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스미스(Sam Smith)의 2집 앨범 < The Thrill Of It All >.

샘 스미스(Sam Smith)의 2집 앨범 < The Thrill Of It All >. ⓒ 유니버설 뮤직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팝 음악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가요 시장이 음원 차트 위주로 재편된 이후,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팝을 찾아보는 것은 몹시 어려워졌다. 마룬파이브(Maroon 5)를 위시한 일부 아티스트들만이 두드러지게 사랑받고 있을 뿐이다. 한편, 샘 스미스는 팝을 듣지 않는 이들에게도 꽤 익숙한 이름이다. 그의 노래인 'I'm Not The Only One'이 가온 차트 기준 스트리밍 1억 건을 돌파하는 등, 인기 가요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샘 스미스는 몇 년 전만 해도 바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음악의 꿈을 키웠던 청년이다. 디스클로저(Disclosure), 노티 보이(Naughty Boy) 등과 호흡을 맞추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묵직한 저음과 날렵한 팔세토의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솜씨는 댄스와 소울에 모두 안성맞춤이었다. 그 기세를 이어 'Stay With Me'로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노래 상, 올해의 레코드 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 007 스펙터 >의 OST인 'Writing's On The Wall'로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제2의 아델'이라는 수식어는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데뷔 앨범 < In The Lonely Hour >는 2014년 발표된 이후 1200만 장의 판매량을 올렸다)

더 개인적으로, 더 진실되게



그는 데뷔 앨범을 '나의 일기장'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제목 그대로 그의 외로운 시간들을 오롯이 기록해낸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2집 < The Thrill Of All >에서도 그는 스미스는 자신의 삶과 사랑, 고통을 가감 없이 노래한다. 댄서블한 곡이 몇 곡 수록되었던 전작보다 조금 무거워졌다는 인상이다. UK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Too Good At Goodbyes'는 대중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일 것이다. The XX나 로드(Lorde)를 연상시키는 기타 사운드의 'Say It First' 역시 추천할만한 음악이다. 샘 스미스가 가장 개인적인 노래라고 소개한 'Burning'에서는 이별을 불에 타는 고통에 비유한다.

'거물' 팀발랜드(Timbaland)가 프로듀싱한 'Pray'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이 노래는 그가 봉사 활동 목적으로 방문한 이라크의 참상을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불가항력적인 존재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 노래 속 화자는 스스로를 신실하지 못하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기대고자 한다. 이 곡의 장중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 가스펠 풍 코러스라는 것을 생각하면 (의도된) 아이러니하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시피, 샘 스미스는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날 버린 그 남자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의 수상 소감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HIM'은 게이 청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커밍아웃하는 순간을 그려낸 곡이다. 자신의 이야기다. 성 소수자로서 살면서 겪었던 고통을 담담한 문체로 털어놓는 것이 인상적이다.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정체성을 숨겼던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로 다가올 음악이다.

샘 스미스가 단순히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뛰어난 보컬리스트인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풀어내는 작가다. 조금 긴 공백 끝에 앨범이 발표됐지만 망설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전작보다 더욱 개인적으로 파고들었지만, 대중의 감성에 소구하는 힘은 여전하다. 지금 샘 스미스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의미 없는 단어다.

 신보를 발표한 샘 스미스(SamSmith).

신보를 발표한 샘 스미스(SamSmith). ⓒ 샘 스미스


"I have a secret that I can't keep
I'm not the boy that you thought you wanted
Please don't get angry, have faith in me.

(숨길 수 없는 비밀이 있어요.
나는 당신이 원하던 그런 소년이 아니예요
화내지 말아요. 믿음을 가져요.)" - 샘 스미스, 'HIM' 중에서

샘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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