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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노숙인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거리 노숙인의 경우, 전년도(15년 12월 969명) 대비 많은 수가 증가하였다(16년 10월 1512명). 그만큼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노숙인 수의 감소에 기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며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과 발표와 동시에 보건복지부에서는 현장 무료진료소의 전문성 강화 및 입원료가 면제되는 지정병원의 확대, 더불어 만성적인 거리 노숙인에 대한 관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의료 부분에 국한했을 때 지역별로 시설이나 재정이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좀 더 개별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게다가 정부의 보도자료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제도'의 개선이나 지역별 재정지원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기 때문에 정부의 구체적인 의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오지 못한 노숙인 의료 및 복지제도에 대한 '현장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현재 거리노숙인들은 노숙인 의료급여 1종을 통해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비급여 부분(의료기기 및 미지원 의학검사)에 대해서 전액을 부담해야 하거나, 식비는 20퍼센트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거리노숙인들은 수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 없이는 구제될 수 없다.

더불어 부산의 현장에서는 노숙인 의료급여 1종에 대한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부산 희망등대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진현 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실효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부산대학교병원 공공의료보건사업실'에서 추진한 주거취약계층 실태조사(2016)에 따르면, 부산의 거리 노숙인들 중 노숙인 의료급여 1종을 채 10%도 받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청의 어려움 보다는, 노숙인들의 복잡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가 아예 없고 가진 재산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족이 있어도 방임되거나 사정상 같이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재산의 경우 대포차, 대포통장 등으로 인해 막히는 경우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신청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효성'의 문제를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노숙인 의료급여의 경우 '지정된 의료기관'을 사용해야 하는데 부산의 경우 보건소를 빼면 부산의료원 1곳만 지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진료의뢰서를 담당 기관(지정 보건소)에 가서 발급받으면 다른 병원에 갈 수 있습니다. 굳이 노숙인 의료급여로 전환할 필요성이 적은 것이죠.

더불어 거리노숙인의 경우 보건소에서 커버가 불가능한 '응급상황'이 빈번합니다. 사실 보건소에서 정밀 검사, 수술 등은 못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습니까. 결국 부산 의료원으로 가게 됩니다."

-전반적인 노숙인의 건강상황을 비추어 본다면
꽤 높은 의료 수준을 갖춘 병원이 여럿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부산의료원 만큼의 설비를 갖춘 지정 병원은 없는것으로 아는데요. 거리가 먼 노숙인들은 교통비도 없을텐데... 낮은 접근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교통비 문제는 실제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희망등대에서 지하철비를 지급하거나, 직접 차량을 운행하거나, 연산역에서 부산의료원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게 한다거나, 필요한 경우 직원 도우미가 동행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돕고 있기는 합니다."

상기 내용에서 언급된 부분뿐만 아니라, 비급여 항목이 발생할 때 생기는 추가 비용 부분에 대한 지원도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부산의료원 에서는 MRI가 필요한 응급상황에서 촬영을 거절하지 않도록 되어있고, 비 급여 항목은 부산의료원 '사회사업실' 등에서 지원을 통해 해결된다.

하지만 7월에서 8월 정도가 되면 관련 예산이 전부 소모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고 한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수급을 받을 수 없는 노숙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의료비 예산을 확보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있지만, 부산시에서 부산의료원의 노숙인 진료비로 10억원 가량 체납되어 있고, 추가 지원사업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여러가지 대책은 많이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부분이 해결되어야 한다면 예산의 증액이 뒷받침 되어야겠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무래도 노숙인들이 처한 상황상 투표권과 관련하여 의견을 표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선거 때에도 정치인들이 지원이 필요한 다른 쪽에는 유세활동을 하더라도 이쪽에는 참여를 잘 하지 않으니, 그게 예산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국 예산이다. 현재 부산광역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터무니 없는 사업들에 편성되는 예산들을 아주 조금이라도 빼오면 되지 않을까. 

노숙인 우울증 현황
 노숙인 우울증 현황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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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적인 의료지원 또한 필요한 상황...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다시피, 노숙인들에게 정신과적인 질환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일반의료지원 뿐만 아니라 정신과적 의료 전문성을 요구한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현재  '거리'와 '쪽방' 노숙인 들의 우울증 유병률은 70~80% 정도로 엄청나게 높다. 우울증은 대부분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신과적인 개입과 사회문화적인 보조가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의학적 개입'도 잘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그리고 정신과 질환을 가진 의료수급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힘든 실정이다. 의료수급자의 일당정액수가는 평균 4만5400원 가량으로 건강보험 입원환자의 1일 평균진료비 7만3651원의 61.6%에 불과하다. 즉, 급여환자는 입원비와 식대비를 제하면 치료비용은 지원받을 수 없다.

이렇게 노숙인 및 기초수급자들의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차등을 두었지만, 2015년 의료급여 적정성 평가결과기준, 국내 조현병 의료급여 환자들의 경우 평균 재원기간이 493.8일(일반 재원자 247일)로 압도적으로 길게 나타나 오히려 재원일수와 함께 전체적으로 드는 비용이 늘어났다.

'정신과 질환' 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기반하지 않은 일당 정액 수가의 책정과 관리 대책으로 인해 의료집단과 수혜집단 모두가 곤란해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마지막 인터뷰 항목에 대한 진현 부장의 답변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 여러 만성적인 질환을 한번에 앓고 있으신 분들의 경우 진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현재 이 사후관리 또한 부족한 점이 여럿보이는것 같습니다. 거리의 노숙인들 몇몇은 정신과적인 질환을 가진 채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알코올 문제의 경우 정신과 병동은 있으나 병실이 부족하여 입원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부산경남 쪽 병원과 연계를 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수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1주일에 1번 방문 상담을 하고 퇴원 이후 계획을 짜고 상담을 합니다. 정신 질환의 경우 1달에 1번의 방문 상담이 있어요. 현재는 부산의료원에서 노숙인들은 20병동에만 모여서 입원을 하고, 공동 간병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부산의료원에서 상기와 같이 다양하게 진행하고는 있지만 부산 내에 (여러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는) 노숙인 진료기관이 병원 1곳으로만 지정되어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리도 병이 크건 작건 근처 병원을 이용하고 싶지 않겠어요? (노숙인들의 경우) 간단한 문제에도 절차가 많고, 3차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의 경우 진료가 곤란해지게 됩니다. 지역별로 시설이나 기관의 차이의 문제가 존재하지요.

그리고 노숙인의 개별적인 상황, 예를 들면 생활은 어려운데 사기 등으로 인하여 신상은 노숙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등등을 고려해 주는 복지도 필요하지만,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합해 보면 부산의 노숙인 의료복지 전반에 필요한 부분은 진료소 시설의 '전문화' 또는 노숙인 지정병원 (2차~3차 병원급)의 확대를 통한 의료 접근성의 강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증액이다.

추가적으로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부산 내의 공중 보건의사가 배치되었지만 이마저도 없는 현실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앓고 있는 정신과적인 질환으로 말미암은 비참한 결과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부산역에서의 노숙인 자살사건의 경우도충분한 사회적 지지와 정신과적인 관리가 있었다면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여태까지 지자체 및 정부는 노숙인을 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안일한 정책만으로 버텨온 것 처럼 보인다. 이제는 재정 확대와 더불어 발표된 '노숙인' 관련 정책의 개선사항이 그대로 적용되고 또 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고쳐나가길 바란다.


태그:#의대생, #노숙인,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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