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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사건의 몸통을 한성숙 대표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내부에서 (이와 관련해서)감사를 했다. 누가 감사를 지시했겠나, (한성숙 대표가) 그 감사 내용을 몰랐겠나. 제가 네이버 전문가로 있을 때, 네이버가 변화를 시작한 게 2013년이다. 그때 스포츠팀을 총괄하는 서비스 본부장이 한성숙 대표였다."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엠스플뉴스 박동희 야구전문기자는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폭로했다. 취재를 통해 한성숙 대표가 기사 재배치와 청탁과 관련해 이전부터 전후 맥락을 잘 파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박 기자는 기사 재배치와 관련해 네이버 측에 질의서를 전달했지만 네이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네이버가 이미 해당 사안에 관련해 감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박동희 기자는 지난달 20일 네이버의 스포츠 담당 이사가 축구연맹 관계자의 청탁문자를 받고 축구연맹 비리와 관련된 <오마이뉴스> 기사를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재배치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네이버는 즉각 한성숙 대표 이름으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전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의 기사 임의배치 및 뉴스제휴 갑질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대표이사와 책임자들이 다루는 부분이라 해당 내용을 깊이 알지 못한다"고 발뺌을 한 바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은 지난 3월 28일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은 지난 3월 28일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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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 기자는 또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일반 뉴스도 스포츠 쪽과 비슷할 거라고 본다"며 "눈앞에 증거가 있으면 네이버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이어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게 세 가지가 있다"며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왜 이렇게 변해갔는지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이 있고, 특정업체와의 유착관계, 네이버의 갑질 등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재배치 논란은 네이버가 스포츠는 물론 일반 뉴스까지 손을 댔느냐, 안 댔느냐에 대한 의혹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사필귀정이다. 이미 드러난 팩트들은 물론 수없이 제기된 합리적 의심들은 네이버가 강변하는 '투명함'을 무위로 돌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박동희 기자의 폭로가 유의미한 이유

"팩트 하나. 네이버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관리한다. 이건 네이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관리하지 않으면 19금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로 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팩트 둘. 네이버 연관 검색어는 조작이 가능하다. 지난 9월에는 컴퓨터 수백 대를 동원해 연관 검색어를 조작한 대가로 수십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팩트 셋. 네이버는 요청을 받아 연관 검색어를 지워주기도 한다. '정우택 성상납'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갑자기 사라져 논란이 된 적 있다. 네이버는 처음에 부인했으나 논란이 확산되자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요청을 받아 삭제했다고 시인했다.

팩트 넷. 네이버는 청탁을 받고 기사를 삭제한 사실이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뉴스 편집에 외압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기사 청탁과 편집이 반복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인은 3일 <기사는 손 안 댄다? 네이버의 해명을 믿기 어려운 이유>라는 칼럼에서 그간 제기된 네이버의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 알려진 팩트에 대해 이렇게 나열했다. 네이버만 모르쇠로 일관할 뿐, 이미 합리적 의심은 차고 넘친다. 그 와중에 네이버의 사과에 이어 박동희 기자의 폭로가 나온 셈이다. 그럼에도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럴 만하다.

"서비스 특성상, 경기 중계 등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스포츠'는 각종 협회, 구단, 단체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프로축구 중계권을 가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같은 협회와도 언로(言路)가 열려 있습니다.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언론 취재의 대상인 스포츠 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같은 의혹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회사를 이끄는 저의 책임이 큽니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달 20일 네이버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이번 '기사 재배치' 조작 사건이 '네이버스포츠'만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의혹은 '뉴스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당연지사다. 이와 관련해 박동희 기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유의미한 발언을 남겼다. '네이버연예'와 관련해서다.

스포츠만 문제? 네이버 연예 면을 보라

네이버 한성숙 대표 이름으로 올라 온 기사 배치 관련 공식 사과문
 네이버 한성숙 대표 이름으로 올라 온 기사 배치 관련 공식 사과문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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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했을 때, 스포츠와 일반뉴스는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그런데, 스포츠뉴스를 언급하며 네이버 연예를 언급했다. 왜 네이버는 연예면에서 기사 재배치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는데 연예를 언급했을까. 사실 네이버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연예도 언젠가 터질 일이라고 해왔고, 그래서 이번에 먼저 언급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네이버 전문가 계약을 맺고 일하면서 스포츠도 스포츠지만 연예도 문제가 많다라고 얘기를 들었고 지금도 취재 중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네이버가 특정 기획사, 특정 언론을 밀어주고 싶을 땐 한없이 밀어줄 수 있다. 네이버 연예의 총괄 담당자가 특정 기획사 특정 연예인이 좋다고 하면 네이버 메인에 그 연예인에 대한 기사를 한없이 내보낼 수 있고, 부정적인 기사는 감출 수 있다."

박 기자는 네이버 스포츠 외에 또 다른 뉴스면에서 기사 재배치나 청탁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의혹에 네이버 연예면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박 기자는 네이버 연예면의 청탁과 관련해서도 증거 문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로 든 기획사가 바로 YG 엔터테인먼트다. 

"제가 지금 취재하고 있는 사안이 YG다. YG를 대표하는 그룹이 빅뱅인데, 빅뱅 탑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됐을 때, 연예 산업에서는 무슨 얘기가 돌았느냐면 탑이 명백히 사회적 물의를 빚는 사건을 일으켰는데 네이버 메인에 탑에 동정적인 기사가 너무 많다는 거였다. 대마초를 흡연한 연예인이 동정기사가 많이 나온다는 게 어색하지 않느냐.

그런데 예전부터 네이버와 YG가 특수한 관계라는 소문이 많이 있었다. 반면 YG와 경쟁하는 기획사의 연예인들의 기사는 잘못하면 뮤조건 메인 매도한다는 인식하는 범위가 컸는데, 올 3월에 네이버는 YG에 1000억을 투자했다. 향후 5000억을 더 투자한다고 한다. 한국 연예산업 규모가 2조라고 하는데, 네이버가 4분의 1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네이버 스포츠면에서 청탁과 기사 재배치가 확인된 것이 한국프로축구연맹라면, 네이버 연예면 역시 동일한 행위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돼 왔고, 강력하게 의심되는 회사가 네이버가 이미 1000억을 투자한 YG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이다.

한성숙 대표는 사과문에서 스포츠 단체와 네이버 간의 '협력'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박 기자는 이 협력이야말로 프로야구 중계권 등 네이버의 사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네이버 역시 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 때문에 혹 네이버가 자사가 투자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숨겨버리지는 않을지, 의혹의 눈초리가 쏟아지는 것이다.

2017년에 '글로벌 vs. 토종' 프레임이라니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가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가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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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의장의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2일 구글 코리아는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의 국감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특히 구글 코리아는 네이버를 향한 질타를 꼭 짚은 듯 "구글은 검색 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느낀다"며 "검색 결과는 100% 알고리즘 순위에 기반으로 금전적 또는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이해진 창업자는 "구글이 국내에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고 있는데 그들이 얼마나 버는지 모른다. 구글은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없고, 통신 트래픽 비용도 안 낸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보다 토종 기업 네이버에게 응원을 보내달라는 읍소에 가까웠다. 2017년에 '글로벌 vs. 토종' 프레임이라니, 그것도 질타가 쏟아진 시점에 나온 읍소라니 가당치 않다.

과연 네이버가 '공정'했다면, 그 공정함을 국내 사용자들이 피부로 느꼈다면 이러한 질타가 쏟아졌을까. 기사 재배치와 조작 건은 물론이요 '공룡' 네이버에 쏟아진 불공정 의혹들이 어디 한두 번이었나.

네이버는 그런 의혹을 깔끔하게 해명하고 시정을 약속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한데, 네이버에게 그런 의지가 있긴 할까. 지금까지 보여준 결과만 놓고 보면, 대답은 '아니올시다'다. 과거 생태계의 절대 강자였던 '공룡'도 멸종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향후 이 '공룡' 네이버에 대한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태그:#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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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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