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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업은 한 사람 먹고사는데 1년에 30일 내지 40일만 일하면 된다."

어느 천국, 어느 '신의 직장' 얘기일까? '19세기 자유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월든> 84페이지(강승영 옮김, 이레)에 "날품팔이(日傭職)는 가장 자유스러운 직업이며 일과가 끝나면 자기 노동과 관계없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반면 고용주는 항상 이 궁리 저 궁리하며 일 년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200여 년 전 이야기이지만 일용직으로 한 달 일하고 일 년 먹고살 수 있을까? 실제로 소로는 하버드대를 20세에 졸업한 후 측량기사, 목수, 정원사, 농부 등 오직 육체노동으로 5년 이상 생계를 해결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8세(1845년) 때는 가장 가까운 민가가 1마일이나 떨어진 월든 호숫가 숲속에 3개월에 걸쳐 5평 통나무 오두막을 지어 머물면서, 새벽에 호수에서 멱 감고 호미로 콩밭 일구고 낚시질 사냥하고 산책하고 일기 쓰며 2년 2개월 2일을 지냈다. 자급자족 생활을 실천한 것이다.

소로는 20세부터 날마다 일기를 썼다. 그 일기를 바탕으로 37세 때(1854년) 발간한 '자급자족 체험담' <월든>은 당시 인기가 없었다. 45세(1862년) 폐결핵으로 죽을 때까지 초판 2천부가 다 팔리지 않았다. <월든>은 21세기 들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108p)"라는 외침이 '나중에 아홉 바늘 수고를 막는다고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는' 현대인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빨리! 빨리!'와 '피로사회'에 지친 한국인들에게 '월든'같은 삶은 로망이다. 그러나 정작 <월든>이 필요한 사람은 취업절벽에 절망하고 있는 한국'취준생'이다. 소로도 <월든> 시작 부분에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하여 특별히 쓰여 졌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밖의 독자들은 자신에게 해당되는 대목만 받아들이면 되리라.(12p)"

저명한 미국의 동화 작가 E.B.화이트(1899~1985)도 "만약 우리 대학들이 현명하다면 졸업하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졸업장과 더불어, 아니 졸업장 대신 <월든>을 한 권씩 주어 내보낼 것이다"라고 추천했다. 올해는 소로가 태어난 지 2백 년이 되는 해, <월든>을 20여 년 만에 다시 찾아 읽었다. '19세기 가난한 학생'도 아니고 '20세기 대졸생'도 아닌 '21세기 기타독자'인데도 '해당되는 대목'이 훨씬 많아졌다.

21세기인 지금 <월든>은 대졸생보다 오히려 기타독자에게 더욱 필요한 고전 이 된 느낌이다. 소로는 '고전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유일한 신탁이다. 가장 현대적인 질문에 대하여 델포이 신탁도 밝히지 못한 해답을 준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현대적인 질문'은 무언가? '1달 벌어 나머지 11달 식량을 마련하는' 신의 직장 구하기일까?

'신의 직장'은 없었다. 음료수 대신 월든 호숫물을 마시고 백 가지 일을 두세 가지로 줄이는 '자발적인 천국'이 있었을 뿐이다. 소로의 자유는 금욕나무에서 자라난 열매였다. 호기심에서 통나무집을 찾은 방문객이 찾아온 구실로 물 한잔을 청했을 때, 소로는 호수 쪽을 가리키며 바가지를 빌려주겠노라고 말한다.

<월든>을 머리맡에 두고 항시 애독했다는 법정 스님(1932~2010)은 '무소유' 삶을 살았다. 자연식 요리연구가 문성희씨(67)는 '나의 운명을 바꾼 책'으로 <월든>을 꼽는다. "내가 변하면 세계가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품고, 자연식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말한다. 아무리 고전이라도 그냥 하루 이틀 감명만 받고 몸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참된 읽음'이랄 수 없다. 하루 읽고 버리는 신문쪼가리 읽기와 다를 바 없다. 한 가지는 실천 하고 있다. 날마다 일기를 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글로 쓰면 길이 보인다'는 가치를 후학들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에서 '글쓰기특강'과 맨토링을 하면서 칼럼집 <글이 길인가>를 발간했습니다. 기자생활 30년(광주...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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