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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살로 6명의 아이를 둔 아주머니가 산부인과 강병석원장으로 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
 35살로 6명의 아이를 둔 아주머니가 산부인과 강병석원장으로 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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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의 필리핀 의료봉사 3일째는 산페드로시의 또 다른 빈민촌인 란다얀지역이다. 시 보건당국에서 제공한 두 대의 승합차를 타고 30분가량 달려 진료현장에 도착하니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들이 진료할 장소를 잡고 의료기구를 설치할 동안 봉사단원들은 약품 상자를 나르고 처방전에 따라 약품을 조제할 준비를 마쳤다. 둘째 날 의료봉사를 했던 바얀바야난 지역이 언덕 위에 있어 달동네라고 치면 란다얀 지역은 필리핀에서 가장 큰 호수인 베이(Bay)호 옆에 위치한 호숫가 동네라고 할 수 있다.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 의료봉사단원들의 산페드로시 두번째 봉사지역인 란다얀 체육관에 500여명의 환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 의료봉사단원들의 산페드로시 두번째 봉사지역인 란다얀 체육관에 500여명의 환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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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봉사현장에 도착한 봉사단원들이 약품을 챙기고 있다
 의료봉사현장에 도착한 봉사단원들이 약품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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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우기가 되면 상습침수지역이다. 의료봉사가 이뤄질 장소는 스포츠센터. 스포츠센터라고 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체육관을 상상하면 안 된다. 사방 너비가 20미터쯤 되는 공간에 양철지붕을 덮어 비를 피할 정도이다. 필리핀인들의 국기인 농구를 하다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지면 큰 부상을 입을게 뻔하다.

우기와 건기 사이라 필리핀 현지인들에게는 가장 좋은 계절이지만 기후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봉사팀들은 아침부터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시 보건당국에서 대형선풍기를 마련해줘 짬짬이 땀을 식힐 수 있었다.  

돈 없어 의사 진료가 처음인 환자도... 반군과의 전투 중 총상 입은 환자도

의료봉사단에 동참한 의료진에는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치과, 가정의학과가 있었지만 가장 심각한 환자를 진료한 이는 신경외과의 심병수 원장이다.

두 다리가 시커멓게 변한 40대의 남자 환자가 심병수 원장에게 왔다. 옆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이침상 위에 환자를 눕히고 심 원장이 수술용 집게로 다리를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다.

 란다얀 지역 인근에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베이(Bay)호수가 있어 우기가 되면 상습침수 지역이 된다.
 란다얀 지역 인근에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베이(Bay)호수가 있어 우기가 되면 상습침수 지역이 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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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의 도움을 받아 물어보니 14년 전 아보카도를 따러 높은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졌지만,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심병수 원장은 "어쩌면 다리를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며 소독과 함께 약 처방전을 써줬다.

총상환자도 찾아왔다. 로헬리오(53세)씨는 군인이었던 26세 때 민다나오 지역에서 반군과 전투 중 총상을 입었다. 허벅지를 올리니 총알이 뚫고 나가 생긴 커다란 상처가 보인다.

통역을 통해 그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따갈로그를 잘하는 필리핀 대학생조차도 알아들을 수가 없단다. 그 대학생은 "섬이 7천 개나 되어 필리핀 사람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있다"고 설명해줬다. 간단한 진료를 마친 심 원장이 입을 열었다.

 신경외과 심병수 원장이 엉덩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환자에게서 고름을 제거하고 있다. 10cc 주사기로 15개 정도를 빼내 현지인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촬영했다.
 신경외과 심병수 원장이 엉덩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환자에게서 고름을 제거하고 있다. 10cc 주사기로 15개 정도를 빼내 현지인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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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시절(26살) 민다나오에서 반군과의 전투 중 총상을 입은 환자(53세)가 진료를 받으러 왔지만 심병수 원장은 약이 독하기 때문에 참는 게 낫다고 한다.
 군시절(26살) 민다나오에서 반군과의 전투 중 총상을 입은 환자(53세)가 진료를 받으러 왔지만 심병수 원장은 약이 독하기 때문에 참는 게 낫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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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전 아보카도를 따기 위해 높은 나무에 올라갔다 떨어졌지만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은 환자의 발 모습. 신경외과 심병수 원장은 "발을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14년전 아보카도를 따기 위해 높은 나무에 올라갔다 떨어졌지만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은 환자의 발 모습. 신경외과 심병수 원장은 "발을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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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전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통증 완화제를 투여하기보다는 참는 게 나아요. 약이 굉장히 독하기 때문입니다"

엉덩이가 풍선만큼 부풀어 올라 칼을 대면 금방 터질 것 같은 환자도 왔다. 19세인 '아니(Arnie)'는 오래전에 왼쪽 엉덩이에 조그만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한국에서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부분이 혹시 암일지도 모른 심병수 원장은 산부인과 강병석 원장에게 환자를 의뢰했다. 강 원장이 한국에서 초음파진단기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암이 아니고 고름이라는 소식을 들은 심병수 원장이 주사기를 넣어 고름을 빼자 양이 엄청나다. 10cc짜리 주사기로 15개 정도를 빼내 현지인들도 고개를 내저으며 촬영했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가 11년간 의료봉사를 하는 동안 여섯 번 참석했던 박기주 원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구름같이 밀려오는 환자를 진료하느라 땀 흘리던 그가 점심시간에 입을 열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박기주 원장의 진료 모습.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 봉사활동에 동참했지만 열배로 돌아오는 고마움에 힐링이 된다고 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박기주 원장의 진료 모습.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 봉사활동에 동참했지만 열배로 돌아오는 고마움에 힐링이 된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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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아무래도 병원 갈 여력이 안 돼 심해져서 온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중이염 환자가 많아요. 여수에서 6명의 의사가 있는 사랑재활요양병원장이기 때문에 시간 내기가 힘들지만, 이곳까지 온 것은 의료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에요. 천만 원 준다고 해도 일하러 오라고 하면 오겠습니까? 자기만족 때문이죠. 제가 가진 조그만 것을 주면 고마움을 열 배로 되돌려 주기 때문에 힐링이 됩니다"

필리핀 빈민가는 위험하니 혼자 함부로 다니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지만, 진료소 인근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봉사단원을 바라보는 이들의 따뜻한 눈길에서 조그만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태극기 달린 봉사단원 복장을 갖춰 입은 나를 악의적인 눈으로 쳐다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지리를 잘 몰라 의료봉사단을 돕기 위해 동참한 송가현(22세)씨와 동행해 주변 지역을 돌아봤다. 송가현씨는 필리핀거주 5년차로 마닐라 공항 인근에서 항공정비를 배우고 있다.

 자전거로 하루 종일 손님을 나르면 평균 300페소(7천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그 돈으로 10명의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이들의 삶이 상상이 됐다
 자전거로 하루 종일 손님을 나르면 평균 300페소(7천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그 돈으로 10명의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이들의 삶이 상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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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봉사 현장을 신기해 하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다
 의료봉사 현장을 신기해 하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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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손님을 실어 나르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하루 수입이 얼마인가를 묻자 300페소(7천 원) 정도란다. 이 돈으로 열 명의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이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할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가슴에 달린 태극기를 본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오빠!.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다.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한국말은 "오빠"였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말춤을 추며 "오빠"를 외치는 이들을 보며 '문화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송가현씨가 입을 열었다.

 필리핀거주 5년차로 마닐라공항 인근에서 항공정비를 실습 중인 송가현씨 모습. 현지 지리를 잘 모르는 필자를 안내했다.
 필리핀거주 5년차로 마닐라공항 인근에서 항공정비를 실습 중인 송가현씨 모습. 현지 지리를 잘 모르는 필자를 안내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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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무서운 아이가 소아과 진료를 받은 후 울고 있다. 손주를 달래며 웃는 할머니 모습. 소아과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진료가 끝난 아이에게 사탕을 주며 달래야 했다
 의사가 무서운 아이가 소아과 진료를 받은 후 울고 있다. 손주를 달래며 웃는 할머니 모습. 소아과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진료가 끝난 아이에게 사탕을 주며 달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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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장점은 한국사람들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친절하고 여름 밖에 없다는 게 장점입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마약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데 돈자랑, 마약 등과 같은 위험한 일 안하면 생각만큼 위험하지는 않아요"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워 생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의사들. 땀을 뻘뻘 흘리며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애쓰는 의사들을 바라보며 의과대학생들이 졸업하면서 선서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되새겨 보았다.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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