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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퀴어문화축제
 제주퀴어문화축제에 연대해주신 많은 분께 그 감사 인사도 드릴 겸, 궁금해하실지도 모를 축제의 시작과 과정을 알려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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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분의 참가와 후원, 그리고 지지를 비롯한 연대 덕에 무사히 축제를 마쳤습니다. 물론 모든 축제가 그렇든 축제일 당일로 모든 업무가 끝나지 않습니다. 아직 회계 정산이나 내부 평가, 차후 계획 수립 등 남은 것들이 좀 있습니다.

그래도 축제에 연대해주신 많은 분께 그 감사 인사도 드릴 겸 궁금해하실지도 모를 축제의 시작과 과정을 알려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의 기원

먼저 제주에서 퀴어 축제를 개최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뜬금없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퀴어 인권 운동 단체나 대학 동아리 등이 존재해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주는 그런 활동이 눈에 띄지도 않았고, 존재하는지도 의문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퀴어 커뮤니티에서 보기에 '매우 뜬금없이 등장한 축제'였을 것 같습니다.

제주에는 퀴어 운동 단체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알려진 커뮤니티가 있다 해도 인권 등을 이슈로 크게 활동하는 지역도 아닙니다. 더불어 제주에서 퀴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들 '궨당 사회'라며 아는 사람 눈치 때문에 성소수자로 활동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주퀴어문화축제는 맥락 없이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4월 13일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 군인 색출 및 처벌 지시했다"는 폭로가 있었습니다. 이후 관련 이슈들이 쏟아져 나왔고, 때마침 19대 대선 기간 중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있던 토론 내용 중 모 후보 둘 간의 동성애 반대 이야기 이후로 성소수자 이슈가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지난 4월 26일, 한 후보의 기자회견 현장에 성소수자 단체가 기습항의를 위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동성애 혐오세력과 일부 후보 추종자들의 비난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군대에서 동성애자가 있으면 위험하다" 같은 동성애를 중심으로 한 성소수자 비난이었습니다. 또한 대선 후보 기자회견 현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것에 관해서도 마구잡이로 성소수자 단체가 대선 후보의 "멱살을 잡았다"라거나, "주먹질을 했다"라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애초에 을종경호대상자에게 가까이 간 것 자체가 문제"라며 객관적인 척하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나 앨라이들은 지역과 관계없이 함께 분노하며 연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지난 5월 25일에 군형법 92조의 6항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군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제주도 내의 모 활동가가 이 개정안 발의에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동성애 혐오 발언(이 혐오 발언은 그 소셜미디어의 규정에 맞지 않아 신고로 삭제됨)을 했습니다. 이 발언이 퍼지며 제주도 내 사회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에 제주에서도 '이제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여 제주에서도 퀴어 축제를 만들어 보자면서 준비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CI 제주퀴어문화축제CI
▲ 제주퀴어문화축제CI 제주퀴어문화축제CI
ⓒ 제주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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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등장

첫 모임은 6월 10일이었습니다. 퀴어 축제의 필요성,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지, 어떤 축제를 만들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퀴어 축제의 필요성으로는 동성애 혐오, 성소수자 탄압 같은 반 인권적 흐름에 맞서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 간 결혼 법제화, 군형법 92조의 6항 폐지, 성소수자 인권 운동 확산, 커뮤니티 활성화, 인권 이슈 공론화 등을 꼽았습니다. 예상하는 어려움으로는 수구 보수 세력과 개신교 근본주의 세력의 공격, 수도권보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아웃팅이나 2차 가해, 배제 등의 퀴어 당사자가 겪을 어려움과 축제 실무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는 내부적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이렇게 1차 회의에서 자체 진단과 바람을 이야기한 이후 2차, 3차 모임을 통해 모임의 내규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약속을 만들고, 퀴어에 관한 학습을 시작했습니다. 학습 중 더 좋은 퀴어 축제를 만들기 위해 성소수자 관련하여 좀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필요가 생기며 4차 회의부터 나중에 공동조직위원장이 되는 제가 합류했습니다.

4차 회의 이후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날짜를 정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계정을 개설해서 축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모금 방법과 대략적인 목표 예산을 짜고,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사회에 알리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다른 지역 퀴어문화축제 측에 연락하여 도움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대구, 부산 측에 연락해서 어떻게 준비했는지, 어떻게 활동하는지 도움을 구했습니다. 응원과 조언도 받았지만, 5차 회의 때는 퀴어문화축제(KQFC) 조직위원회에서 제주까지 직접 찾아와 연대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때 준비 모임에서 조직위원회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더불어 당사자성을 위해 퀴어 1인, 기존 시민운동 진영의 연장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내부적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사자인 김기홍, 앨라이 신현정 공동조직위원장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당위성과 의미 고민

먼저 장소를 정하면서 왜 제주에서 퀴어 축제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토론했습니다. 지역색을 어떻게 드러낼 것이냐는 질문에 '제주답다'라는 것의 의미를 고민했습니다. 또 당사자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축제 자체를 통해 어떻게 즐거움을 만들 것인지 등 의미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내용을 논의했습니다.

장소 논의부터 치열했습니다. 제주다운 곳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 대체 뭐가 제주다운 것인지부터 어떤 의미로 접근할 것인지를 논의했습니다. 또 장소에 따른 아웃팅 우려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접근했습니다. 논의 끝에 아름다운 해변에서 하면 공개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물론 성소수자의 가시화라는 건 어떻게 하느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아웃팅을 먼저 고려해서 해변에서 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여러 해변을 고민한 끝에 대중교통 접근성 등을 생각해 함덕리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축제 자체로서 즐거움과 더불어 당사자성, 지역성의 조화를 위해 프로그램의 섭외와 퍼레이드, 부스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여러 가지를 논의했습니다. 예산의 문제도 있었고, 기존 시민사회단체와 어떤 관계를 갖고 가야 할 것이며, 당사자 없이 어떻게 퀴어 축제의 정체성을 찾을 것인지도 고민했습니다. 아웃팅이나 혐오 세력 등이 입힐지 모를 피해도 걱정되어 법조인의 도움을 구할 필요를 느끼고, 변호사도 섭외했습니다.

이런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공식적으로 출범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습니다. 기자회견 장소에도 의미를 두었습니다. 약자와 소수자에게 가하는 혐오 범죄와 차별적 행위에 저항하고 연대하자는 의미를 담아 과거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났던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화장실 앞을 선택했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결성 선언 기자회견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결성 선언 기자회견 페이스북 라이브 캡처
▲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결성 선언 기자회견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결성 선언 기자회견 페이스북 라이브 캡처
ⓒ 제주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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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와 표류

당당하게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말로 시작했지만, 기자회견 당일에도 저희의 존재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마주쳤습니다. 내리는 비나 내리쬐는 햇볕에 반대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떻게 동성애에 반대할 수 있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저의 이해 여부가 그분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이해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겠죠. 반대를 내세우는 그분들은 기자회견 하는 곳 앞에서 성소수자 혐오 홍보물을 내걸고 반대 의견을 내세웠습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함덕마을회에 장소 협조를 요청했는데, 축제의 내용을 잘 모르겠다며 논의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준비하던 중, 약속한 날 며칠 전 갑작스레 논의 자체도 취소하고, 축제 장소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영문을 몰랐지만, 나중에 <한라일보> 기사를 통해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마을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반대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함덕이 무산된 직후 우리는 수많은 현수막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는 제주도민의 당연한 인권이며 권리이다"라는 대한당의 현수막과 "동성애 퀴어축제가 제주도 사회질서와 도민의 가정을 파괴한다"는 제주도 동성애 대책본부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화려하게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제주퀴어축제를 반대한다며 유인물을 만들어 제주시청 어울림 마당 앞에서 열심히 배포하는 열정까지 보였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 제보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
▲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 제보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
ⓒ 제주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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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단체의 홍보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단체의 홍보
▲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단체의 홍보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단체의 홍보
ⓒ 김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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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마을회의 반대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막연히 특정 교회가 중심일 것이라고 추측만 했습니다. 나중에 장소를 확정 지은 뒤에야 <크리스천투데이>의 기사 '이번엔 제주에서 첫 퀴어축제… 현지 교계 반대집회 예고'를 통해 개최 반대를 주도하는 단체가 제주의 한 교회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 계열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민원조정위원회와 집행 정지 신청

우리는 제주시청에 신산공원을 사용하겠다며 공문을 통해 취지와 축제의 방법 내용 등을 첨부하여 장소 협조를 요청했고, 시청은 위법행위를 안내하며 조건부 허가를 내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허가에 따라 장소를 확정 지은 후 제주동부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냈고, 바로 축제 장소를 공지했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 사용 허가 공문 1쪽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 사용 허가 공문
▲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 사용 허가 공문 1쪽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 사용 허가 공문
ⓒ 제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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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퀴어문화축제 축제 장소 및 날짜 확정 공지 제주퀴어문화축제 축제 장소 및 날짜 확정 공지
▲ 제주퀴어문화축제 축제 장소 및 날짜 확정 공지 제주퀴어문화축제 축제 장소 및 날짜 확정 공지
ⓒ 제주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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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축제 개최 반대 측은 바로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시청 공원녹지과에 항의 전화, 항의 방문을 했습니다. 더불어 "제주 동성애 축제 허가한 제주동부 경찰서와 제주시청은 제주도민들이 뜻을 무시 마라"라는 팻말과 함께 시위를 했습니다. 개최를 막을 수 없다고 안내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축제를 반대한다는 분들은 다수인 관련 민원을 넣기 위해서였는지 30명의 서명을 받아 민원을 넣었습니다. 제주시는 이에 응답했고 민원조정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주시는 10월 17일 오전에 민원조정위원회가 열린다고 10월 12일 구두로 통보했습니다. 대응할 필요를 못 느꼈지만, 시청은 우리가 출석하지 않더라도 민원조정위원회가 열린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함께 어울리는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도 있고, 제주시청 공원녹지과 공무원들이 그동안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해 민원조정위원회에 출석하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정식 공문을 요청했지만, 그 공문은 민원조정위원회 개최 바로 전날인 10월 16일 오후에야 도착했습니다. 공문 내용도 별것 없었습니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3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38조에 따라 민원조정위원회 회의를 개최한다, 일시, 장소'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민원조정위원회 회의개최알림 민원조정위원회 회의개최알림
▲ 민원조정위원회 회의개최알림 민원조정위원회 회의개최알림
ⓒ 제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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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민원조정위원회에 대한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았고, 고문 변호사님과 함께 급하게 법적 문제와 과거 사례를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축제 개최에 따른 민원조정위원회는 열린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민원조정위원회 소집의 법적 근거도 굉장히 빈약했습니다.

우리 축제 자체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2조 1항과 3항에 따라 행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같은 법 2조 5항에 따른 '복합민원'도 될 수 없으며, 이해도 걸려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법 2조 6항의 '다수인 관련 민원'에 해당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시청 측은 민원관련법 34조 1항 4호와 같은 법 시행령 38조 4항을 근거로 소환하며 반대 측과 주최 측 사이가 '이해관계인'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어떻게 '성소수자의 인권'과 '퀴어축제 반대'가 '이해관계'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민원조정위원회 당일 시청 앞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 민원조정위원회 당일 시청 앞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
▲ 민원조정위원회 당일 시청 앞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 민원조정위원회 당일 시청 앞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
ⓒ 제주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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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조정위원회 당일 시청 앞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과 팻말 민원조정위원회 당일 시청 앞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과 팻말
▲ 민원조정위원회 당일 시청 앞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과 팻말 민원조정위원회 당일 시청 앞 제주퀴어문화축제 반대 현수막과 팻말
ⓒ 제주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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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조정위원회가 끝나고 '허가를 철회했다'는 이야기를 기자를 통해 먼저 접했습니다. 정식 공문을 요구했지만, 공문은 결재가 끝나지 않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문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고,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준비했습니다.

공문은 다음날인 10월 18일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왔고, 다수의 의견에 따라 협조(승낙) 철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심의의견이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었을 뿐 아니라 첨부도 없었습니다. 단지 '다수의견과 심의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승낙을 철회한다'고 했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사용협조(승낙) 건에 대한 철회 알림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사용협조(승낙) 건에 대한 철회 알림
▲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사용협조(승낙) 건에 대한 철회 알림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사용협조(승낙) 건에 대한 철회 알림
ⓒ 제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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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목요일, 공개적으로 시청의 위법성을 몇 가지 지적하며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더불어 10월 20일 금요일 오전 제주시와 제주시장을 규탄하고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시는 '법원의 판단에 따를 사항'이라면서, '면담은 실익이 없다'며 응하지 않았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제주시장면담 요구 기자회견 제주퀴어문화축제 제주시장면담 요구 기자회견
▲ 제주퀴어문화축제 제주시장면담 요구 기자회견 제주퀴어문화축제 제주시장면담 요구 기자회견
ⓒ 제주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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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요청 회신 면담요청 회신
▲ 면담요청 회신 면담요청 회신
ⓒ 제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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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과 제주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에서 느낀 모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만으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다양한 통로를 알아보다 제주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에도 공문으로 진정을 넣었습니다. 심문기일과 같은 날인 10월 24일 위원회를 열고 심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회신받았습니다. 다행스레 시간이 겹치지 않아 둘 다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에 출석하는 날 오전에야 상대방 답변서가 도착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런지 답변이 궁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허가 철회가 아니라 행정 지도를 철회한 것이기에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했고, "원고적격 결격"이라면서 법률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얻게 되지 못할 거라는 내용으로 민원조정위원회의 이해관계인과 대치되는 말이 나왔습니다.

또한 "처분이 아니라 법적 무지로 인하여 벌어질 수 있는 위법 사항에 대한 안내를 한 것이며, 안내를 취소한 것"이라는 공문에 사용한 단어와 다른 내용을 말했습니다. 결론에서는 "문제가 되었을 때 면피용으로 장소신청을 하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하며 완전히 합법적이고 안전한 행사를 진행하려는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오히려 '문제 발생의 소지가 많은 집단'으로 묘사했습니다.

이 답변서에 민원조정위원회 심의 의견서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저희는 이때 심의 의견의 구체적 내용을 처음 봤습니다. 안건의 제목은 "신산공원 제주퀴어문화축제 행사 개최건"이었으며, 심의 의견에 사용승낙(허가) 유지, 사용승낙(허가) 철회라며 허가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의견에는 먼저 "개별 참가자들이 일반인이 수인할 수 없는 행위를 하더라도 주최 측에서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됨"이라며 성소수자를 일반인의 범주에서 제거하였을 뿐 아니라 민간을 통제해야 한다는 민주적이지 못한 의견을 내세웠습니다.

또, "또한 주최 측에서 성인용품 전시, 전시된 물품 등에 대해 후원을 통한 일반인 제공을 한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성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 등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을 거라며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우리 축제가 위법행위를 할 것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아직은 제주지역 정서에 부합되지 않다고 사료됨"이라며 제주의 지역 정서 수준을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제주지역의 성소수자 존재를 지워버렸습니다.

법원 출석까지 시간이 부족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주장에 허점이 있지만, 이를 혹시나 법원에서 인지 못 할 경우에 발생할 문제가 예상돼 법원에 제출할 진술서를 빠르게 작성하고 관련 증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진술서에는 제주시청 측 답변서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먼저 사실관계로 공문의 내용은 "허가"이며, 여성가족부 고시에 따른 "청소년유해물건"에 해당하는 물품은 전시한 적도 없고, 전시할 것으로 판단할 만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콘돔 등은 의료기기이며, 과다노출은 일어나지도 않은 데다 노출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원고적격 결격 자체의 문제는 "이해당사자"라고 표현한 데서 이미 효력이 없으며, 대외적 신뢰 및 재정적 문제를 책임지는 자로서 직접적 원고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시청 측은 "조건부 허가"라고 했기 때문에 안내가 아니라 처분을 내렸으며, 무리한 판단으로 혐오세력의 민원에 대한 면피를 위해 결론을 짜 맞추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미러링'했습니다.

법원에서 만난 시청 측은 계속 안내일 뿐이라며 축제를 못 하게 한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우리 쪽 법률대리인이 부스 설치는 점용 허가의 문제라며 실질적 불허가 맞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청은 이에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부스 설치가 점용허가에 해당하는지조차 검토하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시청 측에서는 이를 판단 내릴 경우 민원을 낸 혐오세력으로부터 다시 민원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나, 본인들의 주장인 '안내'를 뒤집어야 해서 검토하지 않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시청 측 법률 대리인과 시청은 검토를 해봐야겠다고 했고, 법원에서는 이 상태로는 바로 결론 낼 수 없다며, 그것을 검토한 후에 자료를 다음날까지 바로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법원에서 나와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아래 제주인권위)에 출석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청으로 갔습니다. 제주인권위에서는 몇 가지 안건을 먼저 처리한 후에 진술을 듣겠다고 했습니다. 잠시 기다린 후 제주시청 측과 동시에 입장했습니다. 각각 잠깐 진술한 후에 먼저 제주시청 측을 향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제주시청은 법원에서와 달리 다시 '허가'와 '허가 철회'라는 말을 사용했고,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제주인권위에서는 우리 조직위를 잠시 퇴장시켰습니다.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다시 입장하라고 했을 때 제주시청은 퇴장했고, 우리 조직위만 앉아서 질문에 답했습니다. 마지막에 한 질문 중 하나는 민원조정위원회에서 받았던 질문과 비슷했습니다. "청소년에게 교육적으로 문제를 끼칠 우려는 없는가?" 민원조정위원회와 달리 억압적인 억양이 아니었기에 (기억에 의존하기로는) 우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교육기관도 아닌 일반 행정기관이 교육적 문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습습니다. 실은 저는 비정규직 음악 교사입니다. 항상 누구보다 청소년을 신경 쓰며,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성소수자 청소년은 자살률이나 학교 자퇴 등의 수치가 전체 청소년보다 더 높게 나타납니다. 저희 축제에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나 성소수자 부모모임 등 인권, 연대 단체와 상담 단체들이 찾아옵니다. 오히려 이런 축제가 그들을 안심하고 제주에서 살 수 있게 해줄 것이고, 청소년 성소수자를 가시화하여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주인권위의 성명과 수상한 제주도청, 그리고 법원 판결

제주인권위는 10월 26일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하지만 10월 26일에 보도된 것은 없었고, 10월 27일에 우리 위원회에서 별도로 입수하여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제주인권위의 성명은 우리 위원회가 보도자료를 입수해서 배포한 뒤에야 겨우 한 군데서 기사화되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1쪽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1쪽
▲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1쪽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1쪽
ⓒ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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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2쪽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2쪽
▲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2쪽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2쪽
ⓒ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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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3쪽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3쪽
▲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3쪽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성명서 3쪽
ⓒ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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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에 이어 법원에서 우리의 "'장소사용 허가철회'를 취소해달라"는 요청에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법률대리인을 통해 접했습니다. 일부 인용이 된 것은 법원에서는 이를 두 가지 이슈로 나눌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시청 측이 "행사 개최를 위해 사용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공문에 관련한 철회는 효력 정지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청의 이익이 없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둘째로는 "사정 및 소송 과정에서의 태도 등을 참작할 때, 행사용 부스 설치에 대한 기존의 승낙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며 "막연한 우려에 근거한 일부 민원을 제외하고는 피신청인이 기존의 부스 설치 허용을 철회할 만한 중대한 사정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을 종합하면, 그 개최가 임박한 이 사건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곤란하게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건 철회통보로 인해 신청인들을 포함한 행사 참가자들에게 발생할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 철회통보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위와 같은 조치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며 통해 부스 설치 관련 "부분 신청에 이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부분 인용이지만, 실질적으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점용 허가와 관련한 법적인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그동안 취소로 알려져 불안해하거나 일정을 취소한 참가예정자를 모두 끌어올 수는 없었습니다. 축제 전날에 법적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그동안 겪은 '홍보 과정의 불이익'과 '받은 상처'도 완전히 치유할 수 없었습니다.

바뀌지 않은 제주시청의 태도

제주시청은 뻔뻔하게도 "적극적인 계도 및 단속을 실시한다"고 공표했습니다. 뉴스에서는 보도자료를 냈다고 했지만, 제주시 보도자료를 검색했을 때 이와 같은 내용은 없었습니다.

<제주의 소리> 기사를 통해 제주시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공원 내 금지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도와 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예상되는 금지 행위'로 '공원시설을 훼손하는 행위,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 행상 또는 노점 상행위를 제시했다'는 내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축제 당일 아침에 제주시는 실제로 단속을 위해 찾아왔고, 행사 현장 촬영에 대해서는 성소수자 아웃팅 등의 인권 문제 때문에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취재거부 언론'으로 몇 군데를 꼽았습니다. <국민일보>와 <크리스천투데이>, khTV 등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 부분'을 전혀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상했던 <국민일보>는 찾아오지 않았고, khTV에서 무단으로 생중계를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우리 조직위원회에서 함께 막았습니다.

영상을 살펴봤을 때 조직위원회 사람 말고는 축제에 참여한 사람의 얼굴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취재하며 촬영하던 사람은 "왜 (축제를) 밖에서 하면서 축제 취재를 못하게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또한 (떳떳하지 못하면) 실내에서 하라"는 말과 함께 "독재"라며 "동성애자는 공산당"이라며 비난하여 황당했습니다.

앞으로 제주에서 퀴어문화축제

후기를 보았을 때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비건을 위한 국수는 준비위원회 구성원 중에 비건이 있기도 해서 채수를 사용한 비건 국수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어 통역은 이전 촛불 집회 때도 있었고, 소수자 축제로써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아야 하므로 당연히 필요하다고 결의했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안타까웠습니다. 공원 내부에서는 무대 단을 쌓지 않는 식으로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교통수단 자체가 교통 약자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라 공원 앞까지 찾아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제주 교통 약자 지원 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도록 연대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당시 '무성애 가시화의 주간'임에도 불구하고, 구호가 유성애 중심적이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생각은 했지만, 축제 준비에 바쁘다는 핑계로 위원회 자체적인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여러 가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끝나고 비판과 칭찬 반응을 살폈더니 좀 더 다양한 당사자 단체와 소통하며 연대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앞으로 반드시 개선하려고 합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연대를 위해 찾아오신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 덕에 무사히 축제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기홍 시민기자는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입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 / 비정규직 음악교사 / http://freshteacher.kim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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