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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순 할머니가 집 마당에서 가을 햇살에 고추를 말리고 있다. 조 할머니는 약간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조계순 할머니가 집 마당에서 가을 햇살에 고추를 말리고 있다. 조 할머니는 약간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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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80이 너머는디/ 공부헌다고 허니 눈은 캉캄허고/ 드름서 이저불고 아까 배운거설/ 바다쓰기 헐때 나는 마께 썬는디/ 선생님은 틀리다고 허니/ 호래가 물어가내 참말로/ 오늘 빵점 마건네/ 호호호 그래도 인자/ 시작했응깨 갠찬허당깨/ 나도 잘 헐수 잇을꺼여 잉하먼

(내 나이 80이 넘었는데/ 공부한다고 하니 눈은 캄캄하고/ 들으면서 잊어버리고 조금 전 배운 것을/ 받아쓰기 할 때 나는 맞게 썼는데/ 선생님은 틀리다고 하니/ 호랑이가 물어가네 정말로/ 오늘 빵점 맞겠네/ 호호호 그래도 인제/ 시작했으니 괜찮하다고/ 나도 잘 할 수 있을 거여 노력하면)"

 조계순 할머니의 글 '호래가 물어가내'를 선보인 시화전.지난 10월 20-21일 전남평생학습축제의 하나로 전남도청 윤선도홀에서 열렸다.
 조계순 할머니의 글 '호래가 물어가내'를 선보인 시화전.지난 10월 20-21일 전남평생학습축제의 하나로 전남도청 윤선도홀에서 열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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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평생학습축제에서 우연히 접한 조계순(82) 할머니의 시 '호래가 물어가내'의 전문이다. 전남평생학습축제는 지난 10월 20∼21일 전남도청 앞마당과 도청 윤선도홀에서 열렸다.

할머니의 시를 본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맞춤법에 얽매이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쓴 글이지만, 할머니의 진솔한 마음이 절절이 묻어났다. 다시 읽어봐도 감동이다. 글도 잘 썼다. 부러 지은 글이 아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조계순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곡성 목동2구 마을의 경로당. 할머니는 이 경로당에서 한글을 익히고 있다.
 조계순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곡성 목동2구 마을의 경로당. 할머니는 이 경로당에서 한글을 익히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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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순 할머니가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말에 "부끄럽소, 참말로" 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곡성 목동2구 경로당에서다.
 조계순 할머니가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말에 "부끄럽소, 참말로" 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곡성 목동2구 경로당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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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 전남 곡성군 고달면 목동마을로 찾아갔다. 지난 10월 24일 오후 목동경로당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부끄럽소. 참말로. 근다고 여그까지 오셨소? 미안허요."

할머니의 첫 인사가 정겹다.

글 '호래가 물어가내'를 쓰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다짜고짜 여쭸다. "쓸 줄 알어야제. 선생이 써보라고 헌디. 하도 애가 터져서, 속에 있던 맘 고대로 써부렀제. 부끄럽소." 할머니의 고백이다.

시 짓는 할머니 "재밌습디다, 내가 못해서 그라제"

 조계순 할머니가 집 마당에 널어놓은 콩을 털며 얘기를 하다가 웃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조계순 할머니가 집 마당에 널어놓은 콩을 털며 얘기를 하다가 웃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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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아붕께, 들으믄 잊어불고. 대체 애가 터져서 살 수가 있어야제. 모르겄다고 하는 소린디, 말허다봉께 나도 모르게 퐁- 허고 나와분 것이…. 부끄럽소. 참말로."

할머니는 말끝마다 "부끄럽소. 참말로"를 덧붙였다. '글을 잘 썼고,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더니, 할머니는 또 "부끄럽소. 참말로" 하면서 손사래를 친다.

 조계순 할머니의 시 '호래가 물어가내'가 실린 시화집. 곡성군이 펴낸 '2017곡성군 성인문해 시화작품집'이다.
 조계순 할머니의 시 '호래가 물어가내'가 실린 시화집. 곡성군이 펴낸 '2017곡성군 성인문해 시화작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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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순 할머니가 밭으로 고추를 따러 간다며 사륜 구동차를 타고 집을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조계순 할머니가 밭으로 고추를 따러 간다며 사륜 구동차를 타고 집을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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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할머니는 글을 배우는 게 재밌다고 했다.

"대차, 한번씩 해봉께 재미도 있고. 재밌습디다. 내가 못해서 그라제."

'집에서 따로 공부를 하는지' 물었다.

"못허제. 밥 묵으믄 피곤항께 잠오고. 집에서 저녁일 할 것도 있고. 돼아서 못해. 집에 가믄 자야제. 학교에서만 허고. 부끄럽소."

할머니는 글을 가르쳐주는 경로당에 나오는 발길이 즐겁다고 했다. "야그도 듣고, 공부도 허고, 놀기도 허고…. 그러다가 일 닥치믄 들에 나가 일도 허고. 나 인자 고치 따러 가야헌디. 미안허요."

할머니의 농사는 밭 두 마지기와 논 조금이라고 했다.

"심들어서 못 짓는디, 안 짓으믄 묵허붕께. 쬐깨쬐깨씩 숭거. 쌀은 먹을 것만 짓고. 밭에는 고치 쬐깨 숭꼬, 참깨도 쬐깨, 들깨도 쬐깨 숭꼬, 퐅도 쬐깨 숭꼬."

마지못해 짓는 농사라지만, 골고루 살뜰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조계순 할머니를 비롯한 곡성군 고달면 목동2구 마을 주민들이 마을 경로당에서 글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조계순 할머니를 비롯한 곡성군 고달면 목동2구 마을 주민들이 마을 경로당에서 글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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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성군 성인 문해학교 교사 김애순 씨가 조계순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 교사는 매주 화·목요일 오후 목동마을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곡성군 성인 문해학교 교사 김애순 씨가 조계순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 교사는 매주 화·목요일 오후 목동마을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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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글을 올 봄에 처음 익혔다.

"내가 울 집의 큰딸이었어. 살림하느라 공부를 배울 여유가 없었제."

할머니는 곡성군에서 운영하는 성인 문해학교에 다니고 있다. 수업은 마을 경로당에서 이뤄진다. 일주일에 두 번, 매주 화·목요일 오후에 교사(김애순·59)가 찾아온다. 수업은 매번 2시간씩 한다. 한글 외에도 산수, 미술을 가르쳐준다.

문해학교는 3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개설된 목동마을 문해학교는 1학년과 2학년 각 17명으로 이뤄져 있다. 조 할머니는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조계순 할머니 등 곡성군 고달면 목동2구 마을 경로당에서 글을 배우고 있는 할머니들이 수업이 끝나고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0월 24일이다.
 조계순 할머니 등 곡성군 고달면 목동2구 마을 경로당에서 글을 배우고 있는 할머니들이 수업이 끝나고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0월 2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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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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