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30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2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의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한 9곡이 실렸으며,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 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10월 30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 안테나


햇빛과 폭풍우와 농부의 사랑이 만든 감귤처럼 루시드폴이 만든 음악은 귀한 힘을 품고 있다. 그의 노래는 마음을 맑게 하고 조용한 가운데 다시 나아갈 힘을 준다. 조곤한 목소리로 차분한 노래들을 부르는데도 충만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건 신기한 일이다.

Lucid Fall인 그가 이번 해 가을에 감귤과 함께 정규 8집을 수확했다. 앨범명은 <모든 삶은, 작고 크다>로,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은 물론 혼자서 녹음 및 믹싱한 9곡이 실렸다.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루시드폴의 이번 앨범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공간'에 있다. 그는 제주라는 청정 공간에서 노래를 위한 자신만의 공간(오두막 작업실)을 짓고 기존의 방식이 아닌 본인의 방식으로 녹음을 시도했다. 가장 '나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우러나온 음악은 더 완전한 의미에서 '공들인 음악'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루시드폴의 소속사 안테나에서 그를 만나 이번 앨범과 제주에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수록곡 중 하나를 기타연주와 함께 들려주기도 했다.

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30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2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의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한 9곡이 실렸으며,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 루시드폴 2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의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한 9곡이 실렸으며,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 안테나


- 방금 부른 '은하철도의 밤'은 어떻게 만든 곡인지.
"이번 앨범을 마스터링까지 끝내고 미국에 사는 오랜 친구에게 음원을 보냈다. 그 친구가 말하길, 그렇지 않아도 꿈을 꿨는데 어떤 아이가 나와서 굉장히 큰 철문을 보여주면서 '여름 내내 내가 이걸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네 집에 어제 내가 간 것 같아' 하더라. 그 아이가 나였을 거다. 나는 꿈속에서 사람들이 만난다고 생각한다."

- 음반과 함께 엮은 에세이집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제가 어떤 공간에서 녹음을 했고, 어떤 마음으로 곡을 썼는지, 내가 생각하는 음악이란 무엇인지 등 직접적인 이야기부터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농사 이야기 등이 담겼다. 2년 동안 찍은 사진들도 실렸는데 그 사진들을 편집해서 '안녕,'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그 모든 것이 루시드폴 8집 앨범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 2014년에 제주로 이주하고 이번이 두 번째 앨범이다. 그동안 느낀 것은.
"2014년 이주 후 2015년까지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 '연고도 없는 곳에 가서 힘들지 않니?'라고 물었을 때 '아니'라고 답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바라보니 그때 내가 힘들었던 것 같다. 너무 힘들었고, 나를 달래기 위한 무언가를 하기에 급급했던 시간이었다. 아침에 밭에 나가서 일하고 밤에 기진맥진해서 돌아오는 시간의 반복이었다. 생활에 대한 기본적 불안이 깔려있었는데, 그후에 작지만 제 밭이 생기고 (음악)작업공간도 만들어서 안정감이 생겼다. 제 목소리와 기타 소리를 더 연구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녹음공간을 직접 짓게 된 계기는.
"2015년에 낸 앨범은 모든 작업을 서울 안테나에서 했는데 비행기 값이 200만 원 나오더라. 왔다갔다 이동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마치 책상에 앉았을 때 의자를 당겨앉지 않아서 팔을 쭉 뻗고 멀찌감치에서 펜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은 공간이라도 좋으니까 내가 가장 편한 공간에서, 예를 들면 다음에는 작업실을 하나 지어서 거기서 할까요? 하고 깔깔깔깔 이야기한 게 실현이 된 거다.

아직도 꿈같은 일이다. 제가 항상 살고 있는 일상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는데, 집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천장이 높았으면 좋겠다, 대신 일반 녹음실과 환경이 달랐으면 좋겠다, (녹음결과가) 별로라도 좋으니까 울림이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등등의 생각들을 갖고 그렇게 만들었다. 여름에 녹음할 때는 새소리, 벌레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그 소리가 안 들어가게 녹음할까 고민했는데 나중에는 포기했다. 더 이후에는 벌레소리가 좋아서 일부러 문을 활짝 열고 녹음했다."

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30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2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의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한 9곡이 실렸으며,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 루시드폴 ⓒ 안테나


- 가장 애착 가는 곡은.
"다 애착이 가는데 '폭풍의 언덕'이라는 곡이 참 우여곡절이 많은 노래다. 8비트로 수록곡 중 가장 빠른 곡인데 이 노래는 이상하게 데모를 만들었을 때부터 매일 템포가 다르게 들리더라. 어떤 날에는 굉장히 신나게 들리고 어떤 날에는 굉장히 처지게 들린다. 스웨덴 프로듀서와 작업한 곡인데 실마리가 안 풀려서 믹싱만 5시간을 했다. 왜 내가 이 곡을 넣었지 생각할 정도로 고생하며 만들었다.

'그 가을 숲속'이란 곡도 좋아한다.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과수원까지 차로 20분 거리인데, 그 길 위에 새들이 그렇게 많이 죽어있다. 온갖 새들이 다 죽는다. 고양이도 죽고. 언젠가부터 제가 그걸 못 지나치겠더라.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지만, 차에 수건을 넣어 다니며 새들이나 고양이 시체를 담아 와서 숲에 묻는다. 그런 이야기를 쓴 곡이다."

- 곡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2년 텀으로 앨범을 냈다. 곡을 미리 써놓거나 그렇진 못하고, 많이 듣고 쌓아놓는 시기를 갖고 그 후에 '아 이제 앨범 작업을 해야겠다' 싶을 때 곡을 쓴다. '평소 모드'에서 벗어나서 '작곡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시간이 꽤 걸린다. 그땐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굉장히 몰입해서 하는데 보통 첫 곡이 쓰이고 나면 그 다음에는 비교적 편하게 써진다."

- 이상순의 기타 협업이 있었다. 어떤 계기로 이뤄졌는지.
"일렉기타를 곡에 넣어야 해서 상순이한테 전화해서 '너희 집에 앰프 있던데 내가 좀 써도 돼?' 하고 물었다. 쓰라고 해서 빌리러 갔는데 앰프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들고 오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네가 쳐줄래?' 하니 '내가 쳐줄게' 이렇게 됐다. 계획에 없었는데 그렇게 참여하게 됐다."

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30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2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의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한 9곡이 실렸으며,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 루시드폴 그는 제주에 살고 있다. 음악작업을 할 오두막을 직접 지어 그곳에서 이번 앨범을 녹음했다. ⓒ 안테나


- 서울에서 살 때와 시골에서 살 때의 차이는.
"제일 큰 차이는 '사람'인 것 같다. 서울에서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다. 어떨 땐 혼자 있고 싶은데 내가 묶은 끈들이 많고, 전화나 문자가 오면 계속 거절할 수는 없으니까 나가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았다. 그런데 이거 조금 피곤한 것 같다. 사람이 싫은 게 아닌데도 말이다. 시골에 가니까 시골 특유의 관계가 있더라. 대문을 다 열어놓고 산다든지 그런 것들. 오래 맺어진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혼자 있고 싶을 땐 혼자 있을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끊임없이 만나는 걸 좋아하지는 않다는 걸 느꼈다."

- 과수원에서 귤을 키우는데 '농사'라는 행위 그 자체에서 느낀 점은.
"나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며 동물이든 사람이든 큰 틀에서 보면 다르지 않단 걸 느꼈다. 동물은 움직여야 살고, 식물은 움직이면 죽는다는 건 다르지만 말이다. 사람이 스트레스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주변 사람들과 외롭지 않게 잘 지내고 그렇게만 살아준다면 사실 감기 걸릴 일도 없는 것 같다. 나무도 똑같은 것 같다. 겨울에는 적당히 추우면 나무도 잘 자는데 겨울이 너무 따뜻하면 나무들도 잠을 잘 못 잔다. 나무들이 원하는 조건에서 잘 자라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땅인 것 같다."

- 나무에게 중요한 건 땅이라고 했는데 루시드폴에게 중요한 건 무엇인지.
"환경 같다. 지금까지 부산, 서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살아왔는데 20년 사이에 5년 이상 산 곳이 없더라. 아무튼 지금 살고 있는 곳 이외에 모두 도시였다. 지금 나의 환경이 좋다. 어떤 분들은 '외롭지 않으세요?' 하시는데 너무 안 외롭다. 조용하다는 게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조용한데 여름이면 새소리가 들리고. 그런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귀가 안 피곤하더라. 바로 앞에 바다가 있는데 제가 어릴 때 바다 앞에 살았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좋다."

- 생명공학 박사, 뮤지션, 농업인 등 다양한 행보를 보였다. 특히 공학 쪽 일을 그만두고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련한 건 있다. 그 일을 정말 좋아했다. 잘 마침표를 찍고 나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서울에서 전업 뮤지션으로서 살았던 5년의 시간 역시 음악적으로 발전하려고 나름 노력하며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서울에서 살고 싶은지 묻는다면?... 별로."

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30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2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의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한 9곡이 실렸으며,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 루시드폴 ⓒ 안테나


루시드폴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30일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2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의 CD에는 그가 작사-작곡-편곡한 9곡이 실렸으며,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집과 묶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된다.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 루시드폴 ⓒ 안테나



루시드폴 인터뷰 안녕 이상순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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