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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며 미소 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곧 만난다. 사진은 지난 7월 6일 오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며 미소 짓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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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1일 한국과 중국 양국의 사드 합의문 발표 이후, 사드 배치로 야기된 두 나라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 외교부가 발표한 합의문의 해석에 따라 사드 문제가 해결됐다는 시각도 있고, 사드 문제가 봉합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외교관이 사용하는 외교적인 용어는 늘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합의문 발표가 있은 뒤 중국 후아춘잉 외교부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살펴보면 사드 문제가 해결됐다기보다는 봉합됐다는 시각이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되며 변하지 앉았다(中方在"薩德"問題上的立場是明確、一貫的,沒有改變)"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국가간의 관계든, 사회조직간의 관계든, 개인간의 관계든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100% 완전하게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필요에 따라 서로 이해하는 선에서 조금씩 양보해, 당면한 문제를 봉합하는 형태로 해결하곤 하지요. 앞으로 서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봉합한 문제가 다시 뜯어져서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하고, 더 튼튼한 실로 다시 한 번 봉합해서 완전히 해결되기도 하지요.

사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이 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했고, 지금도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추측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외교·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그 이유를 분석한 글이 많기에, 이 글에서는 인문학의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시진핑과 중국의 꿈 '일대일로'

 지난 10월 2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롭게 구성된 상무위원단을 취재진에 소개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롭게 구성된 상무위원단을 취재진에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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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일대일로 정책을 발표합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영어로 'One belt, One road'라고 하는데 2049년까지 주변 60여 개국을 중국과 지리적으로 연결하는 정책입니다.

육상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해상으로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항만을 건설해 중국이 안정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거지요. 물론 '일대일로' 정책에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지리적으로 연결해 외교·경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주변 60여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지요. 그런데 육상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건설은 별 탈 없이 진행되지만,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항만 건설은 주변 여러 국가와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만은 않습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동쪽과 남쪽이 바다에 접해있습니다. 중국 동쪽 바다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있고, 중국 남쪽 바다에는 필리핀, 베트남 등이 있습니다. 중국 일대일로 정책 해상벨트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동해안과 남해안에 접한 국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중국 동쪽에는 우리나라 한국이 있습니다. 2014년 7월 중국 주석 시진핑은 답방의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2015년 9월 한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전승 기념일' 열병식에 참석합니다. 자본주의 한국 대통령과 공산주의 중국 주석이 나란히 서서 중국 군대 열병식 행사를 지켜봤다는 사실은 두 나라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해상벨트 정책을 진행 중인 중국 정부는 중국 동해안은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으로 국민에게 정부의 외교 성과를 홍보합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해상벨트 중 남해안도 안정시켰습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문제를 헤이그 중재재판소에 제소해 국제 재판에서 이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국가 이익을 중시하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조건으로 양국 간 영해 분쟁에 대한 긴장을 완화합니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오히려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던 미국에게 주 필리핀 미군을 철수하라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또 떠들썩하게 국민에게 정부의 외교 성과를 홍보합니다.

2016년 7월 한국은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미국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대일로' 해상벨트 중 동해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요. 그런데 중국 정부를 정말 곤혹스럽게 한 건 '일대일로' 해상벨트 중 동해안 한국과 문제가 생겼다는 게 아니라, 이미 중국 공산당 시진핑 체제가 탁월한 외교력으로 주변 해안 국가들과의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고 홍보했다는 겁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 이제 일대일로 해상벨트 주변 국가(한국, 필리핀)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국민에게 자랑했는데, 한국 사드 건으로 중국 국민에게 빈말을 한 게 돼 체면이 서지 않게 된 겁니다.

중국 국민에게 체면을 잃은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사드 배치 건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해상세력의 중국 진출을 막는다는 명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국 지도자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2017년 10월 24일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행사가 끝나고, 시진핑 주석 제2기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국민들의 환영 속에 이제 새로운 체제가 시작됐으니, 중국 지도부가 체면 때문에 미뤄뒀던 일들을 해결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체면을 살려주면 된다

중국에는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보상하고, 빚을 지면 돈으로 갚고, 체면을 상하게 했으면 당연히 체면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해서,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가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했다면,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의 체면을 살려주면 됩니다.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법으로는, 상대방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해주면 됩니다. 이 방법은 경제적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크지요.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뭘까요?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가 시작된 후, 시진핑 주석이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중국의 꿈(中國夢)'입니다. 그럼 이제 시진핑 주석 체제가 이루려고 하는 중국의 꿈이 뭔지 알아볼까요.

시진핑 주석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 전인 2012년 11월 30일, 시진핑 주석 등 공산당 상무위원 7인은 중국국가박물관 '부흥의 길(부흥지로(復興之路)'전시관을 방문합니다.

 중국국가박물관 부흥의 길(부흥지로(復興之路)’전시관을 방문한 중국 시진핑 주석과 상무위원(2012년11월30일)
 중국국가박물관 부흥의 길(부흥지로(復興之路)’전시관을 방문한 중국 시진핑 주석과 상무위원(2012년11월30일)
ⓒ 출처 : 중국 국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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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가박물관은 중국에 있는 박물관 중 규모가 제일 큰 박물관으로 북경 자금성 앞 천안문광장 동쪽에 있습니다. 중국국가박물관에는 상설로 운영되는 '부흥의 길(复兴之路)' 전시관이 있습니다.

'부흥의 길' 관은 서구열강 국가가 처음 청나라를 침략하는 1840년 아편전쟁이 시작되기 전, 청나라 상황을 설명하는 전시물로 시작됩니다. 먼저 제국주의 서구열강 침략에 청나라가 어떻게 대처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본 후, 서구열강 국가가 청나라 국민을 어떻게 유린하고, 청나라 경제를 어떻게 수탈했는지 그와 관련한 자료를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중국이 다시 번창하기 위해서는, 앞선 청나라가 왜 서구 제국주의에 무너졌는지 그 원인을 살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중국사람의 생각을 짐작해 볼 수 있지요.

1899년 서구열강 국가의 경제 침탈로 내륙시장이 개방돼 물가가 폭등하고 세금이 가중되자, 경제적 압박에 시달린 청나라 국민들은 서구열강을 몰아내자는 의화단운동을 일으킵니다. 1900년이 되자 의화단은 북경에 있는 서구열강 국가 공사관을 포위합니다.

서구열강 국가 공사를 추방할 힘도, 의화단을 제어할 힘도 없는 청나라 정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서구열강 8개국은 5만 명의 연합군을 동원해 북경을 공격합니다. 근대적 무기를 앞세워 의화단을 제압한 연합군은 중국 북경 자금성에서 전승 행사를 열고, 자금성 문화재를 약탈합니다. 이 사건을 빌미로 제국주의 8개국은 청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본격적으로 경제 침탈을 시작하게 되지요.

'부흥' 꿈꾸는 중국 그리고 사드

 1900년 북경 자금성에서 승리 기념식을 여는 8개국 연합군 모습(위)과 북경 자금성 황제 옥좌에 앉아 기념 촬영을 하는 8개국 연합군 장군 모습(아래).
 1900년 북경 자금성에서 승리 기념식을 여는 8개국 연합군 모습(위)과 북경 자금성 황제 옥좌에 앉아 기념 촬영을 하는 8개국 연합군 장군 모습(아래).
ⓒ 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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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가박물관에는 자금성에서 전승 행사를 하는 제국주의 8개 국가 사진과 자금성 황제 옥좌에 앉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미국 침략군 사진이 전시돼 있습니다(坐在紫禁城皇帝座上的美國侵略軍).

중국국가박물관이 의도적으로 이렇게 공간을 설계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금성 황제 옥좌에 앉은 연합군 침략군 사진 전시물 건너편 창문으로 100여 년 전 서구 열강 국가에 치욕을 당했던 자금성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중국국가박물관 부흥의길 전시관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과 상무위원들도 바로 이 자리에서 자금성을 바라봤을 겁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가 시작된 후, 시진핑 주석이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중국의 꿈(中國夢)'은 '중국의 부흥(復興)'입니다.

2017년 10월 18일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꿈'은 '중국의 부흥'이고, '중국의 부흥'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華民族偉大復興)'이라고 풀어서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중국 공산당 시진핑 체제의 모든 정책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인 거지요.

'부흥(復興)'이라는 단어에서 '부흥'은 다시 흥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즉 과거에는 번창했는데 어떤 일로 쇠락해져서 지금 다시 번창하려 애쓰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그러면 중국 사람은 과거 번창했던 시기를 언제라고 생각할까요?

그 시기는 바로 '강한성당(強漢盛唐)'입니다. 강한성당은 강한 한나라와 번성한 당나라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이 다시 한번 한나라와 당나라 같은 국가가 되겠다는 것을 뜻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에 해볼 만한 말

 중국국가박물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자금성
 중국국가박물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자금성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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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나라(기원전 202년~기원후 220년) 402년 기간, 중국 당나라(618년~907년) 290년 기간 중 어느 시기를 강한 한나라와 번성한 당나라 시대라고 할까요? 중국에서는 국가가 부강하고 국민이 태평성세를 누리던 시대를 '치세(治世)'라고 합니다.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강한성당'을 찾아보면 구체적으로 한나라 한무제의 '문경지치세'와 당나라 당태종(이세민)의 '정관의치세', 당나라 당고종의 '영휘지치세' 시기를 '강한성당' 시대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루겠다는 '중국의 꿈',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강한성당(強漢盛唐)'은 바로 한나라 한무제와 당나라 당태종과 당고종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나라 한무제의 치세는 한나라 건국 후 61년부터 115년까지이고, 당나라 당태종과 당고종 치세 시기는 당나라 건국 후 8년부터 65년까지입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중국 시진핑이 공산당 주석이 된 2013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3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나라, 당나라 모두 건국 후 60년이 지나서 나라가 융성해졌지요.

아마도 외국인 누군가가 중화인민공화국이 한나라와 당나라처럼 부강한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는, 어쩌면 이미 그렇게 됐다는 말을 한다면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체면이 설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중국 시진핑 주석이 한나라 한무제와 당나라 당태종의 시대와 견줄 수 있는 치세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하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중국사람의 특성과 중국에 대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효과적인 전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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