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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1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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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적폐청산의 물꼬가 터진 것일까. 채용비리 의혹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사정당국의 칼날이 금융권을 향하고 있다. 압수수색이 속속 진행되는 등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일부에선 금융권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5일 우리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이 행장의 사임 표명에 따른 업무 위양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새 행장이 선임될 때까지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손태승 선임 부문장이 은행장의 일상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앞서 2일 이 행장은 임직원들에게 "2016년 신입행원 채용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경영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 간담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그는 덧붙였다.

금감원,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 검찰에 수사의뢰...부담 느낀 행장 사임 표명

이같은 이 행장의 결단을 두고 금융권에선 지난달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나온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가정보원 자녀 등의 이름이 적힌 우리은행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비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국감에서 심 의원이 "금감원은 검토를 거쳐서 검찰에 수사의뢰, 고발조치 해주길 바란다"고 하자 최흥식 금감원장은 긍정적으로 답변했었다.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낀 이 행장이 스스로 물러서는 방향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에선 이에 대해 내부 계파갈등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은행은 전신인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지난 1998년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이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인데 지난 2014년 말 우리은행장에 오른 이후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한일은행 출신 내부 인사가 채용비리 관련 문건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이처럼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검찰 수사에 대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행장이 사임을 표명할 당시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경영의 빠른 정상화를 바라고, 검찰조사 진행 시 성실히 임하겠다는 생각에서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종합감사 직전 검찰에 수사의뢰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노조 설문조사에 사측 개입 의혹 일자...경찰 압수수색하기도

더불어 '사정한파'는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됐다. 지난 3일 경찰은 KB금융지주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지난 9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했다며 노조가 고발한 것에 따른 것이다. 당시 KB금융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아래 노협)'는 9월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특정 17개 기기에서 윤 회장 연임에 찬성하는 표가 4000여 개나 쏟아져 나왔는데, 사측이 조작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설문조사는 노협 쪽에서 진행한 것으로, 지난 9월 5~6일 동안 실시됐었다.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장은 "6일 오후 3시까지는 시간당 100명 정도 꾸준히 설문조사에 응했고 반대 비율은 80%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4000여 표가 한번에 나와 조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한 기기당 1표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상황이었는데, 특정인들이 인터넷 설정 안에 있는 쿠키를 삭제하며 대략 230여 표씩 중복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노협은 사측이 특정 직원들을 동원해 사내 익명게시판에 윤 회장을 옹호하고 노조를 폄하하는 글을 올리도록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었다. 만약 사측이 설문조사에 개입하고, 특정 게시물을 올리도록 지시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노협은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기자회견 이후 노협은 9월13일에 윤 회장을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었다. 이어 노협은 19일 경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당시 설문조사 업무를 담당했던 리서치 조사업체도 참고인으로 조사 받았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당시 찬성표를 낸 기기들이 본점 직원 휴대전화인 것으로 의심돼 조사를 검토했지만 개인정보보호 등 문제로 무산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측이 관련 내용을 지시한 문서 등이 있는지 경찰이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윤 회장을 차기 회장후보자로 추천했으며, 연임 확정까지는 오는 20일 임시 주주총회 절차만 남아있다.

"사람들이 최순실 은행이라 불러" 특검 이후 하나금융 노조, 적폐청산 목소리

또 앞서 NH농협금융지주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25일 검찰은 김용환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회장은 금감원에 수출입은행 한 임원의 자녀를 합격시키도록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금감원의 전신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수출입은행장 등을 거쳐 지난 2015년부터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이와 함께 사정당국에선 하나금융지주도 주시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9월4일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었다. 김 회장은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지시로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어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함 행장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의혹을 부정하며 "이상화 본부장 승진에 대해 김 회장으로부터 지시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최순실씨가 이 전 본부장의 인사 민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정찬우 전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어 정 전 부위원장이 김 회장에게 이 전 본부장 승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순실씨 관련 특혜인사 의혹 등이 쏟아지자 하나금융 노조는 지난 2일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아래 공투본)'를 설립하고,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투본은 "사람들은 이제 KEB하나은행을 최순실의 은행이라고 부른다"며 "하나금융지주 내 적폐를 청산하고 금융민주화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금융권 전반에 걸친 사정당국의 수사를 통해 금융회사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계기로 오랜 기간 쌓여온 금융권의 인사·비리 적폐들이 청산될지 주목된다.


오마이뉴스 경제팀 기자입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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