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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에 만난 김민영(가명·31·여)씨는 지난 5월 성수동에 카페를 냈다. 성수동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던 김씨는 골목에 카페가 여럿 생겨나는 걸 보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월 임대료 8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7평(23㎡) 카페를 낼 수 있었다. 보증금 1000만 원은 별도였다. 카페는 작은 원탁 2개에 공간이 가득 차 보일 정도로 협소했다.

같은 평수인 옆 건물 가게는 1년 전에 월 7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건물주와 계약을 맺으면서 옆 가게 시세를 고려해 '월세 70만 원'을 여러 번 부탁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김씨는 "10년 전에 비하면 성수동 일대 시세가 배로 올랐다고 하더라"면서 "불과 1년 사이에도 임대료가 많이 오르는 편"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 상반기 임대료 상승률이 가장 빠른 상권은 '성수동 카페거리'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주목 받은 상권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1~2년 사이 각광 받기 시작한 '성수동 카페거리'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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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카페거리'의 임대료는 4.18%가 오른 것으로 조사돼, 서울지역 소규모 상가 평균 임대료 상승률(0.3%)보다 14배가량 높았다. 2위인 홍대(3.02%)와도 격차를 크게 벌렸다. 같은 날에 발표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도 서울 주요 상권 중 '성수동 카페거리'는 올 3분기까지 임대료 상승률(9.1%)이 가장 높았다.

'성수동 카페거리'는 최근 1~2년 사이 떠올랐다. 거리가 형성된 성수동 2가 일대는 2년 전만 해도, 정미소를 카페로 개조한 '대림창고'와 카페 '자그마치'가 거리의 주축이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외형을 간직한 공장에 예술가가 모이면서 성수동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동네로 탈바꿈했고, 입길에 오른 거리엔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근래에도 '카페거리' 일대는 공방이 생기거나 전시가 열리는 등 문화 행사가 일상화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한 결과는 임대료뿐 아니라 권리금의 상승을 재촉했다. 이비현 사랑공인중개사사무소 실장은 "권리금 없이 가게를 연 자영업자가 2년도 안 돼 권리금 3000만 원을 받고 떠나는 경우도 제법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리금은 건물을 빌려 영업을 하고 있는 자가 영업을 하려는 자에게 가게의 권리를 양도하면서 얻는 대가로, 권리금의 급격한 상승은 동네 상권이 뜨고 있다는 증표가 된다. 9개월 전 '카페거리' 인근에 13평(43㎡) 남짓 카페를 낸 김길연(28·남)씨도 "월 임대료로 164만 원을 내고 있다"면서도 "월세 못지않게 오르고 있는 권리금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징조가 나타난 '카페거리'

 70년대 만들어진 정미소를 카페로 탈바꿈한 성수동 '대림창고'
 70년대 만들어진 정미소를 카페로 탈바꿈한 성수동 '대림창고'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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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은 월세금처럼 당장 영업에 영향을 끼치진 않더라도,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카페를 열려 해도, 치솟는 권리금을 낼 수 없는 이들은 개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임대료가 높아지면 기존 임차인은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가게를 내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은 가속화한다.

'성수동 카페거리'에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성수역 인근 '카페거리' 어귀에 스타벅스가 새로 문을 연 것이다. 약 600m 떨어진 지점엔 '성수이마트점'이 있다. 한국 스타벅스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가 5:5의 지분을 합작해 모아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8월 15일 기준 총 1083개 직영 점포를 출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페 점주는 "카페거리가 형성되고 주목을 받으면서 덩달아 카페가 많이 생겨난 뒤 영업하기가 어려워졌다"라며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폭등해도 자금력 있는 소수의 카페들만 사람들이 몰리고, 버틸 걸로 보이니 이대로 가다간 답이 없을 것 같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물주는 임대료 계속 올리려 할 것"

 성수역 인근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
 성수역 인근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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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카페를 옥죌 임대료 상승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부동산 민하민 실장은 "카페와 공방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서 성수동을 찾는 발길이 계속 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임대료가 오를 여지는 크다"라고 내다봤다. 거리 주변엔 아파트형 공장인 지식산업센터 개발이 한창이다.

'카페거리' 상가 매물을 일대 부동산을 통해 종합해 살펴보니, 시세는 10평(33㎡)대에 보증금 1500만~2000만 원대, 월세 130만~250만 원, 권리금 1200만~5500만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10평에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30만 원에 권리금 1200만 원으로 나온 '급매' 카페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A부동산 한 공인중개사는 "성수동은 최근 1년간 건물주가 공장이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 한 뒤 새로 임차를 주면서 월 임대료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치솟고 있다"라며 "골목과 대로변의 시세차만 해도 2배나 된다"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으려는 논의를 해도 건물주는 임대료를 계속 올리려 한다"라며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이들만 카페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권을 가꿨던, 가꾸는 자영업자는 갈수록 도태의 길을 밟는 대신, 상권이 성장해서 얻어진 과실은 별다른 제도적 보완이 없는 한 건물주에게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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