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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 무렵, 선거구 획정과 그에 따른 정당 간 유불리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요점은 농촌의 인구가 점점 줄면서 선거구가 통합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 지역의 지지를 얻는 정당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농촌을 거점으로 하는 정당은 조금씩 의석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선거구를 살펴보면서 놀란 기억이 있다. 인구 하한선을 맞추기 위해 별다른 교류가 없는 지역들이 하나로 묶이는가 하면, 면적이 서울의 10배 정도인 초대형 선거구가 만들어지고 그 지역에서 국회의원 1명을 뽑는 등 해괴한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지방에서만 발생했다. 지방에서는 의원 한 명 뽑을 인구(14만 이상~28만 이하)도 없어서 모르는 이웃 동네까지 다 묶어야 선거구 하나 만들 판이었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이미 있는 선거구의 인구가 너무 많아서 새로운 선거구를 만들고 있었다. 그만큼 지방도시의 인구 유출이 심각함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도시 살생부>
ⓒ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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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 살생부>는 이런 지방도시 인구유출 문제를 다룬 서적이다. 도시계획학 연구자인 중앙대 마강래 교수는 지방도시 문제의 대안으로, '압축도시'를 제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수도권의 화려한 발전의 그림자에 있는 지방도시 소멸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지방도시의 현황을 설명하고, 그동안 지방도시를 위해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부터 시작해서 대안까지 제시한다.

우선, 저자가 말하는 '지방도시'는, 울산이나 대전같은 지방 광역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광역시 생활권에 속하지 않는 도시를 말한다. 삼척, 정읍, 남원같은 도시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방도시에서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 책에 따르면, 2040년 경에는 전국 지자체 중 30%가 1995년 대비 인구가 절반이 된다고 한다. 그 도시의 대부분(96%)은 인구 15만 명 이하의 지방 중소도시들이다.

'지금도 지방도시의 일부 전통시장에는 손님보다 이들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수가 더 많다. 현수막은 요란하지만 사람들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둑한 시장골목에 듬성듬성 폐업한 가게들이 보이고, 가게 유리창엔 '임대합니다. 000-0000'라고 적힌 딱지가 붙어 있다. 텅 빈 곳은 시장뿐만이 아니다.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 노령화된 도시의 구석구석에선 휑함과 쓸쓸함이 뿜어져 나온다.' - 42P

지방도시의 인구 감소는 장래에는 모든 국민의 부담이다. 인구가 감소된 지역에도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기 때문에, 정부는 지방도시에 제공한 인프라를 포기할 수 없고 계속해서 관리를 해야 한다. 인구가 적어서 관리에 비효율적이라고 수도관을 끊거나 전기를 막아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데 정부가 관리를 하면 할수록 막대한 재정이 소모된다. 저자는 인구가 180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감소한 미국 디트로이트 시를 인구 감소와 비효율의 관계를 설명하는 예로 든다.

'인구가 줄어들어도 기존의 도시 인프라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인구밀도가 낮아졌다고 도로나 상하수도를 없앨 순 없지 않은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점차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디트로이트는 채무를 갚기 위해 공공서비스의 질은 낮추고 주민들의 주머니는 세금은 더 걷었다. 이게 디트로이트 주민들이 미시간주에서 가장 높은 재산세와 소득세를 내는 이유다.' - 36P

때문에 지방도시 문제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를 알고 지방도시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왔다. 문제는 이런 노력이 별다른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방도시들은 보령 머드축제, 함평 나비축제 등 유명 축제를 따라하여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많은 축제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음을 예로 든다. 산업단지를 유치하여 기업을 지방도시에 끌어와서 일자리를 만드는 시도도 하지만, 산업단지가 미분양에 빠져 빚더미의 원인이 되는 등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왜 지방도시에서 많은 노력을 해도 사람이 오지 않고 젊은 사람들이 외지로 떠나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도시에는 부부가 공무원이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나 다름없다는 농담도 있다. 일부 대기업 공업 지역에 인접한 곳이나, 사실상 광역도시의 베드타운인 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지방도시들은 별다른 일자리가 없다. 일자리가 없으니 젊은이가 살 수 없어 외지로 나가게 된다.

저자는 지방도시에서 발생하는 도심 개발의 문제도 지적한다. 지방도시들의 구도심은 아주 예전에 개발되어 외관상 건물이 오래된 경우가 많다. 지방도시들은 기존 구도심과 상관없는 새로운 외곽 지역에 도심을 개발한다. 문제는 신도심을 개발하는 것이 지방도시에 별다른 장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경우, 새로운 지역이 개발되면 그쪽으로 자본이 유입된다. 경기도의 경우 서울 인구가 유입되어 인구가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도시에서는 새로운 지역이 개발되면 기존에 있던 인구가 이동할 뿐이다. 구도심의 인구가 신도심으로 유입되니 전체 인구는 그대로인데, 구도심에 남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 그렇다고 구도심을 살리는 사업을 진행하면 신도심이 타격을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는 도심 개발이 지방도시를 살릴 수가 없다.

이에 대한 저자의 대안은 두 가지다. 인구 감소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우선 지방도시를 지방 대도시 위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 면적의 88%에 해당하는 지방에 인구와 산업을 균등하게 배치해서는 수도권에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러니 행정이나 교육 아니면 특정 산업에 특화된 지방 대도시가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대도시 위주로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지방 중소 도시를 하나하나씩 지원하면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방도시가 더 이상 커지지 말고 기존의 도심을 중심으로 밀도있는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인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와도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새로운 지역을 개발하고 신도심을 만들어도 외지에서 인구가 유입되지 않는다.

지방도시 내의 파이만 이리저리 옮겨질 뿐이다. 그러니 새로운 지역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도시 거주 인구를 밀착시켜 밀도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책의 의견이다. 저자는 인구 10만 이하의 축소도시는 하나의 도심을 갖는 것으로 충분하고, 여러 개의 핵(도심)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책은 쉽게 쓰여 있다. 또 도시의 현실을 그래프 자료와 다양한 그림으로 설명해서 읽기 쉬웠다. 저자는 다윗이 골리앗과 똑같은 무기로 싸웠으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윗 도시가 골리앗 도시와 같은 체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책을 다 읽고 저자의 뜻에 공감할 수 있었다. 부디, 다윗 도시가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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