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가 집 마당에서 가을 햇살에 고추를 말리고 있다. 조 할머니는 약간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내 나이 80이 너머는디/ 공부헌다고 허니 눈은 캉캄허고/ 드름서 이저불고 아까 배운거설/ 바다쓰기 헐때 나는 마께 썬는디/ 선생님은 틀리다고 허니/ 호래가 물어가내 참말로/ 오늘 빵점 마건네/ 호호호 그래도 인자/ 시작했응깨 갠찬허당깨/ 나도 잘 헐수 잇을꺼여 잉하먼(내 나이 80이 넘었는데/ 공부한다고 하니 눈은 캄캄하고/ 들으면서 잊어버리고 조금 전 배운 것을/ 받아쓰기 할 때 나는 맞게 썼는데/ 선생님은 틀리다고 하니/ 호랑이가 물어가네 정말로/ 오늘 빵점 맞겠네/ 호호호 그래도 인제/ 시작했으니 괜찮하다고/ 나도 잘 할 수 있을 거여 노력하면)"
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의 글 '호래가 물어가내'를 선보인 시화전.지난 10월 20-21일 전남평생학습축제의 하나로 전남도청 윤선도홀에서 열렸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전남평생학습축제에서 우연히 접한 조계순(82) 할머니의 시 '호래가 물어가내'의 전문이다. 전남평생학습축제는 지난 10월 20∼21일 전남도청 앞마당과 도청 윤선도홀에서 열렸다.
할머니의 시를 본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맞춤법에 얽매이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쓴 글이지만, 할머니의 진솔한 마음이 절절이 묻어났다. 다시 읽어봐도 감동이다. 글도 잘 썼다. 부러 지은 글이 아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곡성 목동2구 마을의 경로당. 할머니는 이 경로당에서 한글을 익히고 있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가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말에 "부끄럽소, 참말로" 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곡성 목동2구 경로당에서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조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 전남 곡성군 고달면 목동마을로 찾아갔다. 지난 10월 24일 오후 목동경로당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부끄럽소. 참말로. 근다고 여그까지 오셨소? 미안허요." 할머니의 첫 인사가 정겹다.
글 '호래가 물어가내'를 쓰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다짜고짜 여쭸다. "쓸 줄 알어야제. 선생이 써보라고 헌디. 하도 애가 터져서, 속에 있던 맘 고대로 써부렀제. 부끄럽소." 할머니의 고백이다.
시 짓는 할머니 "재밌습디다, 내가 못해서 그라제"
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가 집 마당에 널어놓은 콩을 털며 얘기를 하다가 웃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나이가 많아붕께, 들으믄 잊어불고. 대체 애가 터져서 살 수가 있어야제. 모르겄다고 하는 소린디, 말허다봉께 나도 모르게 퐁- 허고 나와분 것이…. 부끄럽소. 참말로."할머니는 말끝마다 "부끄럽소. 참말로"를 덧붙였다. '글을 잘 썼고,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더니, 할머니는 또 "부끄럽소. 참말로" 하면서 손사래를 친다.
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의 시 '호래가 물어가내'가 실린 시화집. 곡성군이 펴낸 '2017곡성군 성인문해 시화작품집'이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가 밭으로 고추를 따러 간다며 사륜 구동차를 타고 집을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조 할머니는 글을 배우는 게 재밌다고 했다.
"대차, 한번씩 해봉께 재미도 있고. 재밌습디다. 내가 못해서 그라제."'집에서 따로 공부를 하는지' 물었다.
"못허제. 밥 묵으믄 피곤항께 잠오고. 집에서 저녁일 할 것도 있고. 돼아서 못해. 집에 가믄 자야제. 학교에서만 허고. 부끄럽소."할머니는 글을 가르쳐주는 경로당에 나오는 발길이 즐겁다고 했다. "야그도 듣고, 공부도 허고, 놀기도 허고…. 그러다가 일 닥치믄 들에 나가 일도 허고. 나 인자 고치 따러 가야헌디. 미안허요."
할머니의 농사는 밭 두 마지기와 논 조금이라고 했다.
"심들어서 못 짓는디, 안 짓으믄 묵허붕께. 쬐깨쬐깨씩 숭거. 쌀은 먹을 것만 짓고. 밭에는 고치 쬐깨 숭꼬, 참깨도 쬐깨, 들깨도 쬐깨 숭꼬, 퐅도 쬐깨 숭꼬." 마지못해 짓는 농사라지만, 골고루 살뜰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를 비롯한 곡성군 고달면 목동2구 마을 주민들이 마을 경로당에서 글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큰사진보기
|
▲ 곡성군 성인 문해학교 교사 김애순 씨가 조계순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 교사는 매주 화·목요일 오후 목동마을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
할머니는 글을 올 봄에 처음 익혔다.
"내가 울 집의 큰딸이었어. 살림하느라 공부를 배울 여유가 없었제."할머니는 곡성군에서 운영하는 성인 문해학교에 다니고 있다. 수업은 마을 경로당에서 이뤄진다. 일주일에 두 번, 매주 화·목요일 오후에 교사(김애순·59)가 찾아온다. 수업은 매번 2시간씩 한다. 한글 외에도 산수, 미술을 가르쳐준다.
문해학교는 3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개설된 목동마을 문해학교는 1학년과 2학년 각 17명으로 이뤄져 있다. 조 할머니는 1학년에 다니고 있다.
큰사진보기
|
▲ 조계순 할머니 등 곡성군 고달면 목동2구 마을 경로당에서 글을 배우고 있는 할머니들이 수업이 끝나고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0월 24일이다. |
ⓒ 이돈삼 |
관련사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