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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변, 전남 무안에 있는 못난이동산. 대형 못난이 조각작품이 두 팔을 벌리고 '못가'를 외치며 가로막고 서 있다.
 영산강변, 전남 무안에 있는 못난이동산. 대형 못난이 조각작품이 두 팔을 벌리고 '못가'를 외치며 가로막고 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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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별스런 곳이다. 멋쟁이 동산도, 미남·미녀 동산도 아니다. 못난이동산이다. 야외 잔디밭에 사람보다도 덩치가 큰 못난이들이 여기저기 서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못난이들은 극도로 짧은 다리에 풍만한 몸매, 파마머리를 하고 있다. 양쪽으로 처진 두 볼에다 입은 앞으로 튀어 나오고 눈은 찢어져 있다. 코는 낮고 귀는 없다.

동산의 안과 밖이 모두 볼품없이 생긴 못난이들 세상이다. 왜 하필 '못난이동산'일까?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품게 되는 궁금증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김판삼 조각가의 작품 '못난이 인생 시리즈'. 무인카페를 겸한 못난이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김판삼 조각가의 작품 '못난이 인생 시리즈'. 무인카페를 겸한 못난이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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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미술관에서 만난 김판삼 조각가. 김 작가가 못난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못난이미술관에서 만난 김판삼 조각가. 김 작가가 못난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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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결국은 가장 한국적인 것에 생각이 미치더라고요. 한국적인 대상은 어머니였고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과 희생도 감수하는 어머니요. 우리 어머니들의 모성애, 희생정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아줌마로 통칭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강인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에요."

'못난이 아빠' 김판삼(45·전남 무안) 조각가의 말이다. 김 작가는 조각 작업을 하는 선배의 뒷모습에 반해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람 중에서도 '못난이'만을 조각하며 못난이동산을 꾸미고 있다.

김판삼 조각가의 작품 '누구냐 넌'. 두 못난이가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상대를 가리키고 있다.
 김판삼 조각가의 작품 '누구냐 넌'. 두 못난이가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상대를 가리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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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삼 조각가의 못난이 작품 '마릴린 먼놈'. 김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판삼 조각가의 못난이 작품 '마릴린 먼놈'. 김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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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다. 대학 입시도 개성보다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못난이는 '아름답지 않은 작품은 미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완벽하다면 미(美)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못난이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뜨겁다. 관람객들은 못난이가 서로 자기를 닮았다며 웃는다. 작품마다 붙은 이름표도 재미를 더한다. 입을 쭈-욱 내밀며 서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누구냐 넌', 두 손을 맞잡고 입을 내밀지만 불룩한 배가 맞닿아 있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펄럭이는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있는 '마릴린 먼놈' 등등. '곧 미남'이란 이름표를 단 못난이도 있다.

한 번 더 생각하면 못난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인다. 어쩌면 못난이들은 이 시대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의 꿈과 미래를 품고 있다. 못난이들이 내가 되어 현실의 벽에 멈춰선 나의 꿈을 위해 비상할 것만 같다.

못난이동산에 설치된 야외 조각작품. 왼쪽 가슴에 '곧 미남'이란 이름표를 달고 서 있다.
 못난이동산에 설치된 야외 조각작품. 왼쪽 가슴에 '곧 미남'이란 이름표를 달고 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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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꽃을 든 여자'와 함께 한 김판삼 조각가. 김 작가가 못난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못난이 '꽃을 든 여자'와 함께 한 김판삼 조각가. 김 작가가 못난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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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사랑과 꿈을 주제로 못난이들을 만들어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소죠. 관람객들이 못난이들을 보면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면 작가로서 큰 기쁨이죠. 진정한 아름다움은 못난이들을 보며 웃는 관람객들의 모습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김 작가는 자신의 기술력으로 일정부분 표현을 대신하고 있다. 작품은 못난이들을 보면서 웃고 즐기는 관람객들이 완성시킨다고 믿고 있다. 못난이동산도 못난이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힐링이 된다는 관람객들로 인해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확신한다. 김 작가가 그리는 못난이동산의 지향점이고 목표다.

못난이동산 바깥 풍경. 잔디밭에 큰 못난이 조각작품이 세워져 있다. 흰색 건물이 무인카페 겸 못난이미술관이다.
 못난이동산 바깥 풍경. 잔디밭에 큰 못난이 조각작품이 세워져 있다. 흰색 건물이 무인카페 겸 못난이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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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카페 겸 못난이미술관 내부. 누구라도 편히 앉아 쉬면서 차를 마시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인카페 겸 못난이미술관 내부. 누구라도 편히 앉아 쉬면서 차를 마시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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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동산은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 영산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부지 3300㎡에 무인카페를 겸한 미술관과 야외 공원, 작업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김 작가 개인이 조성한 동산이 아니다. 후원회원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동산이다.

동산 부지는 김 작가의 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땅이었다. 작업실은 예전의 축사 자리에 들어섰다. 동산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은행에서 당겨 썼다. 작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비를 기부 받으면 김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기부자의 이름으로 작품을 세운다. 재료비가 생기면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 설치한다.

미술관의 에어컨과 냉장고 등 비품도 후원회원들의 기부로 가져다 놓았다. 무인카페에서 나오는 수익금도 동산 조성에 쓰인다. 미술관 앞산에 요정을 테마로 한 유아 숲을 조성하고 조형 인지 체험관 건립도 구상하고 있다. 못난이동산 조성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김판삼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못난이 조각을 깎고 있다. 김 작가의 작업실은 예전에 아버지가 축사로 쓰던 공간이다.
 김판삼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못난이 조각을 깎고 있다. 김 작가의 작업실은 예전에 아버지가 축사로 쓰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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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삼 조각가가 깎고 있는 못난이 조각작품. 김 작가는 처음에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다가 조각작업을 하는 선배의 뒷모습에 반해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김판삼 조각가가 깎고 있는 못난이 조각작품. 김 작가는 처음에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다가 조각작업을 하는 선배의 뒷모습에 반해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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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와서 소통하며 마음 내려놓고 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가족단위 관람객은 물론이고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변을 달리는 하이킹족도, 무안과 목포를 찾는 여행객들도 잠시 들러 가는 공간으로요. 관람객과 작가가 만나는 공간도 되고요. 방문객들의 소통 매개가 못난이들이길 바라는 마음이죠."

김 작가의 소박하면서도 크고 다부진 바람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오늘도 관람객·주민들과 함께 못난이동산을 공유하며 꾸미고 있다.

김판삼 작가가 2017대한민국농업박람회장에 설치할 대형작품 '출항' 작업을 하고 있다.
 김판삼 작가가 2017대한민국농업박람회장에 설치할 대형작품 '출항' 작업을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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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못난이동산, #김판삼, #못난이, #조각가, #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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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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