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6일 일본 영빈관 뒤편에서 잉어 먹이 주는 트럼프·아베.
 지난 6일 일본 영빈관 뒤편에서 잉어 먹이 주는 트럼프·아베.
ⓒ 연합뉴스·EPA

관련사진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아베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 영빈관 뒤편에서 잉어 밥을 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보다 앞서 일본에 도착했던 이방카 트럼프가 아카사카 요정에서 가이세키 요리(작은 그릇에 다양한 음식이 순차적으로 담겨 나오는 일본의 연회용 코스 요리)를 먹는 장면도 언론에 배포됐다.

트럼프가 먹이를 준 잉어는 1820년께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비단 잉어'다. 정원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연못에 풀어놓기 위해 아름다운 잉어를 만들었고, 현재 일본에서 개량한 잉어가 전 세계 비단 잉어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 문화 콘텐츠의 아름다움을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사례다.

이방카가 먹은 가이세키 요리도 마찬가지다. 가이세키 요리는 1629년 일본 교유의 단시 하이쿠를 짓는 행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시를 짓는 동안 천천히 먹고 마실 수 있는 코스용 요리를 만든 것이다. 이 역시 일본 문화의 미학을 보여준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8일) 방문하는 중국 상황은 어떨까. 중국 정부는 베이징 자금성에서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건복궁(建福宮)에서 연회가 진행되며 청나라 건륭제가 차를 마시며 독서실로 사용한 삼희당(三希堂)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함께 중국차를 마시는 일정으로 진행된단다. 이 역시 중국 문화의 상징을 보여주는 요소들로 채운 것이다.

만찬에 신경쓴 청와대, 하지만...

청와대는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를 7일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청와대는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를 7일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청와대는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를 7일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거제도산 가자미구이.
 청와대는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를 7일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거제도산 가자미구이.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청와대는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를 7일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 돌솥밥 반상.
 청와대는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를 7일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 돌솥밥 반상.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청와대는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를 7일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나터.
 청와대는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를 7일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나터.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우리는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얼굴을 마주하는 만찬장에 준비된 메뉴는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니타 등 네 종류로 구성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해 왔던 구황작물 음식은 한미동맹의 가치가 더욱 값지게 됐음을 의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가자미구이 등으로 신경을 썼다"라고 밝혔다.

한식하면 떠오르는 '비빔밥', '불고기' 등에서 벗어난 음식으로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이지만, 평상시 우리가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의 음식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서양식 스타일을 접목한 음식을 보고 한국 음식 문화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7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환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7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경우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멜라니아 여사에게 차를 대접하면서 환담을 나눴다. 이때 마신 차는 '평창의 고요한 아침'으로 외국 정상에게 접대하고자 제작된 차라고 한다. 평창 발왕산에서 자란 수국과 동서양의 허브를 블렌딩한 홍차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부분도 아쉽다. 방점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좋은 전통 녹차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전, 허황후가 수로왕에게 시집오면서 차 씨앗을 가져와 심은 것이 그 시작이라고 전해진다. 한국의 녹차는 중국, 일본과는 다르게 추위를 이겨낸 차로 생기가 넘치는 게 특징이다. 이런 녹차로 멜라니아 여사를 대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수 박효신의 <야생화>일지도 모르겠다. 한미 양국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야생화'처럼 관계가 피어나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청와대는 이 곡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의미야 좋지만, 이 역시 한국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효신과 <수제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우리에게도 좋은 음악이 많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인 <아리랑>은 트럼프가 탄 차량이 청와대로 이동하는 동안 전통의장대가 연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찬의 마무리도 우리 문화의 깊이를 잘 알릴 수 있는 음악으로 했으면 어떠했을까.

외국인들은 <수제천>을 듣고 '신비로운 음악', '영적인 음악', '천상의 음악'이라 일컬으며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라고 평가한다(전인평, <우리음악>). 이 음악은 7세기 중엽 이전부터 불리던 백제의 노래인 정읍사의 가락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우리에게도 우리 문화를 자랑할 수 있는 오래된 음악이 있는 것이다(<수제천>이 무슨 음악인지 모르겠다면 기사 하단 유튜브를 재생하길 권한다. 단번에 알 것이다).

이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이하여 청와대가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아쉬운 점은 공들여 준비한 것들의 의미는 좋지만, 가장 한국적인 미학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자랑할 문화가 많다. 다음 국빈 방문 때는 한국의 미를 살릴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보이길 바란다.



태그:#트럼프대통령, #한미정상회담, #한국의미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