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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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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의원총회 결렬과 탈당 선언 등 이른바 중앙정치권이 요동침에 따라 지역 정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13명의 도의원으로 지역의 여당을 자처했던 바른정당 제주도당의 운명이 관심이다.

원 지사는 지난 3일 제주 도청 기자실에 들러 간담회를 열고 "보수는 반성과 변화를 전제로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며 탈당 가능성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13일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당이 제게 원하는 역할이 많지만 시간적, 지리적 여건으로 주도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은 분위기를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중앙에서 물살이 빨라진다고 발을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현재의 분당 사태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원 지사는 "지금 이 시점에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지가 의문"이라며, 통합전당대회를 제안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나 개인적 입장을 앞세운 것 같은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 똑같은 결과물이라도 국민과 함께, 최소한 당원 등 공동행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과 조율을 통해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원 지사와 달리 제주도의원들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기자가 지난 주 바른정당 도의원 13명 가운데 11명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분당사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5명이 통합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4명은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2명은 창당 취지를 살려 자강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바른정당 후보로 나설 경우 원희룡 지사의 재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6명이 현재 상태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미묘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원 지사를 비롯해 도의원과 당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당원 간담회가 열렸지만, 참석한 도의원은 13명 가운데 5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당 측은 의원별로 지역행사가 많았고 감귤수확철에 따른 농번기에 접어들다 보니 저조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워보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A도의원은 "원희룡 도지사가 다른 곳(자유한국당)에 가면 일단은 따라서 갈 생각이지만, 이미 개인적으로 마음은 굳혔다"며 "일단은 지사가 바라는대로 같이 움직이겠지만 나중에 정치적으로 다른 부분이 나타나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B도의원은 "통합을 위한 명분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해야할 것이라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며 "아직까지는 어떻게 결론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도당 안팎에서도 결국 통합은 시기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올해 1월 탈당 당시처럼 도지사와 도의원 모두가 온전하게 완전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이탈자가 나올지가 관심이다. 원 지사의 정치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표정 관리를 하며 다소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앙당과는 달리 자유한국당 제주도당 역시 심경이 복잡하다.

내년 도지사 선거 출마 의지를 숨기지 않는 김방훈 도당위원장이 통합 논의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0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던 김 위원장은 재작년 12월 원 지사의 두 번째 정무부지사로 전격 발탁됐지만 지난 6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통합될 경우 현역 도의원과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정치 신인들의 불만도 거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도당 관계자는 "바른정당 도의원 13명 가운데 3~4명은 내심 복당을 희망하고 있다. 도의원 전원이 함께 움직이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첫 번째 탈당 주자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바른정당 대다수가 합류하지 않는 상황이 오더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출마해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팟캐스트 '고칼의 제주팟'에도 같은 내용을 업로드했습니다.



태그:#바른정당, #원희룡, #제주도의원,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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