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시 켄트의 새 음반  < I Know I Dream: The Orchestral Sessions > 앨범 커버.

스테이시 켄트의 새 음반 < I Know I Dream: The Orchestral Sessions > 앨범 커버. ⓒ 소니뮤직코리아


10월 발표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는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 출신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에게 돌아갔다. 잘 알려진 대로 가즈오 이시구로는 영화 <남아있는 나날> <네버 렛 미 고>의 원작자이며 영화 <화이트 카운티스>의 시나리오를 쓰며 대중적 유명세를 얻은 그이지만 노벨상 수상을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

이변이라 할 수 있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이번엔 재즈 음반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바로 스테이시 켄트(Stacey Kent)의 신작 < I Know I Dream: The Orchestral Sessions >을 통해서다.

스테이시 켄트... 2000년대 대표적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스테이시 켄트는 지난해에도 내한 공연을 가졌을 만큼 국내 재즈팬들에게도 제법 친숙한 이름이다. 스탠다드 고전부터 프랑스 샹송, 브라질 보사노바 등 다양한 나라의 음악들을 듣기 편한 목소리로 재해석하고 남편이자 색소폰 연주자 짐 톰린슨(Jim Tomlinson)의 창작곡을 소화하기도 했다. 스테이시 켄트는 어느덧 믿고 듣는 2000년대 재즈 보컬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 했다. 화려한 기교와 엄청난 성량을 자라하는 창법은 아니지만 차분하고 절제된 감성을 담은 스테이시의 목소리는 어느덧 재즈 음악계의 중심으로 그녀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신작 < I Know I Dream: The Orchestral Sessions >는 그동안 발표된 스테이시 켄트의 대표곡, 리메이크, 신곡 등을 60인조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풍성한 소리를 담아낸 작품이다. 프랭크 시나트라,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린다 론스태드 같은 유명 가수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의례 재즈 보컬리스트라면 거쳐가는 빅 밴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가 이제 그녀에게도 주어진 셈이다.

초보자들에겐 낯선 선곡으로 채워졌지만 < I Know I Dream >이 익숙하게 들어본 듯한 친근함을 주는 건 스테이시 켄트의 목소리가 주는 힘이다. 보사노바에서 샹송까지 아우르면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문턱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함과 포근함 속에 듣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가즈오 이스구로의 가사... 스테이시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

 가즈오 이시구로(사진 중앙)은 팀 톰린슨(오른쪽)과 함께 스테이시 켄트(왼쪽)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한명이다.

가즈오 이시구로(사진 중앙)은 팀 톰린슨(오른쪽)과 함께 스테이시 켄트(왼쪽)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한명이다. ⓒ 스테이시 켄트 공식 페이스북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앞서 언급한 가즈오 이시구로가 작사가로 여러 곡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시구로는 과거 2002년 < In Love Again: The Music of Richard Rodgers > 음반 해설집을 쓰며 그녀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2009년작 < Breakfast on the Morning Tram >의 수록곡 'The Ice Hotel'의 가사를 쓰면서 음반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여기서 그는 북극에 위치한 가상의 공간 '아이스 호텔'을 배경으로 낭만적인 로드 무비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번 새 음반에선  신곡 'Bullet Train'과 2013년 음반 < The Chainging Light >의 동명 머릿곡, 그리고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The Ice Hotel' 등 총 3곡의 가사로 스테이시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보사노바의 거장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명곡 'Double Rainbow'와 'Photograph ', 세르쥬 갱스부르의 'Les Amours Perdues', 레오 페레의 'Avec Le Temps' 등도 창작곡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전 피아노-베이스-드럼-색소폰 조합의 4인조 쿼텟 반주 위주로 녹음했던 스테이시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결이 다른 음악들을 들려준다. 이밖에 남편 짐 톰린슨의 프로듀싱+믹싱+색소폰 연주 등 전방위에 걸친 든든한 지원은 < I Know I Dream >의 완성도를 높인 또다른 '수훈 갑'으로 평가할 만 하다.


엘라부터 엘비스까지... 오케스트라 협연이 빛나는 재즈/팝 신보

 최첨단 리마스터링 기술로 복원된 엘라 피츠제럴드, 엘비스 프레슬리의 신작 음반들.

최첨단 리마스터링 기술로 복원된 엘라 피츠제럴드, 엘비스 프레슬리의 신작 음반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난 9월 말 발매된 < Someone To Watch Over Me >는 재즈 보컬의 거장,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1917~1996)의 새로운 편집 음반이다.  워낙 많은 작품들이 생전, 사후에 발표한 탓에 이 작품은 그저 흔하디 흔한 음반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내용물 만큼은 전혀 다르다.

과거 1950~60년대에 녹음된 그녀의 목소리를 영국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새롭게 복원하면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여기에 합쳤기 때문이다. 과거 투박했던 모노 시절 엘라의 목소리가 최첨단 마스터링 기술을 통해 새롭게 생명을 얻은 셈이다.

최근 각광받는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가 듀엣으로 참여한 'People Will Say We're In Love', 웬만한 재즈 음악인이라면 한번쯤 연주했을 머릿곡 'Someone To Watch Over Me', 'Misty', 'Makin', 'Whoopi!' 등은 왜 엘라가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한 명임을 잘 드러내는 좋은 본보기다.

지난 10월 공개된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ely, 1935~1977)의 < Christmas with Elvis >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재탄생한 작품이다. 그가 생전 발표했던 2장의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 < Elvis' Christmas Album >(1957), < Elvis sings The Wonderful World of Christmas >(1971)에 담긴 목소리를 추출,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더했다.

아직 크리스마스까진 제법 많은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클래식 음반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만만찮은 인기를 얻고 있다. 중저음이 매력적인 엘비스의 목소리는 오케스트라와의 합작을 통해 더욱 중후함을 내뿜으면서 성탄절의 경건함을 잘 그려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테이시켄트 가즈오이시구로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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