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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가명)이는 벌써 세 대째다.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압수당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날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 스마트폰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 그 날도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다가 교과 선생님께 덜미를 잡혀 압수된 뒤 담임교사인 내게 건네진 터다. 모르긴 해도, 내일이면 또 다시 새 스마트폰이 그의 손에 들려 있을 것이다.

학교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우리 학교의 스마트폰에 관한 생활규정은 이렇다. 학급별로 스마트폰 보관용 가방이 준비돼 있어, 아침 조회 시간에 수합해 교무실에 보관한 후 방과 후 다시 학급별로 나눠주는 식으로 관리를 한다. 고가품인데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보니 담임으로선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시험 때는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로 간주해 당일 모든 과목을 0점 처리하며, 수업시간에 가지고 놀다 적발되면 3개월 동안 금고에 보관 후 되돌려주는 것으로 돼 있다. 특정 수업 때나 동아리 활동 시간에 필요할 경우에는 담당 교사의 승낙을 얻어 언제라도 꺼내 사용할 순 있지만 극히 드물다. 여하튼 수업이나 자습 등 일과 중에 스마트폰 사용은 금지된 셈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아침에 제출하는 경우는 절반 남짓이다. 대개 호주머니 속에 있어도 제출하기를 주저한다. 무음이나 진동으로 맞춰놓은 뒤 몰래 게임이나 카톡을 즐기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들키면 바로 압수되는 위험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그걸 기꺼이 감수할 만큼 스마트폰이 주는 즐거움은 크다.

그렇다고 사전에 소지품 검사를 할 순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도 당장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다음에야 교사라고 해서 가방과 사물함 등 아이들의 물건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의 교복 안주머니와 가방만 뒤져도 담배와 라이터가 숱하게 나올 테지만,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가치가 교육적 편의에 앞선다는 건 불문가지다. 교내에서 일과 중에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다면 모를까, 단지 소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생활규정을 들이대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사실상 아이들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할 만큼 학교로선 무방비 상태다.

등하굣길 유일한 친구 '스마트폰'

 상담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이심전심 통하는 게 있다면, 스마트폰이 아이의 학교와 가정에서의 일상생활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인식이다.
 상담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이심전심 통하는 게 있다면, 스마트폰이 아이의 학교와 가정에서의 일상생활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인식이다.
ⓒ pe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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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이심전심 통하는 게 있다면, 스마트폰이 아이의 학교와 가정에서의 일상생활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인식이다. 집에서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머리맡 스마트폰부터 찾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잠든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스마트폰은 오매불망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이유이자 등하굣길 아이들의 유일한 친구다.

하긴 교문을 나서며 아이들이 삼삼오오 수다를 떠는 모습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화면에 얼굴을 파묻듯 들여다보며 걷는 모습이 자칫 위험해보이기까지 한다. 이를 두고 학부모는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주길 바라고, 교사는 가정에서 우선 해결해주었으면 한다. 해결책이 마땅치 않으니, 인식이 같다 해도 대화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맴돌 수밖에 없다.

"압수를 당한 뒤 부모님께서 아이에게 곧장 스마트폰을 사주게 되면, 학교에서 생활지도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규정을 위반했으니, 벌 삼아 스마트폰 없이 일정 기간 지낼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다잡아주십시오."

"선생님,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한두 살 먹은 아이도 아니고, 일단 사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하면 천하장사도 소용이 없어요. 스마트폰 없이는 친구도 사귈 수 없고 학교생활도 힘들다면서,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기 일쑤거든요."

듣자니까, 요즘엔 굳이 부모님께 떼를 쓰거나 손을 벌리지 않고도 새 스마트폰을 마련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한다. 예컨대, 처음 구입을 할 때 분실 대비 보험에 가입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새 것을 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분실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확인할 길 없으니, 수업시간에 압수당했다 해도 그냥 길거리에서 잃어버렸다고 신고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스마트폰이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로만 기능했다면, 최근 들어선 아이들 사이의 서열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최소 몇 십만 원을 호가하는 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각양각색의 신상품 탓이다. 과거 고가의 패딩 재킷의 색깔이 순위를 매겼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의 가격에 따라 아이들의 교실 내 서열이 자연스럽게 정해지고 있다.

매일 아침 등교 직후 교실은 그야말로 '스마트폰 박람회장'을 방불케 한다. 아침 조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20분간은 공식적으로는 아침 독서 시간이지만, 책을 꺼내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따금 미뤄둔 숙제를 하느라 분주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수업시간마다 쓰러져 잠을 자는 아이조차 이때만큼은 눈이 초롱초롱하다.

"애꿎은 스마트폰만 탓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아침 방송을 통해 스마트폰의 폐해를 지적하고 독서를 장려하는 훈화가 이어진다. 독서광이었다는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기도, 스마트폰의 고향 격인 실리콘 밸리의 학교 교실에는 그 흔한 컴퓨터조차 없고, 그 학교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이 일절 없다는 사실에도 그러거나 말거나 시큰둥한 표정이다. 훈화대로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훈화는 이내 고리타분한 잔소리가 되고, 그 순간에도 몇몇 아이들의 눈은 책상 속에 몰래 감춰둔 스마트폰에 가 있다. 시간으로 계량화되어 보고용으로 쓰이게 될 스마트폰 활용 교육은 그렇듯 아이들의 가슴에 가닿기는커녕 허공만 떠돌다 흩어지고 만다. 친구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산다고 태연히 말하는 아이들에게 하나마나한 이야기인 셈이다.

작정하고 아이들을 나무랐다. 바로 옆 짝꿍과도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한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서 '노예근성'을 본다고 꾸짖었다. 수업시간에조차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딴청 피우는 건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을러대듯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리 있는 항변이었지만, 그게 답일 순 없다.

"애꿎은 스마트폰만 탓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보다 수업이 재미있다면 굳이 우리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겠어요?"

과연 수업이 스마트폰 게임만큼 재미있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항변대로, 교사가 노력하면 될까. 섣부르지만, 불가능하다고 본다. 솔직히, 대학입시라는 강제적 요소가 없다면, 아예 수업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신과 함께 학교생활의 기록을 반영하는 현행 대학입시가 그나마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억제하는 장치로 유용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교육 파행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학벌구조와 대학입시가 아이들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을 막는 수단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기존의 생활규정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긴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여기는 아이들이니 굳이 물어보나 마나다.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교사로서 고민이 깊다.

윤성이의 스마트폰을 규정대로 금고에 넣고 돌아오는 길,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2020년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학생인권의 보장과 구성원의 인권역량을 강화하고 인권존중의 학교 문화를 조성하며 인권행정 시스템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TF팀을 꾸려 상벌점 제도를 보완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기능을 조정하는 등 대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눈에 띄는 건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일방적으로 압수하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교칙을 손보겠다는 내용이다. 기존의 일방적으로 제정된 교칙을 학생회와 조율해 고쳐야 한다는 것인데, 굳이 학생인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당장 교과서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들 아이들을 생각하면, 수업시간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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