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4등>을 연출했던 정지우 감독의 신작 <침묵>이 지난 2일 개봉했다. <해피엔드> 이후 18년만 에 배우 최민식이 정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최민식을 비롯해 이하늬, 박신혜, 류준열, 이수경 그리고 <4등>에서 함께 했던 박해준도 영화에 참여했다. <침묵>은 2013년 개봉된 페이 싱 감독의 중국 영화인 <침묵의 목격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며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3위로 진입했다.

 <침묵>스틸 컷

<침묵>스틸 컷 ⓒ CJ 엔터테인먼트


재력과 사랑, 세상을 다 가진 태산그룹 회장 '임태산'(최민식) 모든 것이 완벽히 행복하다 믿었던 그에게 최악의 날이 찾아온다. 바로 약혼녀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사망한 것이다. 게다가 가장 유력한 살해 용의자는 유나를 미워했던 자신의 딸 '임미라'(이수경)이다. 그리고 담당 검사는 태산과 악연이 있는 동성식(박해준)이다.

자연스레 이 사건의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고, 태산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고의 법무 법인을 마다하고, 과거 미라와 인연이 있었던 젊은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을 선임한다. 그렇게 법정에선 미라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이진다. 그리고 사라진 그 날의 CCTV 영상을 갖고 있는 유나의 팬 '김동명'(류준열)의 존재가 드러나는데...

"우리는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지만 그것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 있다. <침묵>을 통해 사실과 진실이라는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정지우 감독 

실제로 정지우 감독은 <침묵>을 통해서 눈이 보이는 것이 사실처럼 보일 순 있어도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펼쳐 보이며, 본인이 보여주고자 했던 상황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한다. 하지만 그 상황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리 매끄럽지가 못하다. 몇몇 연출은 심하게 과장되어 있으며, 결말에 집착한 나머지 놓쳐버린 내러티브는 논리적인 공격을 피할 길이 없다. 게다가 빠른 편집이 요했던 부분들조차 템포가 느려서 지루함 마저 들기도 한다. 결국 영화는 클라이막스을 앞두고 불안함을 떠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영화에는 '최민식'이 있었다. 후반부 최민식의 깊은 감정연기는 그것들마저 집어삼키며 남자로서 그리고 아빠로서의 뜨거운 감성 전달시키며 여운이 남는 엔딩을 만들어낸다.

 <침묵>은 좀더 관객을 딜레마 속에 집어 넣었어야 했다.

<침묵>은 좀더 관객을 딜레마 속에 집어 넣었어야 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앞서 이야기한대로 정지우 감독은 <침묵>을 통해 '진실이 아닌 사실'에 대한 문제를 꺼내는 데까지는 성공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까지다. 오로지 화두만 꺼내는 데만 그치고 만다. 정지우 감독은 자신이 말한 주제를 좀 더 제대로 전달시키려 했다면 이야기를 더 끄집어냈었어야 했다. '진실이 아닌 사실'을 마주하게 된 인물들에 좀 더 할애하고 집중해야 했으며, 그들이 빠진 딜레마에 관객도 끌어들였어야 했다. '그러한 상황에 맞닥뜨린 당신이 어찌하겠는가?' 물음과 함께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주인공 최민식은 앞서 다룬 것처럼 명출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영화를 크게 지탱하는데, 그런 최민식의 감정연기를 예열시켜준 두 명의 여배우가 있다. 바로 이하늬와 이수경이다. 최민식의 연인 유나역으로 등장한 이하늬는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여인의 매력을 선보이며 최민식의 감성 연기를 끄집어낸다. 그녀는 또한 극 중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 실력을 뽐내며 귀를 사로잡기도 한다. 최민식의 부성애를 불러일으킨 이수경의 연기도 인상 깊다. 그녀는 반항기 어린 소녀의 감정과 죄의식에 사로잡힌 소녀의 감성을 준수하게 소화하며 시선을 주목시킨다. 아울러 매서움과 충성심으로 무장한 정승길이란 캐릭터를 소화한 조한철의 연기도 훌륭했다. 박신혜와 박해준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나 류준열은 다소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줬다.

 최민식을 예열 시킨 이수경과 이하늬

최민식을 예열 시킨 이수경과 이하늬 ⓒ CJ 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침묵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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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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