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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에 70~80년대 유물처럼 남아 있던 권위주의 상징물 하나가 사라졌다. V리그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의 홈 구장인 수원 실내체육관 이야기다.

수원 실내체육관은 지난 7월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대회까지만 해도 감독과 선수 벤치 바로 뒤편에 귀빈(VIP)들만 앉는 대형 단상이 설치돼 있었다. 경기 장면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고, 고급 의자까지 비치돼 있었다.

문제는 그 자리가 대한배구협회나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 구단 임직원 등 고위 관계자만 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프로 팀 구장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팬들의 눈총과 비난이 이는 건 당연했다.

특히 지난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비난이 들끓었다. 당시 수원 실내체육관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여자배구를 보기 위해 관중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4300석 규모의 체육관이 매진을 넘어 입석표까지 동이 났다. 팬들은 계단과 통로까지 서 있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관람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배구협회 회장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은 귀빈석 단상에 비치된 고급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했다.

이 모습을 본 일부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옥황상제석'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귀빈석을 모두 없애고 그 자리를 팬들에게 제공하는 스포츠계의 최근 추세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았다(관련 기사 : "남자는 전원, 여자는 절반만" 여자 배구대표팀의 '서러운' 원정길).

프로 구단·수원시 "가장 좋은 자리는 팬들이 앉아야"

 옥황상제석 단상에 설치된 '팬 커플석' (2017.10.28)

옥황상제석 단상에 설치된 '팬 커플석' (2017.10.28) ⓒ 박진철


결국 프로배구 구단과 수원시는 2017~2018시즌 V리그 개막을 앞두고 옥황상제석을 없애고 팬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은 귀빈석 단상 자리에 팬들이 편안하게 누워서 볼 수 있는 '커플석'을 설치했다. 구단의 VIP는 커플석 2층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도록 했다. 리모델링 비용은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이 공동으로 부담했다.

수원시도 호응했다. 코트 바닥 서브존 뒤편에 가변석을 설치해줬다. 팬들이 경기를 가깝게 볼 수 있는 자리를 추가로 마련해준 것이다. 그러면서 전체 좌석수도 5000석이 넘게 됐다.

현대건설 배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팬들이 앉아야 한다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V리그 개막 직전에 리모델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자리에 VIP들만 앉아 있는 모습에 대한 비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V리그 개막 이후 4연승(무패)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한국전력도 2승 2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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