.

이 유자를 재배하며 남도의 섬에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는 귀촌인이 있다. 전라남도 완도의 고금도 청학동마을에서 유기농 유자농사를 짓고 있는 강상묵(61) 씨다. 강 씨는 충청남도 공주가 태 자리다.

 강상묵 씨가 유자의 작황을 살피고 있다. 충남 공주에서 나고 자란 강 씨는 완도 고금도에서 유기농으로 유자를 재배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강상묵 씨가 유자의 작황을 살피고 있다. 충남 공주에서 나고 자란 강 씨는 완도 고금도에서 유기농으로 유자를 재배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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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다 온 사람이 뭘 알겠어."

강 씨가 청학동마을에 들어와서 유자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마을사람들이 한 얘기다. 하나같이 콧방귀부터 뀌었다. "그렇게 농사지어 먹고 살기나 하겠느냐"며 비웃기까지 했다. 심지어 '미친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강 씨는 개의치 않았다. 자기 생각대로 농사를 지은 지, 10년 됐다. 처음에 조롱하던 이들도 지금은 그를 따라 배우느라 부산하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섬마을의 한 해 유자 농사가 좌우될 정도가 됐다.

 샛노랗게 익어가는 완도 고금도 청학동마을의 유자. 평범한 섬마을을 '유자마을'로 바꿔 놓았다.
 샛노랗게 익어가는 완도 고금도 청학동마을의 유자. 평범한 섬마을을 '유자마을'로 바꿔 놓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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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마을은 완도 고금도의 서북쪽 바다와 마주한 전형적인 농촌이다. '완도 자연 그대로 유기농 거점 마을 제1호'이자 영화 '천년학'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마을이다. 마을 뒤 진암산 기슭이 유자나무로 뒤덮였다. 면적만 4만㎡에 달한다. 완도군에서 가장 큰 유자농장이다. 강 씨의 삶터다.

진녹색 잎들 사이로 샛노랗게 익어가는 유자가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과육이 단단하고 저장 기간도 길어 최고 대우를 받는다. 강 씨는 이곳에서 유기농업으로 유자를 키워 1억 원이 훌쩍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유기농업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값을 3배나 비싸게 받아요. 정부와 전라남도, 완도군의 지원도 받고요. 농사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농사지을 수 있어 좋습니다."

 진녹색 이파리 사이로 샛노랗게 익어가는 청학동마을의 유자. 과육이 단단하고 저장 기간도 길어 늘 최고 대우를 받는다.
 진녹색 이파리 사이로 샛노랗게 익어가는 청학동마을의 유자. 과육이 단단하고 저장 기간도 길어 늘 최고 대우를 받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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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농사 방식은 별나다. 천적을 이용한 이른바 '자연 그대로의 농법'이다. 그는 농원의 풀을 뽑거나 베지 않는다. 일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오히려 키운다. 풀밭에 병해충의 천적이 서식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농사를 지으며 터득한 경험이다.

실제 그의 농원에서는 유자 농사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응애를 찾아볼 수 없다. 갖가지 유기농 제재와 물거름을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은 기본이다. 관수시설도 유별나다. 스프링클러는 나무에 물이 닿지 않고 풀밭으로 자연스레 떨어진다. 유자에 치명적인 흑점병 확산을 막기 위한 묘안이다.

"흑점병은 유자에 검은 반점이 콕콕 박혀 있는 건데요. 유자가 제값을 받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죠. 병균이 죽은 나무에 기생해요. 물을 타고 번지죠. 비 온 다음 날 많이 발생하는 데서 착안했습니다."

 완도 고금도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강상묵 씨. 강 씨는 10년 전 이곳에 들어와 유자를 유기농 재배하며 마을을 유자고을로 바꿔놓았다.
 완도 고금도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강상묵 씨. 강 씨는 10년 전 이곳에 들어와 유자를 유기농 재배하며 마을을 유자고을로 바꿔놓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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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가 고향인 강 씨가 청학동마을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건설회사를 그만 둔 직후였다.

"건설회사에 다니다가 독립을 했었죠. 그런데 벌이는 일마다 다 말아먹었어요. 낙담하고 있던 차에 지인이 당신 소유인 완도 유자밭을 한 번 보고 오라더군요. 바람도 쐴 겸 완도로 왔었죠. 그 때 처음 남도땅을 밟았어요."

마을 뒷산 기슭을 따라 펼쳐진 드넓은 유자밭은 공허한 그의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았다. 관광농원으로 가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꿈꾸던 전원생활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먹거리가 불안하던 당시, 유기농으로 유자를 재배하면 돈도 두둑하게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기후와 지리 조건도 유기농업에 맞춤이었다. 그의 청학동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한 유자. 겨울철 감기는 물론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능을 지닌 웰빙 건강식품이다.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한 유자. 겨울철 감기는 물론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능을 지닌 웰빙 건강식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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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농사는 실패작이었다. 70톤 나오던 유자 수확량이 19톤으로 줄었다. 절반은 상품으로써의 가치도 없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선진 농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유자 유기농업에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맨 땅에 헤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유자 주산지인 전남 고흥을 이틀이 멀다하고 찾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놓았던 책도 다시 잡았다.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방송통신대 농학과에도 진학했다. 농업기술센터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유기농업 교육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쫓아갔다.

배운 것은 그때그때 농사에 적용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농사기술을 쌓아 갔다. 유기농업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들쭉날쭉하던 수확량도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다.

"친환경 농업은 서두르면 100% 실패해요. 끈기 있게 조금씩 천천히 면적을 넓혀가야죠. 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요. 저는 무농약 농사만 5년을 지었어요."

 완도 청학동마을은 영농조합을 통해 공동 생산과 판매로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있다. 2년 전 마을주민들의 유자 수확 모습이다.
 완도 청학동마을은 영농조합을 통해 공동 생산과 판매로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있다. 2년 전 마을주민들의 유자 수확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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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농사에 자신감을 가진 강 씨는 재배기술을 마을 주민과 공유했다. 내친 김에 '고금청학동 유자영농조합'을 설립해 공동 생산·판매로 영역을 넓혀갔다. 친환경농업 확산과 함께 중간 상인한테 빼앗겼던 농민의 권리를 되찾기 시작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중간상인한테 매달리던 유통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값도 농민들이 직접 매길 수 있었다. 예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참 대단한 양반이다. 우리 마을의 보배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유다.

"연말까지 유자가공공장이 완공됩니다. 마을의 숙원 사업이었죠. 내년 5월부터선 유자차, 유자쌍화차, 유자식초도 생산합니다. 제품 개발은 이미 마쳤거든요. 특허도 등록했고요. 이제 우리 마을 주민도 허리 좀 펴고 살아봐야죠."

강 씨가 그리는 청학동 마을의 미래다.

 청학동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밝혀주는 유자. 고금도와 청학동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도 아름다운 볼거리를 선사해주고 있다.
 청학동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밝혀주는 유자. 고금도와 청학동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도 아름다운 볼거리를 선사해주고 있다.
ⓒ 완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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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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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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